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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보고 섬진강 살리기
생태계 보고 섬진강 살리기
  • 김동출 기자
  • 승인 2009.02.18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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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출
제2사회부장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섬진강 길에도 봄기운이 슬금슬금 묻어나고 있다면 너무 이른 표현이 될까.

 섬진강은 전라남ㆍ북도와 경상남도 등 3개 도와 12개 군을 가로지르는 한반도의 대표적인 강 중 하나다.

 수심이 얕아 배들이 오가지는 못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곳엔 강을 건너는 거룻배가 여럿 있었다.

 섬진강은 현대문명의 폐해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으로 소박하게 사는 사람들을 보듬고, 자연 속에서 같이 먹고 일하고 노는 삶을 기꺼이 끌어안는다. 그래, 섬진강을 어머니 자궁과도 같다고 노래한 시인도 있었다.

 전라북도 진안군에서 시작해 전라남도를 거쳐 경상남도 하동을 지나 남해로 흘러드는 큰 물줄기인 섬진강의 길이는 장장 212km다.

 섬진강 가로는 19번 국도가 그림처럼 펼쳐져 사계절 내내 관광객들의 걸음을 유혹한다.

 이 길을 두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 해도 지나침이 없을 터다. 이 길을 달려보지 않은 사람은 대한민국의 길을 제대로 안다고 말할 순 없지 않을까.

 봄이면 주변의 화개장터에서 쌍계사까지는 10리 벚꽃길이 펼쳐지는데 이 길을 젊은 연인들이 손잡고 걸으면 맺어진다고 해서 ‘혼인길’이라고 한다.

 인근의 하동 악양면에는 소설 토지의 무대가 그대로 재현돼 있어 연중 나그네 맞기에 항상 분주하다.

 게다가 평사리 강변에는 은빛 모래가 반짝거리고 강물은 어제 그랬던 것처럼 오늘도 말없이 흐른다.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 개울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 / 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 숯불같은 자운영꽃 머리에 이어주며/ 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 식물도감에도 없는 뜰에…(김용택의 ‘섬진강I’).

 이런 섬진강이 그 사이 신음을 앓고 있었던 모양이다. 하류쪽 섬진강의 해수가 역류, 바다로 변하는 등 날로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는 것. 실제로 섬진강 하류는 그 유명한 재첩이 점차 사라질 처지에 놓였다고 한다.

 재첩 뿐 아니라 은어, 메기, 참게 등 민물어종이 살아야 하는 강물에 도다리, 전어 등 바다어류가 서식한 지 오래고 염분의 영향으로 하우스 철재도 부식되는 등 농민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이로 인한 피해액이 연간 56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사정이 이렇게 심각하자 경남도는 정부의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에 섬진강을 포함시키는 사업계획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는 않으나 지금이라도 ‘섬진강 구하기’에 나서고자 하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섬진강을 살리기 위해서는 그 원인부터 철저히 규명하여야 한다. 섬진강의 바다화는 하류로 유입되어야 할 수량이 상류 쪽에서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즉 전기생산 등으로 인해 상류지역의 수량을 다른 지역으로 빼내다보니 정작 섬진강 하류로 향하는 강물의 유입량은 줄고 여기다 바닷물이 역류해 이 같은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광양권 개발도 섬진강의 바다화에 일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연은 한번 파괴되면 복구에 소요되는 시간이 너무나 오래 걸리고, 그 폐해도 만만치 않다. 또한 자연이 분노하면 그 재앙은 곧 바로 인간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우리는 아직도 상채기가 남아있는 창녕 화왕산에서 보았다.

 그러므로 ‘인간들이여, 자연을 경배하라’는 지적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겠다. 섬진강 구하기는 바로 이런 마음 가짐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김동출 기자>

김동출 제2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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