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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청소년이 행복한 나라 만들어야
엄마와 청소년이 행복한 나라 만들어야
  • 박재근 기자
  • 승인 2009.05.17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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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ㆍ생계ㆍ입시전쟁으로
열에 여섯은 불행한 나라
교육개혁ㆍ도덕성 회복을
박재근
창원취재본부장
 걱정이다. 열에 여섯은 떠나고 싶은 나라, 절반만 행복한 나라, 엄마도 살기 힘들고 아이들도 불행한 나라. 이게 뭔 말인가 싶지만 통계를 통해 드러난 우리의 실상이다.

 우리 청소년의 국가와 사회, 학교에 대한 불만도가 여간 심각한 게 아님이 드러나 걱정이다. 또 우리의 엄마들은 불행하다. 전통적, 권위적인 가부장제의 억압과 순종에서는 벗어났다.

 그러나 수많은 의무와 고통에 짓눌려 살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가사노동은 물론 생계나 아이들 학원비를 위해 맞벌이에 나서는 것도 예사다. 아이들 입시전쟁까지 혼자 떠맡는 ‘슈퍼 맘’으로 살아야 한다. 노후도 보장받지 못하면서 말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중국 청소년연구중심, 일본 청소년연구소와 공동으로 나라별로 중고교생 2000명을 대상으로 한 ‘2008 청소년 가치관 국제비교 조사’에서 우리나라 청소년은 ‘다른 나라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다’는 항목에서 59.9%가 ‘그렇다’고 답변, 중국(49.5%), 일본(38.8%)보다 훨씬 높았다.

 이는 말을 바꾸면 한국인이란 게 싫다는 청소년이 열에 여섯이나 되고, 상당수가 국가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놀랍고 서글프다. 미래 동량인 우리 청소년의 국가관이 이토록 낮고 부정적인지 온갖 생각을 하게 한다. 청소년을 꾸짖고 탓할 수 있을까.

 문제는 작금의 우리 사회가 청소년들에게 그런 인식을 갖도록 내몰았다는 점이다. 현대사를 통해 이 나라에서 일어난 총체적 부정부패를 보며 많은 국민은 염증을 느꼈을 것이다.
 또 입시지옥은 어떤가. 별보기 운동에 시달리는 그들에게 호연지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성폭행, 연쇄 살인, 숱한 안전사고 등 온갖 비뚤어진 현실에서 청소년은 절망감을 갖게 됐을 것이다. 앞만 보고 달린 우리 사회의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사회 전체의 각성이 요구된다.

 한국 청소년은 학교에 대한 불신도 매우 높았다. 학교 공부에 대한 흥미와 교사 존경심은 최하위다. 학생 적성을 살리는 입시제도 개선 등 교육개혁이 시급함을 뒷받침한다. 특히 기성세대의 도덕성 회복은 국가적ㆍ국민적 과제라는 사실이다. 그래야만 청소년의 건전한 국가관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한국의 엄마들은 불행하다. 불행은 노후까지 이어지는데 뼈 빠지게 자식들 키워 놓으면 뭐하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30% 이상이 자식들로부터 경제적 지원 한 푼 못 받는다. 10명 중 9명은 아예 자식들의 부양을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

 사회의 차별도 여전하다. 평균 교육기간 15년의 고학력에도 불구하고 일자리가 없다. 그나마 비정규직마저 감지덕지해야 할 판이다. 임금은 남성의 절반 수준(52%)이다. 정치참여율도 아직 14%에 불과하다. 이런 현실을 종합, 국제 아동권리기관인 ‘세이브 더 칠드런’ 은 한국이 세계 158개국 중 ‘어머니로 살기 좋은 나라’ 50위라고 발표했다. 2004년 16위에서 2005년 46위로 크게 떨어진 뒤 순위가 뒷걸음질치고 있다.

 통계를 거론할 것도 없다. 어머니로 살기 힘든 나라라는 사실은 미래 국가경쟁력에 치명적인 세계 최저 출산율(1.19명)만으로도 알 수 있다.

 우리의 엄마가 고생하면 아이들이라도 행복해야 할 텐데 그것도 아니다.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의 조사 결과, 한국 청소년들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행복감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았다. 엄마가 되기 싫어하고 살기 힘든 나라, 청소년까지 불행한 나라, 그 이유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가정의 달 5월도 어느덧 다한다. 엄마와 청소년이 행복해하는 나라, 그것부터 해결해야 한다.

박재근 창원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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