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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불오년, 국민들은 뒷모습이 아름다운 지도자상을 원한다.
권불오년, 국민들은 뒷모습이 아름다운 지도자상을 원한다.
  • 박재근 기자
  • 승인 2009.04.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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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근
창원취재본부장
권불오년(權不五年)이란 말이 또 적중하는가. 전직 대통령의 퇴임 후 국민적 추앙을 받는 정신적 지도자가 그리운데도 말이다. 경남은 전두환·김영삼·노무현 전 대통령을 탄생시킨 고향으로 더 없이 반겼고 기대감이 큰 반면 도민들에게 생채기도 남겼다.

대한민국의 헌정사에선 한 때 권력의 정점에 서 있었던 이들 중 상당수가 후임정권의 단죄나 비리사건 등으로 사법 처리되는 일이 반복됐다. 검찰의 박연차 게이트 수사로 참여정부 역시 실세들이 줄줄이 사법처리 대상으로 전략한데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마저 연류의혹이 불거져 참담함을 지울 수 없다.

이는 대부분의 정치권력이 각종 이권이나 금전적 이익의 유혹에 손쉽게 노출됐고 호가호위(狐假虎威)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그 고리를 끊지 못하고 후임정권에 의해 비리단죄란 역사의 쳇바퀴를 돌 듯 권불오년(權不五年)이 공식화된 감을 지울 수 없다.

권력무상을 보여준 역대 정권의 실세들은 어떠했는가. 5·6공화국의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렸던 전 전 대통령은 친구인 노 전 대통령에 의해 백담사로 쫓겨났고 노 전 대통령 역시 문민정부의 5·6공화국 청산으로 결국 전 전 대통령과 함께 수감생활을 했다. 또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5공화국의 2인자 장세동 전 안기부장도 권력무상을 맛보았다. ‘리틀 전두환’으로 불리며 호가호위했던 전 전 대통령의 동생 경환 씨와 ‘6공화국의 황태자’였던 박철언 전 의원 등 당시 실세들도 철장신세를 면치 못했다.

특히 두 전직 대통령 모두 천문학적인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드러나 국민적 공분도 샀다. 문민정부는 정권초기 사정과 역사바로세우기를 통해 전 정권을 단죄했으나 소통령으로 불린 김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 씨는 한보비리로 헌정사상 첫 대통령 아들 구속이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또 한보사건과 관련 당시 실세가 주창한 깃털 론은 국민들에게 회자되기도 했다.

국민의 정부시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홍업 씨와 삼남 홍걸씨도 조세포탈과 알선수재 혐의로 불명예 대열에 동참했다. 또 DJ 진영의 좌장이었던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과 DJ의 복심으로 통하는 박지원 민주당 의원 역시 후임정권에서 된서리를 맞았다.

도덕성을 역대 어느 정권보다 유달리 강조한 참여정부의 실세들도 마찬가지였다. 노 전 대통령은 후보시절 “내가 대통령에 당선 되면 대통령 비리란 말은 없어질 것”이라고 약속했다. 재임 중에는 “참여정부의 밑천은 도덕성”이라는 말을 되뇌었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 패밀리’가 풍비박산이 된 상태다. 형·측근들에 이어 전직 대통령 부부가 나란히 검찰 조사를 받게 될 초유의 사태까지 예견될 정도다. 이를 두고 시중에서는 노 전 대통령은 ‘이권개입땐 패가망신’을 주창했지만 “노가망신(盧家亡身)”이란 말이 회자될 정도다.

1987년 헌정 체제 이후 들어선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등 그 어느 대통령도 친인척과 실세들 이권 쟁탈의 발호로부터 무사하지 못했다. 국민들을 허탈하고도 서글프게 만든 ‘권불오년(權不五年)’이란 말이 이번에도 적중하게 됐다.

따라서 현 정부가 이런 맥을 끊는다면 그 자체가 헌정의 큰 발전을 이루는 것이다. 이제 국민들은 검찰 조사에서 한 치의 거짓 없이 진실이 밝혀지길 바랄 뿐이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위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는 황무지란 시를 통해 T. S 엘리어트는 “죽은 땅에서 잠든 뿌리로 겨울을 견디고 이렇게 봄은 온다”고 했다. 따라서 이번 봄을 기화로 권불오년(權不五年)이란 말은 이 땅에서 영원이 사라져야 한다. 국민들은 ‘떠난 후 뒷모습이 아름다운 지도자 상’을 고대한다.

박재근 창원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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