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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장벽 붕괴 20년과 한반도
베를린장벽 붕괴 20년과 한반도
  • 승인 2009.11.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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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지 20년째 되는 날이다.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독일은 사실상 통일의 길로 접어들었고 옛 소련의 지배하에 있던 동유럽 국가들이 공산독재를 벗어버리고 민주화의 과정을 밟았다.

 베를린 장벽의 붕괴는 이처럼 세계사적 변화를 이끌어 낸 거대한 시작이었다. 20년이 지난 이제 세계의 지도는 과거 냉전시대 때는 꿈도 꾸지 못할 지경으로 달라져 있다. 냉전시절 악의 제국은 사라졌고 세계화와 시장경제는 거역할 수 없는 흐름으로 자리를 굳혔다.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국토가 물리적으로 분단되고 이념이 아직도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는 곳은 한반도 뿐이라는 느낌이다.

 독일 통일은 1990년 공식적으로 선포됐지만 실질적인 통일의 시점은 베를린 장벽의 붕괴로 봐야 할 것이다. 독일은 장벽 붕괴 20년을 맞아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브란덴부르크 문에서 열리는 이 행사에는 당시 통일의 주역인 독일, 미국, 러시아 수뇌부를 비롯해 세계 각국 지도자가 참석해 ‘자유의 파티‘를 벌인다.

 그러나 화려한 축제의 뒤안에는 여전히 통일의 그늘이 드리우고 있다는 사실이 엄존한다. 1조2천억 유로라는 천문학적인 통일 비용을 지출하고도 동서독간 지역격차는 여전하고 동독인들의 열등감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독일 국민의 15%가 베를린 장벽이 다시 세워졌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될 정도라고 한다.

 분단국가로서 우리에게 독일 통일이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전문가들은 독일 통일 과정에서 반드시 배워야 할 점을 여러가지 꼽는다. 그중 세가지를 추린다면 첫째로는 통일은 치밀한 계획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갑작스럽게 다가온다는 교훈이다. 철통 같았던 베를린 장벽도 동독 공산당 선전담당 비서의 즉흥적인 답변에 살을 보탠 언론이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는 보도를 타전하면서 순식간에 허물어진 역사는 이를 증명한다.

 둘째는 교류, 협력을 늘려나가는 것이야 말로 전쟁을 막고 통일로 가는 좋은 방법이라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주변 강대국의 동의와 협력을 얻어내는 지혜가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강대국 독일 조차도 혼자 힘으로는 통일을 성공시키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설령 통일이 성사된다해도 내적 통일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며 모두의 인내와 관용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독일의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통일 과정은 아마도 한 세대를 상징하는 30년 이상의 시간이 흘러야 화학적 결합으로 진전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남한의 국민총소득(GNI)은 북한의 38배이고 수출액은 384배에 달하고 있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남북한 격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통일 당시 독일에 비해서 상황이 매우 좋지 않으며 따라서 통일비용과 부담도 그만큼 커질 것으로 우려되는 대목이다.

 게다가 잘만 발전시키면 통일 한국을 위한 발판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6자 회담은 북한의 핵도발로 인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또 통일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도 식어가고 있다는 조사결과들도 나오고 있어 안타깝다. 누군가 통일을 이야기하지 않게되면 통일은 찾아온다고 이야기했다지만 그것이 무관심을 말하는 것은 아니어야 한다.

 분단을 뛰어넘는 것은 단순한 선호의 문제를 떠나 한민족의 생존과 번영의 필수조건이라는 명제가 흔들려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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