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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국회가 국민을 무시하는 나라
[기고] 국회가 국민을 무시하는 나라
  • 승인 2008.12.0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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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예산안 처리를 놓고 여야 의원들이 벌이는 힘겨운 줄다리기와 볼썽사나운 실랑이가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어느 한두 정당에 국한된 일도 아니었지만 연륜이 높아짐에 따라 ‘좀 나아지겠지’ 하는 국민들의 기대와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

 우리 사회에 주객이 바뀐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국민의 대변자를 자처하는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눈치를 보는 것은 고사하고 국민의견은 아예 무시한 채 당리당략과 파벌, 집단이기주의, 조화와 균형을 잃은 독선과 파행, 끼리끼리 문화, 상생상합이 아닌 상충상극이라고 하는
‘억지와 무리의 정치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에 대해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심히 유감스러울 뿐이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위기로 이어지면서 세계 경제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위기국면을 맞아 우리 경제에 미칠 크나큰 여파와 지대한 악영향에 대해 온 국민이 전전긍긍하고 있고 실제로 줄줄이 부도사태로 이어지기 시작했는데도 민생을 위한 경제 위기의 급한 불을 끄려는 공동 노력 보다는 이상한 명분싸움에 집착하는 모습만 여전히 보여주고 있다.

 시급한 처리를 요하는 민생법안이 산적해 있고 중지를 모아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산더미 같은데도 정작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국회의원들은 아무것도 급할 게 없다는 듯 한 ‘배짱 정치’를 하고 있다.

 한 나라의 입법기관의 일원이라면 흑백논리의 이분법적 사고로부터 좀 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으리라고 본다.

 총성 없는 무한 경쟁의 전쟁터인 국제사회를 살아가는 요즘, 우리들의 경쟁 상대는 결코 국가 울타리내의 한국사람 끼리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진흙 밭에서 우리끼리 붙들고 싸우느라 힘 빼는 동안 정작 경쟁상대는 팔짱끼고 여유롭게 웃고 있을지 모른다.

 세계 어느 나라, 어느 시대이든 의원들 간에 견해차이가 없을 수 없고 정당 간 정쟁이 없을 수 없는 것이지만 대개 국가의 위기를 극복하거나 국가 이익을 보호하는 중차대한 문제 앞에서는 일치된 견해와 단합된 힘을 보여주는 것이 전통적으로 정상적인 의회의 모습이었다.

 의회가 정상기능을 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국가적 손실은 필설로 이루 형언할 수 없이 큰 것이고 후대에 두고두고 역사의 ‘반면교사’로서 기억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주어진 회기 내에 나라 살림에 쓸 예산이 제대로 편성되었는지 눈에 불을 켜고 치밀하게 심의해도 모자랄 판인데 허구한 날 상대를 비방하고 헐뜯으며 서로 공격하느라 여념이 없는 나날을 보내면서도 부끄러워하는 것은 고사하고 당연한 것처럼 여기는 국회의원들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마저 느끼게 된다.

 입법을 담당하는 국회의원들이 먼저 법과 규정을 준수하려는 노력을 소홀히 하여 회기를 넘기는 파행을 다반사로 여기는 국회를 보면서 아마도 자신에게 전권을 부여해준다면 당장 ‘국회 해산’을 명령하고 싶은 생각조차 드는 것은 비단 필자 한 사람 만의 심정은 아닐 것이다.

 상생과 조화의 수준 높은 정치, 아름다운 정치를 당장 구현해달라는 주문은 현재로서는 다소 무리이겠지만 사랑하는 온 가족들이 지켜볼 지도 모르는 TV 뉴스시간에 방영되는 정치판에서 욕설과 고함, 멱살잡이 등 그저 지나친 추태만이라도 더 이상 보이지 말고 나라 살림의 원활한 집행을 위해 조속히 예산안처리를 마무리해주기를 기대할 뿐이다.

김윤세 전주대학교 객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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