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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기다렸는데… 편히 눈감으소서”
“60년 기다렸는데… 편히 눈감으소서”
  • 방소희 기자
  • 승인 2009.11.18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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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보도연맹 희생자 합동위령제ㆍ추모식 개최
 한국전쟁전후민간인학살 김해유족회원들이 18일 김해운동장 옥외주차장에서 위령제를 지내고 있다.
 “생후 7개월된 딸 두고 나가 돌아오지 못한 남편 넋이라도 달래줘야지”

 일명 ‘김해보도연맹 사건’으로 억울하게 희생당해 60년 만에 진실규명된 희생자 272위의 합동위령제 및 추모식이 18일 오전 김해체육관 옥외주차장에서 개최됐다.

 이날 미망인 장순희(81ㆍ여)씨는 “밭에서 일하는 도중 경찰이 찾아와 ‘잘못한게 없으니 금방 돌아올거다’고 나간 남편은 결국 돌아오지 못했다”면서 “딸 하나 데리고 시부모님 모시고 살면서 ‘온댔으니까 오겠지’하며 기다린 날들이 벌써 60년이다”며 울먹였다.

 위령제에는 한국전쟁전후민간인학살 김해유족회원을 비롯해 김종간 김해시장, 김정권 국회의원, 전국유족회 관계자 등 70여 명이 참석해 조촐한 분위기 속에서 고인들의 영면을 기원했다.

 그동안 산발적인 위령제가 두어 차례 있었지만 이날 위령제는 지난 2월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정부에 권고한 위령사업의 일환으로 이뤄져 유족들에겐 뜻깊은 자리였다.

 이날 전통제례로 치러진 합동위령제에 이어 추모식이 이어졌다. 추모식은 진실화해과거사위원회 경과보고, 국가의 공식사과, 추모사, 추모시 낭송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특히 국방부 장관의 공식사과가 담긴 추모사를 육군 제5870부대 이경용 대대장이 대독해 유족들의 마음을 위로했다.

 김옥곤(79ㆍ여)씨는 “희생자인 큰오빠는 일본에 살다 광복 후 김해에 정착한지 2년째였는데 무얼 제대로 알았겠느냐”며 억울해 했다.

 이어 “그나마 잘못된 학살이었다는 것이 밝혀져 다행이다”면서 “오빠도 구천을 떠돌지 말고 저승에서 편히 눈감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해보도연맹 사건은 한국전쟁 전후 경찰과 CIC(방첩대), G-2 등이 보도연맹원 등 좌익성향을 가진 요시찰인들을 무차별 검거해 재판절차 등을 거치지 않고 처형한 것이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지난 2월 초 김해보도연맹 사건 공식확인 희생자 272명,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희생자가 945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방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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