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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부재 세상, 보듬는 배려가 필요하다
소통 부재 세상, 보듬는 배려가 필요하다
  • 승인 2009.01.2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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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출
제 2사회부장
 그러잖아도 글로벌 경제 위기다 뭐다 해서 세상이 어수선한데, 설 밑 몇 가지 소식들이 국민들을 더욱 슬프게 만든다.

 서울 용산에서는 철거민들이 농성을 벌이는 현장에 경찰청 특공대가 전격 투입돼 철거민과 경찰 등 7명이 숨지는 참혹한 사건이 발생했다 하고, 창원에서는 악플로 인한 송사에 3년간 시달리다 심신이 지친 고교생이 아파트에서 몸을 던져 숨진 채 발견됐다 한다.

 두 현장 모두 국민을 더 아프게 만드는 것은 결국은 소통의 부재가 빚은 비극이라는 점이다.

 용산의 철거민들이 왜 그렇게 ‘결사 항쟁’을 외치며 극렬히 대항했는지, 그들의 아픔은 무엇이었는지를 사회는 알려고 하지 않았고, 언론은 그들의 상황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또 이들을 보는 관계당국의 시각은 ‘법 질서를 현저히 해치는 집단’이나 ‘경찰특공대 투입이 필요할 정도로 극렬한 무리’였던 것이다.

 사고 이후에도 용산 현장에서는 철거민 단체 회원과 시민 1000여 명(경찰 추산 800명)이 희생자를 추모하는 촛불집회를 벌였는데 경찰이 도로를 무단 점거한 이들을 강제 해산시키려 하자 또 다시 충돌이 빚어져 시위대의 이동을 차단하던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이 또 벌어졌다.

 왜들 이러는가? 정녕 국민과 경찰은 돌을 던지고 제압을 강행하는 상대가 된 것인가? 법질서 확립은 물론 중요한 일이다. 누군가 법 질서를 어기면 다른 쪽에서는 그 만큼 불편함이 초래되므로 경찰은 법질서 확립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법질서 확립의 방법은 다양하게 강구돼야 한다.

 경찰이 테러진압용으로 육성된 경찰특공대를 전격 투입시킨 일이 과잉진압이라는 지적은 이래서 나온다.

 경찰이 농성 개시 하루 만에 강제 진압에 나선 것도 과연 꼭 그랬어야만 했을까는 의문이 제기되는 부문이다.

 법질서 확립 이전에 왜 철거민들이 농성에 들어가게 됐는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들이 요구하는 바는 무엇이었는지, 협상과 대화를 통해 풀어갈 방도는 없었는지도 앞으로 연구할 과제다. 그래야만 이번과 같은 제2, 제3의 철거민 사건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창원에서 일어난 고교생 투신 자살은 한편으로 너무 가슴 아픈 일이다. 중학생 시절부터 고교생이 된 그 3년 세월을 송사에 휘둘렸으니 어린 마음이 과연 어땠을까.

 지난 19일 저녁 이 가여운 고교생 S군은 혼자 성당으로 가 신부에게 고해성사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 날 아파트에서 몸을 던져 짧은 생을 스스로 거뒀다.

 사연은 그의 주검 만큼이나 처참하다. S군이 아버지 아이디로 한 온라인 게임 전문 포털 게시판에 악플(비난 댓글)을 달았다는 이유로 서울 지역의 모 변호사에 의해 고소를 당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경찰은 고교생의 아버지를 조사했지만, 무혐의로 처리했다.

 누군가 아버지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글을 올린 것으로 판명돼서다. 그렇게 일이 끝났더라면 S군의 죽음은 없었어도 됐을 터다.

 같은 해 12월 아버지 앞으로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2000만 원 손해배상청구 소장이 날아왔다. 변호사는 아버지 명의를 도용한 이가 S군이라며 부모 책임을 물은 것이다.

 결국 지난 해 6월 법원은 아버지에게도 아들을 잘 가르쳐야 할 책임이 있다며 배상액 100만 원 지급을 선고했다.

 그러나 변호사는 고교생이 반성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10월에 항소를 제기했다.

 올 1월 어머니와 고교생은 서울에서 열린 항소심 조정기일에 참석했고 판사는 고교생에게 사과문을 쓰라고 했다.

 결국 변호사는 소를 취하했다. 하지만 고교생의 가족과 본인은 마지막까지도 취하 사실을 모르고 있었고 S군은 스스로 목숨을 내던진 것이다.

 이 모두는 소통 부재 탓이다.

 따스한 마음으로 보듬기를 하지못한 우리 사회의 시류 탓이다. 말로만 말고, 어려움에 처한 우리 이웃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풍토가 너무나 아쉽다.

김동출 제 2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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