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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 범죄 교과서가 된 수사물 드라마
[열린마당] 범죄 교과서가 된 수사물 드라마
  • 승인 2009.02.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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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김해서부서 형사지원팀장
 국내 TV에서 방영되는 외국의 범죄 수사물 드라마가 적지 않다.

 2000년 첫선을 보인 ‘CSI’ 시리즈는 과학수사대의 활약을 다룬 드라마다.

 범죄심리분석관인 프로파일러의 활약을 다룬 ‘크리미널 마인드’, 피해자의 뼈를 추적해 살해 방법과 살인자를 찾아내는 ‘본즈’, 과거 미해결된 사건을 재수사하는 ‘콜드케이스’ 등도 방영된다.

 영국 역시 수사물이 인기다. 희대의 연쇄 살인마 잭더 리퍼의 얘기를 그린 ‘화이트채플’은 최근 첫선을 보이자마자 30%의 시청률을 올렸다. BBC에서 새로 론칭한 드라마 두 편 모두 범죄 수사물이다. 국내 지상파인 MBC는 ‘CSI’를, SBS에선 ‘넘버스’를 방영해 인기를 모았다.

 미디 전문 케이블 채널인 폭스 채널의 드라마 10편 중 9편이 범죄 수사물이다.

 수사 드라마는 ‘범인은 반드시 잡힌다’는 교훈을 주지만 문제가 크다.

 드라마 내용이 범죄 방법을 가르쳐줄 우려가 있어서다.

 평소 CSI 팬임을 자처했던 범인은 DNA 채취로 범행이 발각될 것을 우려, TV가 보여준 대로 뒤처리를 감행했다.

 영국 더 타임스는 ‘CSI 효과가 범죄자들에게 증거를 감추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법의학 전문가들과 검사, 경찰 상당수가 드라마가 범죄자들에게 증거를 인멸하는 최선의 방법을 교육시키고 있다고 불평하고 있다”고 전했다.

 범죄 수사 드라마와 영화가 인기를 끄는 건 인간의 공격적 욕구와 성적 욕구를 대리만족 시켜주기 때문이지만, 문제는 모방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반사회적 성향을 지닌 사람들이 이런 작품에 계속 노출될 경우 마치 영화 대본을 따라 하듯, 행동의 틀을 형성하게 된다.
 연쇄 살인범 강호순도 “DNA가 묻었을까 봐 손가락 끝을 훼손했다”,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옷을 모두 벗긴 뒤 불태웠다”고 한다.

 범죄 수사 드라마ㆍ영화가 일종의 ‘범죄 교과서’가 되는 실로 살기 어려운 세상이다.

김태현 김해서부서 형사지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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