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20:00 (금)
‘공룡 여당’의 패착
‘공룡 여당’의 패착
  • 승인 2009.01.14 19: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유제
정경부장
 최근의 국회 폭력사태는 한나라당과 국회사무처가 야당 국회의원 3명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일단락된 분위기다.

 하지만 국회 다수당인 집권여당을 지켜보고 있는 국민들의 눈은 허망하다.

 왜일까?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관계, 주요 현안에 대한 범여권 내부의 분열조짐 등에 대해 국민들의 부정적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먼저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관계를 보자.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2일 주례 라디오연설을 통해 국회 폭력사태를 ‘한국 특유의 거친 민주주의’라며 국회를 질타하자, 한나라당은 곧바로 ‘국회 폭력방지특별법’ 제정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이는 지난달 대통령과 청와대가 나서 예산안 처리의 ‘속도전’을 주문하자, 당 지도부가 곧바로 예산안을 강행처리한 뒤 ‘입법전쟁’을 선포한 것과 유사하다.

 여야 합의를 통해 예산안과 법안 처리를 기대했던 국민들에게 ‘국회 폭력사태의 원인을 한나라당이 제공했다’는 야당의 주장이 일부 설득력 있게 다가 온 이유이기도 하다.

 한나라당은 현재 국회에서의 폭력행위를 방지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국회폭력방지 특별법’ 제정을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다. 박희태 대표와 홍준표 원내대표의 강력한 추진의사가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국회의원이 금고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으면 의원직을 상실하게 돼 있는 현행법상 국회 안에서 폭력행위를 저지른 의원에 대해 1년 이상의 징역형 등 중형을 부과토록 한 이 특별법안은 당 안팎에서 논란의 대상이다.

 특히 범여권 내부의 분위기부터 녹록치가 않다. 남경필 원희룡 등 당내 소장파 의원들이 잇따라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김형오 국회의장도 14일 “굳이 특별법까지 제정할 필요가 있느냐”며 신중론을 제기했다.

 한때 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도 “현행법 가지고도 충분한 데 국회의원들만을 겨냥해서 하는 이런 법, 이거 국제적인 가십거리”라고 평가절하했다. 2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이 특별법을 통과시키겠다는 한나라당 계획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그는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제명방침에 대해서도 “국회의원은 법이 있든 없든 언행이 단정하고 존경받아야 하는데, 똑같은 사람들이 누가 누구를 제명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범여권의 이 같은 부정적 기류와 함께 국민들도 국회폭력방지특별법에 대해 찬성 보다는 반대가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KSOI)가 14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입법전쟁 과정에서 벌어진 폭력사태의 원인에 대해 ‘현 정부여당이 논란이 있는 법안들을 무리하게 추진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무려 57.1%인 것으로 조사됐다.

 여당의 국회폭력방지법에 대해 ‘국회 전반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것’이라는 찬성 의견은 36.9%에 그친 반면 ‘야당의 반발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반대 의견은 46.0%에 달했다.

 당 일각에서는 ‘법 제정은 밀어붙이되, 강력한 처벌조항은 손질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이처럼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자 한나라당은 곤혹스런 표정이다. 집권여당의 ‘패착(敗着)’이다.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구속에 대해서도 국민정서는 한나라당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으므로 반대한다’는 의견이 50.1%로 절반을 넘었다. 여당 주장대로 ‘사회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찬성한다’는 의견은 37.9%에 그쳤다.

 게다가 한나라당 공성진 최고위원을 비롯한 일부 여당 중진의원까지 나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공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의 미네르바 구속수사는 지나친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공 최고위원 등의 공개적인 반대 입장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책임’을 강조해 온 한나라당 당론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에서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미네르바’ 구속에 대한 당내 이견과 부정적 국민여론 등을 볼 때 역시 집권당의 패착이 아닐 수 없다.

 한나라당의 잇단 패착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내년 6월 실시되는 지방선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182석의 거대 공룡 여당이 걱정되는 이유다.

박유제 정경부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