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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구역통합, 주민투표로 지방자치 취지 살려야
행정구역통합, 주민투표로 지방자치 취지 살려야
  • 박재근 기자
  • 승인 2009.11.15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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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선거구 변경 이유
‘진주+산청’ 이틀만에 번복
정치인 앞서 주민 우선돼야
박재근
취재본부장
 행정구역 통합이 점입가경이다. 발표 후 곧 바로 손바닥 뒤집듯 진주, 산청의 통합은 없는 것으로 처리됐다. 누구 맘대로 인지 국민을 정말 헷갈리게 한다.

 지난 10일 발표된 행정구역 자율통합 대상 6곳 가운데 “진주ㆍ산청과 안양ㆍ군포ㆍ의왕은 통합될 경우 국회의원 선거구를 변경해야 한다”며 “실질적으로는 통합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2곳의 통합은 없던 일로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이 12일 국회 정치개혁특위 전체회의에 출석, 밝힌 내용이다.

 행정구역 개편작업을 발표한지 불과 2일 만에 국가의 백년대계, 효율성 등 온갖 수식어를 동원, 추진과정에서 지역 간 갈등을 빚어온 행정구역 개편작업을 어떻게 이런 식으로 처리하는지 참 한심하다. 오죽하면 정부발표 후 경남도는 행정구역 통합은 주민투표로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을까?

 행정구역 통합의 추인은 2가지다. 기초의회의 의결과 주민투표다. 통합대상 주민은 물론 도민들이 보는 시각이 예사롭지 않은 것은 기초의회를 통한 행정구역 통합이다. 물론 정부야 이 방법을 원하겠지만 주민들은 영 아니다. 그 이유는 너무도 뻔하다. 주민에 의한 대표성은 차치하고 주민의 의사에 반하는 결과를 행여 몰고 올 개연성을 예단해서다.

 또 정부가 없든 일로 치부한 산청, 진주시와 통합에서 제외된 산청지역 여론은 들끓고 있다. 정부는 국회의원 선거구가 쪼개지기 때문에 제외시켰다는 것이다.

 현행 선거법 제25조는 특정지역의 일부를 분할, 다른 지역구에 속하게 하지 못하도록 돼 있어 이들 지역처럼 다른 시ㆍ군과 묶이면 선거법에 어긋난다.

 이 장관 말대로 이 조항 때문에 2곳을 제외한다면 그런 것도 모르고 행정구역 개편을 추진했다는 것이고 또 알고 있었다면 해당의원의 한마디에 국가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한 셈이 된다. 정말 행정구역 개편이라는 국가적 대사가 이래도 되는지 걱정스럽다.

 이와 관련, 선거구를 행정구역 개편의 상위개념으로 보는 시각도 딱하다.

 선거구는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변경하면 될 일이다. 행정구역 개편은 정치인에 앞서 주민에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 근본이기 때문이다.

 선거구가 쪼개지게 된 모 의원은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행정구역 개편을 여론조사로 밀어붙이는 것은 행정편의주의로, 반드시 주민투표를 통해 주민 의사를 확인해야 한다”고 제동을 걸었다고 한다. 진의와 상관없이 이게 바로 정답이다.

 여론조사는 행정구역 통합 논의의 시작을 의미할 뿐이다. 마치 통합이 결정된 것처럼 기정사실화한 것은 곤란하다.

 찬성률 50% 이상을 통합 대상으로 하겠다는 원칙도 지키지 않았다. 특히 일부지역은 찬성률이 50%에 못 미쳤는데도 무응답자 층을 빼는 방식으로 통합 대상에 포함시켰다는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또 마산, 창원, 진해 곳곳에는 여론조사에 앞서 통합 찬성을 종용하는 정체불명의 현수막이 짝 널린 것도 문제다.
 정부는 지방의회가 의결하면 바로 통합을 추진하고 의결이 안 되면 주민투표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통합 논의는 몇몇 지방자치단체장과 정부에 의해 주도됐을 뿐 정작 주민들은 충분히 생각하고 판단할 기회가 없었다.

 특히 행정구역 통합만 이뤄지면 내 고향이 획기적으로 발전된다는 막연한 기대감을 부풀려서도 안 된다. 주민 참여가 보장되고 이 상태에서 주민투표가 이뤄져야 한다.

 중요한 것은 행정구역 통합이 주민의 뜻을 충분히 반영, 지방자치의 취지를 살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생활권, 현실적인 필요성이 입증된 지역을 대상으로 주민투표로 결정해야 한다. 그것이 지방자치의 취지를 살리는 길이다.

 행정 효율화나 경쟁력 강화만 생각했다면 애초부터 지방자치를 실시할 아무런 명분, 즉 이유가 없다. 따라서 입맛대로인 행정구역개편은 안 된다. 주민투표에 의한 통합이 요구될 뿐이다. 특히 일관성을 잃은 채 갈팡질팡하는 행정안전부, 자중지란에 빠진 그 모습은 국가행정에 대한 신뢰마저 떨어뜨렸다.<박재근 기자>

박재근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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