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20:31 (금)
‘상시국감’ 효율적 방안 마련해야
‘상시국감’ 효율적 방안 마련해야
  • 승인 2008.11.04 1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8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지난달 31일 대통령실에 대한 국감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그런데 정책국감의 발목을 잡았던 자료제출 거부나 증인 불출석 등에 대한 후속조치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번 국정감사는 행정부와 공기업 및 지방자치단체 등 각 정부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특히 쌀 소득 직불제 부당수령 문제를 쟁점화시킨 것은 가장 큰 소득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국정감사를 준비하던 상당수 국회의원실이 황당한 경험을 많이 했다고 한다. 가장 황당한 일은 국회법 등에 따라 제출하도록 의무화되어 있는 국감자료 제출 거부다.

정부기관의 자료제출 거부는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의원들에게 집중되긴 했지만, 여당인 한나라당 소속 의원실에서도 같은 경험을 한 경우가 많다고 하니 도가 지나쳤다는 평가다.

심지어 국감을 벌이고 있던 야당의원에 대한 피감기관 고위간부의 폭언과 물리적 가해행위 등 국정감사를 방해하는 각종의 불법행위들을 지켜본 기자들은 저마다 혀를 차기도 했다.

문제는 국정감사가 끝난 뒤의 후속조치다. 대다수 상임위의 국감이 끝난 지 보름이 다 되어 가지만, 국감 과정에서 지적된 문제들에 대한 조치가 이뤄지는 것을 보지 못했다.

여기에는 국회의 뿌리 깊은 관례가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감이 한창 진행 중일 때 잠시 만났던 한 고참 보좌관은 “자료제출 거부 기관이나 해당 기관장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는 걸 본 적이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의 말처럼, 이번에도 부실국감 원인 제공자에 대한 법률적 책임을 묻지 않고 있다. 국회 차원에서도, 상임위 차원에서도, 의원 개인자격으로도 책임을 묻지 않으려고 한다.

여야 국회의원이 함께 행정부를 감시하는 국정감사 행태 중 가장 골이 깊은 관례라면 무엇보다 여당은 정부 ‘감싸기’를, 야당은 ‘흠집내기’를 하는 것이었다.

이번 국감에서도 그런 관례는 어김없이 나타났고, 일부 이해되는 측면도 없지는 않다. 그렇다고 부실국감 원인제공자에 대한 책임마저 지우려 한다면 ‘싸울 때는 싸우고, 싸움이 끝난 뒤에는 화해라도 하자’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국회와 여야 정치권이 혹 착각이라도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짚어봐야 할 대목이 있다. 국감을 지켜 본 국민들이 지금의 경제위기에 파묻혀 국감 과정에서 도출된 문제점과 파행을 잊었다고 판단한다면, 그것은 대단히 심각한 오해라는 점이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우리나라 실물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고, 국회에서도 3일부터 시작된 대정부질의 등으로 상황이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국감은 국감으로 끝나고, 이제 대정부질의에 역량을 집중할 때’라는 식의 분위기는, 오히려 국감의 주체인 국회와 국회의원의 권위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또 이번 국회는 잘못된 관례를 과감하게 혁신하고, 국정감사 과정과 결과에 대한 성과물을 투명하게 공개할 의무가 있다. 신속하고 정확한 후속조치에 나서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래야 다음 국감에서는 피감기관의 성실한 자료제출, 책임 있는 증인 출석, 국회와 국회의원의 권위를 통해 정책국감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내친 김에 이번 국감기간 내내 활발한 논의가 이뤄졌던 ‘상시 국정감사’ 제도에 대한 충분한 검토도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해 두고자 한다.

상시 국감은 김형오 국회의장을 비롯해 여야 원내대표들이 한 목소리로 도입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어느 야당의원은 국정감사를 연중 실시할 수 있도록 3개의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정치권 전반이 상시국감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다.

여기에 학계와 시민단체 등 전문가 그룹들과의 토론회 개최 등을 통한 의견수렴 절차까지 거친다면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박유제 서울취재본부 부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