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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실업대책, 기술교육에 해답 있다
[특별기고] 실업대책, 기술교육에 해답 있다
  • 승인 2009.10.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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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근
한국폴리텍대학 동부산캠퍼스 학장
 지난 4월 오바마 미 대통령이 워싱턴의 조지 타운대 연설에서 “인재들이 숫자를 만지고 복잡한 금융계산을 하는 일에 주로 종사해왔다”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물건을 만들어서 수출할 수 있는 더 많은 과학자와 엔지니어”라고 말했다.

 유능한 인재들이 유동성 금융 산업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월 스트리트의 고소득 유혹에 빠지지 말고 무언가 하나라도 구체적으로 만들 수 있는 제조업에 뛰어들 것을 직접 호소한 것이다.

 오바마의 발언은 오늘날 경제위기를 초래한 원인과 우리나라 실업자 100만 명 시대에 대한 해법을 동시에 시사하고 있다.

 사실 탄탄한 제조업이 뒷받침되지 않는 금융 산업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사상누각이다. 그럼에도 우리사회에는 어느 순간부터 힘들고 어려운 제조업 보다는 주식 투자 등 쉽게 돈 버는 것을 선호하는 풍조가 급속히 확산되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최근 금융에서 촉발된 사상 초유의 경제위기 국면을 맞아, 금융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거품이 빠지고 제조업의 중요성이 새삼 강조되고 있다.

 제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기술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사실 거리에 사람은 넘쳐나지만 기업에 필요한 기술 인력은 부족하다는 것이 산업현장의 하소연이다. 실업문제는 일자리 그 자체가 부족한 경우도 있지만, 산업계의 요구와 실업자의 역량이 일치(matching )되지 않을 때 더욱 심각해진다. 거리에 실업자는 넘쳐나고 있는 데 산업현장은 인력부족으로 허덕이고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당장은 아니더라도 지금의 경제위기가 어느 정보 회복되면 그에 따른 기술인력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그에 대한 사전 대비도 필요하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기술인력 양성에 개인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와 범 정부 차원에서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다행히도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교육기관이 있다. 필자가 몸 담고 있는 한국폴리텍 대학의 경우, 기술교육에 필요한 학비와 식비 등 모든 비용을 국가에서 부담할 뿐만 아니라, 별도로 교통비와 생활보조 수당까지 지급하는 1년 직업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본인에게 필요한 것은 기술을 배워 취업하겠다는 의지뿐이다.

 과거 기술 하나를 배우기 위해서 직장 상사의 눈치를 봐야 했던 시절에 비하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우리 학교 입학생의 부모 중 정비 사업을 하시는 분이 있다. 입학식 날 우연히 만났는데, 자녀에게 하는 말이 “아빠가 선배로부터 얻어 맞으면서 기술을 배우던 시절에 비하면 너희들은 정말 복받은 사람들이다”라면서 열심히 기술교육을 받을 것을 강조하였다.

 또 하나 놀라운 점은 입학생의 상당수가 전문대졸 이상이라는 점이다. 졸업장이라는 거추장스런 형식을 떼어버리고 자신만의 기술로 자신의 인생을 새롭게 출발하려는 진정한 용기있는 사람들이다. 실제로 상당수 졸업생들이 당당한 산업역군으로 인생 2회전을 살아가고 있다.

 한국폴리텍 대학은 전국에 산재해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의 폴리텍 대학에서 6000여 명의 인력들이 평생 써 먹을 수 있는 기술을 배우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물론 민간이 운영하는 각종 직업학교도 있다.

 한마디로 기술을 배워서 취업하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새로운 인생을 출발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주어져 있다. 실업으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지금이라도 기술을 배워서 산업현장에 뛰어들 것을 강력히 권하고 싶다. 손에 기름 묻히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기술 인력이 넘쳐날 때 실업문제의 근원적 해소는 물론 탄탄한 경제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황석근 한국폴리텍대학 동부산캠퍼스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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