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6:17 (금)
[기고] 仁山의 독립운동행적
[기고] 仁山의 독립운동행적
  • 승인 2009.03.09 2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윤세
전주대 대체의학대학 객원교수
 지난 3월 1일 삼일절은 우리 민족이 일제의 압제에 항거해 손병희 선생 등 민족대표 33인에 의해 작성된 독립선언문을 선포하고 자주독립의 의지를 세계만방에 알린지 90주년이 되는 뜻 깊은 날이다.

 이 날을 기화로 수많은 독립지사들이 나라를 되찾기 위한 일념으로 일신의 생사(生死)와 가족들의 안위(安危)를 돌아보지 않고 피로 물 드는 전쟁터로 나아가 일본군경과 목숨을 건 싸움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기 시작한다.

 대부분의 독립지사들이 일제와의 싸움 와중에 사망했고 살아남은 이들도 모진 고문으로 심신(心身)이 황폐화되는 비극을 겪었으며 그 가족들 역시 비참하기 이를 데 없는 삶을 면하지 못했다.

 삼일절 9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민족공동행사’(대회장 한양원)가 민족진영의 250여 단체 대표들과 7개 민족종교단체 최고지도자, 정관계, 재계, 학계 등 300여 명의 뜻있는 인사들이 모인 가운데 지난 3월 1일 오후 2시 삼일절 만세운동이 시작된 서울 종로 2가 파고다 공원에서 한민족운동단체연합 윤승길 사무총장의 사회로 열렸다.

 이날 행사는 한양원 민족종교협의회장의 대회사에 이어 최근덕 성균관장, 김동환 천도교 교령 등 각계 인사들의 격려사 및 축사, 정우일 시인의 헌시, 참석자 모두의 만세 삼창 순으로 진행되었으며 오후 6시에는 세종문화회관으로 자리를 옮겨 삼일절 행사를 마무리하는 만찬이 열렸고 이 자리에서 필자 역시 독립운동가의 유족으로서 행사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축사를 통해 평소의 소회(所懷)를 밝힌 바 있다.

 먼저 “을사(乙巳) 늑약의 무효를 천명하면서 나라의 광복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라는 고종황제의 칙서를 이시영 선생으로부터 전달받아 오랜 세월 가슴에 품고 다녀 너덜너덜해짐에 따라 그것을 손수 베껴 썼는데 그것마저 다 헤어지자 무척 안타까워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선친 인산(仁山) 김일훈(金一勳) 선생(1909∼1992)의 독립운동가로서의 행적의 일단을 밝혔다.
 만주에서의 전투 중 수많은 동지들이 일본군경의 총에 맞아 피를 흘리면서도 가슴속에서 태극기를 꺼내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장렬하게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도 뒷날 와서 장례를 치르자며 황급히 그 자리를 벗어난 뒤 다시 돌아갈 수 없게 되어 스스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자 그 뒤로 늘 언 땅에 쓰러졌던 그들이 생각난다며 평생 요를 깔지 않고 맨바닥에서 잠을 잔 일화도 소개했다.

 이어 암, 난치병의 창궐로 비명횡사하는 이들이 급증함에 따라 천부(天賦)의 의료 지혜와 신약 묘방을 활용해 수많은 병자들을 구료해온 아버지 인산의 경험의방 내용을 직접 구술 받아 1986년 ‘신약(神藥)’이란 책으로 펴내(50만부 이상 판매됨) 세상에 알리는 과정에서 “아버지의 의료행적에 초점을 맞추느라 독립운동가로서의 생애를 조명하는 노력을 본의 아니게 소홀히 한 불효(不孝)를 저지르게 되었다”고 고백해 분에 넘치는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 땅의 대다수 애국지사들이 어떤 대가를 바라고 독립운동을 전개한 것은 아니지만 광복에 이어 정부 수립 이후 그에 상응하는 예우는 고사하고 오히려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는 결과로 나타난 것은 나라의 앞날을 생각할 때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다. 역사를 올바로 확립하여 나라가 존립하는 한 대대손손 교훈을 삼을 수 있도록 애국선열과 독립지사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를 갖추기 위해서는 적어도 어떤 이유였던 간에 대놓고 일제의 편에 서서 제 민족을 못살게 굴거나 위해(危害)를 가한 친일세력들을 다시 등용해 부귀를 누리게 하는 반민족적 처사만은 절대로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남으로써 마치 쇠꼬챙이처럼 꼿꼿한 수많은 독립지사로 하여금 발길을 돌려 초야(草野)에 묻혀 쓸쓸하게 생애를 마감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1956년, 정계 지도자들의 ‘벼슬 제의’를 거절하고 아내(장영옥)와 다섯 살 난 아들(김윤우), 두 살 난 아들(김윤세, 필자)을 이끌고 남원시 운봉을 거쳐 이곳 함양 땅으로 들어와 산판 목물 등 막노동으로 신고(辛苦)의 삶을 살다가 생애를 마감한 인산 김일훈 선생도 그런 독립지사 중의 한 분이다.

 이러한 인산 김일훈 선생 탄신 100주년 기념행사가 오는 4월 18일 오전 11시 함양읍 죽림리 인산연수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김윤세 전주대 대체의학대학 객원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