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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국가대표’와 ‘해운대’가 주는 감동
[기고]‘국가대표’와 ‘해운대’가 주는 감동
  • 승인 2009.08.3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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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환
경남도청 인사담당사무관
 올 여름을 시원하게 강타한 두 영화가 있다. 바로 ‘국가대표’와 ‘해운대’이다.

 ‘해운대’는 쓰나미라는 자연재해를 소재로 한 재난영화로 지난달 24일 1000만 관객을 동원하여 개봉 34일 만에 ‘괴물’, ‘왕의 남자’,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에 이어 역대 5번째 한국영화 ‘1000만 클럽’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고, 한국 최초의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을 소재로 한 스포츠 영화로 관심을 받고 있는 ‘국가대표’ 역시 관객 1000만 돌파를 위해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이 두 영화는 모두 그야말로 웃음과 감동적인 요소를 골고루 갖춘 수작이다.

 ‘국가대표’는 저마다의 상처를 간직한 멤버들이 모여 갖은 악조건 속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열정 하나로 똘똘 뭉쳐 당당히 그들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1996년 전북 무주 동계 올림픽 유치를 위해 급조된 비인기종목 스포츠인 스키점프 팀의 이야기를 다룬 우리나라 비인기종목인 스포츠의 현주소를 나타낸 영화였다.

 전반부에 보여준 비과학적이고 막무가내식 무식한 훈련과정은 우리 스포츠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가슴 아팠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츰차츰 제자리를 찾아가는 선수들의 실력향상을 보면서는 대견함을 느꼈다.

 특히 영화 후반부에 보여준 하늘을 비상하는 스키점프의 경기장면은 가슴 짜릿한 스릴과 박진감, 감동을 주었다. 후보 선수 하나 없이 출전한 우리 대표팀의 선수 부상에서는 가슴 시린 아픔과 안타까움을 느꼈고 손에 땀이 나도록 4차원 봉구의 선전을 기대하고 응원하기도 했다.

 ‘스키점프!’ 가끔 외국영화에서나 보았던 장면으로 우리나라에는 그런 경기 종목이 있는 것조차도 몰랐는데 영화에서 하늘을 비상하는 스키점프의 경기장면은 짜릿한 스릴과 박진감을 주었다.

 연습장도, 제대로 된 지원도, 후보 선수 하나 없이 경기에 출전한 그들이 그 모든 악조건을 이겨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각자가 이루고 싶은 꿈, 목표의식이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 가는 그들의 집념과 끈기를 보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각자가 지닌 아픔과 열등의식, 자괴감을 동료애와 스포츠를 통해 치유해 가는 장면 하나하나가 감동 그 자체였다.

 그들의 꿈이 아파트고 군대면제이고 명예회복이며 부모로부터의 인정 등 다들 제 각각이지만, 그들에게 그렇게 절실한 목표의식이 없었다면 그렇게 혹독하고 지독한 훈련과정을 이겨내고 꿈을 이룰 수 있었을까?

 반면 ‘해운대’는 2004년 말 인도양 주변국을 휩쓴 쓰나미 대재앙을 우리나라 해운대에 접목시켜 재난에 대한 경각심과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 해주는 잔잔한 감동의 휴먼스토리이다.

 바다 속 지진으로 어마어마하게 덮쳐오는 해일의 위력 앞에 손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대자연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고 무력해지는, 그래서 우리 인간에게 겸손을 일깨우는 영화였다.

 지난해 발생한 화왕산 참사가 생각난다. 그렇게 바람 많은 날, 한번쯤 화재의 위험을 생각했더라면 억새 태우기 행사는 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러면 그런 엄청난 재난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훨훨 타오르는 화염속에서 오로지 직업의식 하나로 수많은 인명을 대피 시키고 자신은 한 줌 재로 사라진 한 신혼 여성공무원의 희생과 얼굴에 화상을 입었으면서도 위험을 무릎 쓰고 인명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창녕군 공무원과 우리의 소방공무원들. 영화 ‘해운대’는 바로 우리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필자가 공무원이어서 그런지 재난대책본부 전문가의 조언을 귀담아 듣지 않고 안이하게 대처하는 장면에서는 가슴 답답함을, 119구조대원의 살신성인하는 직업의식 앞에서는 숙연함이 느껴졌다.

 특히 영화속 이혼 후 서로를 미워하는 박중훈ㆍ엄정화 부부, 각자의 생각차이로 반목하는 삼촌과 조카, 오해로 이별을 결심하게 되는 사랑하는 연인이 죽음을 맞이하는 마지막 순간에 가서야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하며 용서하는 장면에서는 좀 더 일찍 서로를 이해하지 못함에 대한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이 세상 모든 사랑이 다 아름답지만 그 중 가장 아름다운 건 가족 간의 사랑이라고 한다. 아무리 주어도 아깝지 않고 주고도 또 주고 싶은 것이 사랑이라 세상살이 바쁘고 고달파도 오늘은 내 주변 내 가족에게 ‘고맙다, 미안하다, 사랑한다’라고 말해보자. ‘국가대표’처럼 꿈과 희망을 가지고 무한 열정으로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자.

 세상은 이렇게 아름답고 살 만하지 않은가.

이지환 경남도청 인사담당사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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