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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 술과 ‘깨진 유리창’ 이론
[열린마당] 술과 ‘깨진 유리창’ 이론
  • 승인 2009.07.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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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정
밀양경찰서 역전지구대 행정인턴
 ‘경찰’이라는 직업을 가슴에 안고 지구대 행정인턴으로 온지 5개월에 접어들고 있다.

 정부의 임시방편적인 지침이라는 비판의 목소리와 우려 속에 있는 행정인턴이지만 나는 지구대에서 생활하는 것만으로도 공부하는데 있어 최고의 동기부여가 되고, 실제적인 업무를 옆에서 지켜봄으로써 최고의 공부가 되고 있다.

 가끔 지구대의 일상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보면 지구대는 주취자들의 집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과연 정말일까? 소수의 지구대만 그런 것은 아닐까 생각했지만 지구대에서 인턴으로 있으면서 느낄 수 있었다.

 행정인턴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가 근무시간이다. 해가 중천에 떠있는 시간에도 주취자는 볼 수 있다. 술 냄새를 풍기면서 와서는 “내가 누군 줄 아느냐”부터 시작해서 욕을 하시며 행패를 부리는 사람까지 있다. 그런데 직원 분 말씀에 의하면 낮에 오는 주취자는 양반에 속한다고 한다.
 야간에는 더 심한 사람도 많이 있다고 한다. 처음 주취자와 직면한 나는 덜컥 겁이 나서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 지금은 조금 괜찮지만 여전히 겁이 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아침마다 출근하면 가끔 교대시간이 지났음에도 야간 직원분들이 계실 때가 있다.

 사건을 마무리 지으시느라 퇴근도 못하신 것이다. 피곤함이 가득한 반장님들 얼굴과 겹겹이 쌓인 사건서류들을 보면 지난밤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중 가장 많은 사건이 폭행사건과 음주운전이다. 음주운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술자리에서 작은 말다툼이 폭행으로 이어지고 기어코 경찰까지 폭행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들의 공통점은 ‘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술의 힘이 그들을 용감하게 만들고 술이 깨면 후회를 하는 사람들을 볼 때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범죄 이론 중 ‘깨진 유리창 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깨진 유리창을 방치하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이론이다. 음주운전에 있어서도 한잔쯤이야 하는 생각으로 운전대를 잡고는 더 큰 사고로 인해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건전한 음주문화는 나와 가족을 지키고 함께하는 사회를 만드는 지름길이라 생각한다.

박은정 밀양경찰서 역전지구대 행정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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