2024-04-26 19:01 (금)
白虎의 기상으로 飛翔을 다짐하며
白虎의 기상으로 飛翔을 다짐하며
  • 승인 2009.12.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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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했던 올 한해도
슬프고 비극적인 일 점철
새해엔 단식ㆍ분노 없기를
박재근
취재본부장
 우리가 가장 믿어야 할 이들의/ 무책임과 불성실과 끝없는 욕심으로/ 집이 무너지고 마음마저 무너져 슬펐던 한 해…/ 한 해의 마지막 달인/ 12월의 달력을 바라보는 제 마음엔/ 초조하고 불안한 그림자가 덮쳐옵니다. 연초에 세웠던 계획은 실천했나요? 사랑과 기도의 삶은 뿌리를 내렸나요? 감사를 잊고 살진 않았나요? 남에겐 좋은 말도 많이 하고/ 더러는 좋은 일도 했지만…/ 바쁜 것을 핑계로/ 일상의 기쁨들을 놓치고 살며…/ 혼자서도 얼굴을 붉히는 제게/ 조금만 더 용기를 주십시오/ 다시 시작할 지혜를 주십시오. 한 해를 돌아보는 길 위에서/ 저녁놀을 바라보는 겸허함으로 …

 이해인 시인의 ‘한 해를 뒤로 보내며’몇 구절을 옮겼다. 한해의 끝에 서서 뒤를 돌아보면 어김없이 다사다난했다. 연말 상투적인 말이지만 올해는 더욱 그런 것 같다.
 올 한해는 정말 슬프고 비극적인 일들이 점철된 해였다. 경남의 대표적 산상행사로 인한 화왕산대참사는 80여 명의 사상사를 낸 안전 불감증이 빚은 인재로 큰 상처를 남겼다. 또 졸지에 두 사람의 전직 대통령이 영면을 하고, 김수환 추기경께서도 앞서 선종했다. 그 당시 종교 정파 지역 이해관계를 떠나 하나가 된 때도 있었다.

 그러나 새해벽두 용산참사로부터 시작된 올해는 미디어법의 강행처리, 고 장자연 사건, 강호순의 납치살인극, 쌍용차노조의 총파업, 조두순의 여아 성폭행 사건, 세종시법 수정논란, 신종플루의 대유행, 4대강 사업논란 속에 국회예산안 처리가 현재도 파행을 겪는 등 우리를 슬프게 했다.

 작은 촛불 하나가 온 방을 비추듯이, 故 김수환 추기경의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 용서하세요’라는 유언의 말씀이 뇌리를 갑자기 스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평생을 ‘바보’로 살다 육신까지도 베풀고 떠난 그에게서 배울 일은 뉘우침과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가이다.

 5월에 떠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우리 마음속에 노란 리본을 달았다. 거기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고 새겼다.

 뙤약볕 내리쬐던 8월 김대중 전 대통령도 그의 ‘반쪽’을 따라가며 “나는 민주주의를 위해 서럽고 캄캄하고 한 많은 세상을 후손에게 넘기지 않고 자유가 들꽃같이 만발하고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통일에의 꿈이 무지개처럼 솟아오르는 이 나라를 만들기 위해 여러분이 중심이 되어 투쟁할 것을 간곡히 부탁했다. 그러나 용서와 화해, 화합을 강권하며 떠났다.

 2009년도 다하는 12월, 온 나라의 이슈는 민생은 제쳐둔 채 4대강을 둘러싼 논쟁이다. 또 세종시법 수정논란에 얽매여 국력을 소모하고 있는 듯하다. 2010년도 예산문제는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날을 지새우고 있다. 작년 12월 18일 폭력국회에서 시작해 이달 17일 민주당의 예결위 점거 사태에 이르기까지 정치는 1년 넘게 ‘상시 전쟁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소통과 타협은 실종된 것일까. 올해 한국 사회의 모습을 대표하는 사자성어로 교수신문은 방기곡경(旁岐曲逕)을 선정했다. 바른 길을 좇아 정당하고 순탄하게 일하지 않고 ‘샛길과 굽은 길’로만 돌아갔음을 비판한 것이다. “공론(公論)이 허락하지 않아도 ‘방기곡경’을 찾아 억지로 들어가려는 짓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했던 율곡의 가르침을 나라 지도자들과 정치권은 되새기고 또 되새길 일이다.

 2010년, 진정 국가와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과연 모든 이의 희망을 실현할 수 있는 올바른 길이 무엇인지, 고뇌하며 국민에게 다가가야 할 것이다. 2009년, 다사다난 했지만 다가올 2010년은 미래에 대한 기대가 있다.
 새해엔 탄식하고 분노하는 일이 없기를, 소중한 사람들과 이별하지 않기를, 정치가 제발 바르고 큰 길로 복귀하기를, 서민들도 함박웃음 짓는 세상이기를 바라며 한해의 끝에 서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부드러운 마음으로 경인년(庚寅年)을 맞이하자. 백호(白虎)의 기상으로 비상(飛翔)을 다짐하면서….

 경남매일 독자 여러분! 2010년 새해에는 복 많이 받으시고, 희망이 가득 찬 새해를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박재근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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