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21:30 (금)
오갈 데 없게된 함안
오갈 데 없게된 함안
  • 김동출 기자
  • 승인 2009.09.14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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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출
제2사회부장
 함안이 행정통합 논의에서 결국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돼버렸다.

 뒤늦게사 이런 사실을 안 함안군민들이 요즘 거의 분노에 찬 기세를 내뿜고있다 한다.

 사실, 모습을 보면 함안이 우스운 형국이 된 것은 맞다. 지난 10일 마창진 3자 2차 연석회가 열리던 그 시각에도 함안에서는 통합추진을 위한 기구가 꾸려지고 있었다.

 그 보다 앞선 7일 오후에는 가야읍 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함안군민준비위원회 창립총회가 무산되는 등 함안지역에서 행정통합 추진을 놓고 민관 간의 갈등이 고조되기도 했다.

 이러다 저러다 시기를 놓친 함안, 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짚어보자.

 함안에서 마함통합의 불씨가 지펴진 것은 지난 4월 경의 일이다.

 몇몇 함안지역 인사가 아무래도 정부의 행정통합 의지가 강하다는 걸 인식하고 통합을 할 바에야 마산과 하는 게 좋겠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그리고 곧 여론을 모으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래서 창립을 본 것이 지난 달 18일 이른바 민간기구 형태의 통합추진위원회다. 이름 하여 ‘행정구역통합 함안군추진위’. 여기에 참여한 인사들의 면면을 살피는 일도 흥미롭다.

 진종삼 전 경상남도의회 의장, 하성식 함안상공회의소 회장, 진석규 전 군수 등이 그들이다.

 마산과 창원시에도 민간추진위가 구성됐지만, 이는 관과 협력한 형태이고 민간이 행정에 앞서 주도적으로 창립한 추진 모임은 이 추진위가 최초여서 모임 결성에 관심이 집중된 상태였다.

 그러나 함안군은 이 같은 민간추진 움직임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보았다.

 조영규 함안군수는 이날 모임이 있기 하루 전인 17일 군청 기자실에 둘러 “최근 군내 일부 민간에서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은 군민에게 혼란을 줄 수 있으며 특정 지역과의 통합을 유도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 것은 이런 군 측의 태도가 투영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민간추진위측도 군의 이런 태세에 만만치는 않았다.

 민간추진위가 발족하는 날에도 위원장에 추대된 하성식 함안상의 회장이 “군수와 의장이 통합에 확실한 태도를 표하라”고 말하자 조영규 함안군수가 불쾌한 표정으로 서둘러 자리를 뜨기도 했다.

 본격적인 2라운드는 이달 7일 오후 가야읍 사무소 무대로 옮겨졌다. 이날 오후 열릴 예정이었던 의회 주관 함안군민 준비위원회 창립총회를 앞서 추진위를 구성했던 측에서 물리적으로 막는 등 실력행사에 들어간 것이다.

 민간측 추진위원회(위원장 하성식)측 소속 군민 150여 명은 이날 오후 총회가 예정된 가야읍사무소 앞에서 “통합을 지연시키는 옥상옥식 추진기구 출범을 중단하라”며 의회 주도 준비위원회 창립에 강하게 반발했다.

 일부 주민들은 총회장을 점거해 “합천부 반대”, “마창진함 조속 통합”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 과정에서 권병철 군의회 의장이 군민들에게 멱살을 잡히고 셔츠가 찢어지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날 나온 구호 ‘합천부 반대’는 마창 쪽과 통합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합천 의령과 통합돼 ‘합천부가 된다’는 것을 반대한다는 취지다.

 민간측 추진위측은 이날 “민간측 추진위원회가 이미 활동에 들어간 시점에서 사실상 관 주도의 위원회가 구성되면 군민에게 불필요한 혼란을 줄 뿐만 아니라 나아가 통합에 대한 군민의 여론을 양분시킬 우려가 다분히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까지가 함안군에서 현재 진행 중인 통합관련 움직임의 스케치다. 외부에서 보면 한마디로 ‘좀 웃기는 형태’고 내부에서 볼 때는 ‘한심한 작태’이다.

 그러는 사이 10일 마산시청에서 열린 마창진 2차 연석회의는 함안을 배제한 채 3개 시의 통합 추진을 결의해 버렸다.

 함안은 이렇게 우물쭈물하다 시간을 놓쳐버린 것이다. 10일 열렸던 마창진 2차 연석회의에 참석했던 함안측 인사들의 모습도 볼만 했다고 한다.

 발언권을 달라 했지만, 그날 참석했던 모 시장은 함안쪽 인사들이 앉아있는 것조차 달가워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선거구 문제가 걸려있는 바로 당사자 격인 조진래 국회의원이 이 자리에 참석, “지역발전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지역구에 연연해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미 ‘버스는 출발해 버린 후’였다.

 우물쭈물하다가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된 함안, 내부의 불협화음이 오늘의 일이 있게 한 단초였다고 지적을 해도 유구무언일 수밖에 없을 터이다.

김동출 제2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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