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7:27 (금)
우리말 우리글 우리가 사랑해야
우리말 우리글 우리가 사랑해야
  • 이대근 기자
  • 승인 2009.10.21 2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대근
진주취재본부 부장
 지난 10월 9일은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 반포한 지 563돌 되는 날이었다.

 ‘한글날’인 이날 우리글의 우수성을 알리는 행사도 있었지만 한글이 따돌림을 받는 현상은 올해도 지속되고 있다.

 한글날을 즈음해 한글학회 진주지회(회장 곽재용)는 우리말 우리글 바로쓰기 운동의 하나로 아름다운 우리말 가게이름을 선정, 발표했다.

 아름다운 우리말 가게이름 선정은 한글 학회가 문화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의 후원으로 우리말 우리글 바로쓰기 운동의 하나로 2001년부터 벌여온 이 행사의 취지는 아름다운 우리 말글 가게이름을 뽑아 이를 북돋우고 널리 알림으로써 우리 말글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우고 우리말 가게이름 짓기를 권장해 ‘아름다운 우리의 거리’ 를 만드는 데 있다.

 대상으로 선정된 ‘키 큰 나무 작은 풀숲’(금산면 소재) 은 말 그대로 작은 풀숲에 키 큰 나무가 있는 형상을 그대로 드러낸 것인데, 작은 풀숲과 키 큰 나무의 조화를 염두해 두고 이름을 지었다.

 또 이날 진주시청에서는 이색적인 기자회견이 열려 주목받았다. 진주시의회 강민아 의원과 민노당 진주시위원회가 ‘한글이 있어 더욱 아름다운 도시, 진주’를 주창하며 한글사랑을 호소했다.

 이들은 진주시내 거리 간판을 한글로 표기할 수 있도록 관리ㆍ감독을 강화하고 혁신도시 ‘남가람 신도시’의 거리를 우리말 간판거리로 만들 것과 진주시와 진주시의회의 명패를 한글 명패로 바꿀 것 등을 제안했다.

 우리가 얼마나 자국어인 한글을 천대했으면 이같은 소동(?)이 벌어졌을까.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소수 민족 찌아찌아족이 자신들의 언어를 표기할 공식 문자로 한글을 도입하는데도 불구하고 우리가 우리의 글을 외면하는 것은 아닌지 깊이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특히 각 지자체들이 행정 용어ㆍ표어 등에 무분별한 외래어를 쓰며 부적절하거나 헷갈리는 용어로 시민들의 이해를 어렵게 하는 사례도 많다. 새로운 시책이나 표어 등을 발표하며 세련된 느낌을 주거나 개념을 압축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종종 외래어를 곁들여 쓰고 있다.

 그러나 외래어를 그대로 쓰거나 어원이 불분명한 외래어를 분별없이 쓰는 경우가 많아, 국가가 국어를 배척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창원시의 경우 몇해 전부터 수발이 필요한 노인 가정을 상대로 외출 동행, 생활 보조 등을 해주는 ‘노인 돌보미 사업’을 시작하며 노인 가정에 서비스 이용권인 ‘바우처(Voucher)’를 제공하고 있다.

 ‘바우처’는 ‘정부가 특정 수혜자에게 교육, 주택, 의료 등의 복지 서비스에 대해 직접적으로 비용을 보조해 주기 위해 지불을 보증해 내놓은 전표’라는 뜻이지만, 노인들 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단어다.

 소방방재청이 위급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각 독거노인 가정에 119 상황실과 연계해 설치한 휴대용 발신기의 이름은 ‘무선 페이징 시스템’이다.
 ‘페이징’이라는 단어는 국어 사전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단어로, 무선 발신기가가 낯선 일반인들에게는 어원조차 불분명한 표현이라 이름만 듣고는 어떤 장치인지 짐작하기도 어렵다.

 마산시 보건소는 거동 불편자에게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스마일 홈 닥터 시스템(Smile Home Doctor System)’이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이용자인 노인들에게 의미가 와닿기 어려울 뿐 아니라 정확한 이름조차 부르기 부담스러운 표현이다.

 외래어를 잘못 사용해 불필요한 오해를 사는 경우도 있다.

 거제시는 2007년 거제를 알리기 위한 표어를 정하며 ‘블루시티 거제’(Blue-city Geoje)를 공식 표어로 지정했다.

 거제시는 이 표현이 4면이 ‘푸른’ 바다를 끼고 있는 환경과 세계적인 조선도시를 이끌고 있는 산업역군(블루칼라)을 함께 상징해 조선산업과 관광휴양도시를 함축적으로 표현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블루’라는 단어는 영어로 ‘파랗다’라는 의미 외에도 ‘우울한’, ‘비관적인’, ‘차가운’, ‘창백한’ 등의 뜻으로도 널리 쓰이는 단어로, 이는 결국 외국인에게는 거제시의 의도와 다른 엉뚱한 의미로 해석될 소지를 준다.

 우리의 한글은 어떤가. 솔숲을 스쳐가는 바람소리, 얼음장 밑으로 봄물 흐르는 소리, 심지어 달빛을 타고 소담하게 피어나는 박꽃 피는 소리까지도 놓치지 않고 담아낼 수 있는 게 우리 한글이다.

 우리말의 우수성은 우리가 더 잘안다. 한글 중에는 ‘탄다’는 말이 있다. 사람이 말을 타고 가을 햇살에 아낙의 손등이 탄다. 또 우리는 이 가을. 가을을 탄다. <이대근 기자>

이대근 진주취재본부 부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