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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오바마의 미국’이 보여준 자정능력
[기고]‘오바마의 미국’이 보여준 자정능력
  • 승인 2008.11.09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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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미국의 제44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바마의 당선은 세계인들이 평가하듯 ‘미국을 바꿀 역사적 선거’의 결과임에 틀림없을 것 같다.

내년 1월 20일 취임하게 되면 미국은 1776년 독립 이후233년 만에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 시대를 맞게 된다.

“오랜 세월이 걸렸지만 오늘 밤 미국에 변화가 왔다”며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을 인용해“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가 이제야 탄생하게 됐다”고 선언한 오바마의 승리 연설이 시사하듯 변화를 갈망하는 미국민들의 선택에 의해 미국은 이제 ‘힘이 센 나라’에서 ‘훌륭한 나라’로 거듭날 준비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흑인들은 17~18세기에 아프리카 대륙에서 백인들의 노예로 미국으로 끌려와 짐승 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오랜 세월 죄 없이 ‘지상의 지옥’생활을 하다가 위대한 대통령 링컨의 노예 해방령으로 인해 자유인이 되었고 그 뒤 1965년 투표권법이 통과되기 전까지 투표에도 참여하지 못하는 등 여전히 유색인종에 대한 극심한 차별대우 속에 서러운 삶을 살다가 노예해방으로 자유인이 된 지 145년 만에 마침내 대통령을 배출했다.

지금까지 미국은 대통령의 호전적 성향이 빚는 국제적 불협화음 등 부정적 국가 이미지 또한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이러한 부정적 이미지는 세계인의 뇌리에서 쉽사리 사라질 가능성이 매우 희박했음에도 불구하고 선거 연설을 통해 국제사회에 새로운 인식을 확산시켜주고 기대를 갖게 한 오바마의 새로운 통치 이념은 미국에서 상당한 거리에 있는 먼 나라의 산골 마을 사람들에게까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아프리카 케냐에서 미국으로 유학 온 흑인 남학생과 미국중부 내륙 캔자스 출신 백인 여학생 사이에서 태어난 흑인 소년이 하와이와 인도네시아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미국의 하바드 대학을 거쳐 마흔 일곱의 나이에 세계 초강대국 미국의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는 것으로 요약되는 오바마의 개인사(個人史)와 그의 통치 방향 등 다른 이야기들은 연일 전 세계 매스컴을 장식하고 있는 만큼 이 자리에서 추가로 더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미국사회를 들여다보면 정말 해결난망의 문제의 집합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심각한 미국병’을 앓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번 오바마의 선택을 통해 미국민이 보여준 것은 그들의 건재한 자정능력 즉 인체로 말하자면 자연치유능력이다.

사람이든, 국가이든, 또는 자연이든 누구에게나 언제나 문제는 있게 마련이고 탈은 생기게 마련이지만 그러한 상황을 어떻게 지혜롭게 잘 극복하고 원래의 정상상태와 건강상태로 되돌려 놓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매케인의 아름다운 패배선언’으로 요약될 수 있는 ‘페어플레이 정신’을 단순한 구경거리로만 인식하고 그러한 상황이 정작 자신에게 닥치게 되면 깨끗한 승복 대신 고소 고발 음해 비방 등 유권자들의 낯을 찡그리게 만드는 온갖 추태를 연출하여 국민의 정치 염증을 더욱 악화시키는 우를 범하곤 한다.

선거전에서는 최선을 다해 열심히 싸우더라도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 오바마와 매케인의 정치적 목표가 다를 리는 만무한 것이고 그들의 목표는 오로지 미국의 국가적 이익과 번영이고 다만 방법론상의 견해차가 있었을 뿐이라는 사실을 이번 선거에서도 여실히 보여주었다.

“새로운 애국심과 책임감을 갖고 하나의 나라, 하나의 국민으로 함께 하자”고 제안한 오바마의 승리 선언은 그들의 싸움의 최종 목표가 무엇이었는지를 잘 설명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번 미국의 선거드라마를 통해 선거판의 이전투구식 추태가 줄었으면 하는 것은 국민의 한사람,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인들에게 기대하는 소박한 바람이다.

김윤세 전주대학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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