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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국의 미래설계에 지방은 있는가?
[기고] 한국의 미래설계에 지방은 있는가?
  • 승인 2008.11.02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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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공부하러 간 지방 출신의 학생들 중에는 자기 출신지역을 ‘시골’이라고 표현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정작 읍이나 면지역 출신자들이 볼 때에는, 어마어마하게 큰 지방도시 출신인 데에도 불구하고 그런 말을 하는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 보게 된다.

서울에 사는 이들은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을 아무 스스럼없이 시골이나 지방출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수도 서울’이 아닌 타 지역이기에 ‘지방’이라고 부르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굳이 이렇게 지칭하는 이들의 속마음 때문에 거부감을 가지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서울공화국이다’는 말이 있었는데, 이제는 경기도를 포함한 수도권 전체가 하나가 되어 한국의 현재와 미래를 좌지우지하는 형국이 되어가고 있다.

이들은 끊임없이 수도권 규제완화를 주장하면서, 마치 수도권에 대한 규제가 대한민국의 미래발전의 걸림돌인양 호도하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지방분권을 국가적인 과제로 제시한 이후, 지방정부와 지방에서 살아가고 있는 대다수의 기업인들과 생활인들의 삶의 질과 만족감은 얼마나 향상되었는가?

최근에 잇달아 내놓은 건설경기 진작을 위한 방안이나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은 대체로 수도권에 혜택이 주어지는 반면에 지방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나 지역에 기반을 둔 기업체들에게는 실질적인 지원혜택이 거의 없거나 오히려 상대적인 박탈감이 더 큰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실정이다.

어려움을 같이 이겨내기 위한 노력은 곧잘 해가는 반면에 특정한 개인이나 집단에 더 많은 이득이 주어지는 상황은 잘 받아들이지 않는 한국인들의 사회심리적인 특성으로 보거나 국가의 균형발전이라는 큰 틀의 전략에서 보더라도 현재의 정책방향이나 기조는 분명 잘못된 것이라고 믿는다.

첨단의 정보통신 기술력이 미래의 경제적인 고부가 가치를 결정하는 ‘지식기반 사회’에 진입한지 이미 오래되었고,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를 통하여 국내를 뛰어넘어 하나의 지구촌이 되어 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수도권의 비대화나 지나친 집중화는 국가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량생산 방식의 효용성이 감소하고 다품종 소량 생산이 시대적 추세가 되고 있듯이, 수도권이라는 하나의 거점에 너무나 많은 것이 투입되고, 여기에서의 성패가 국가 전체의 발전을 결정짓는 방식은 시대착오적이라 아니 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보편적인 세계화의 추세에서 한국만 거꾸로 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발전 모델에 관한 낡은 패러다임이나 도그마에 사로잡혀 있다고 생각된다.

정부가 수도권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수도권의 산업 활성화를 꾀하는 만큼, 경쟁력을 갖춘 지방의 도시들은 공기업을 포함하여 기업들을 유치하고 민간의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는 근본적인 동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경제는 그야말로 황폐화의 길로 접어들게 될 것이고, 국가의 경쟁력은 날로 떨어질 수도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어떤 조직체이든 하부조직이 튼튼해야만 중앙의 기능이 살아나고, 이를 바탕으로 하여 전체 조직이나 그 구성원들이 이루고자 하는 성과를 이루어 낼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마찬가지로, 지방분권이나 지방화가 대세인 현 시점에서 지역의 산업기반이 튼튼하게 갖추어짐으로써 지역경제가 활성화되어야 하고, 여기에서 생겨난 힘이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시스템의 정착이 가장 시급한 국가적인 과제라고 확신한다.

지방자치제가 다시 실시된 지 벌써 17년의 세월이 흘러갔지만, 제도나 인식의 측면에서 가까운 일본의 지방자치에 비교해 보아도 턱없이 부족한 우리의 현실을 보고 느끼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지방분권이라는 명목으로 지방정부에 넘겨준 것들은 골치 아프거나 실익이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었고, 지방정부가 책임지고 살림을 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기초가 되는 중앙정부의 예산 배분이나 적절한 수준에서의 인사권의 양여는 거의 없었다고 해도 틀린 지적이 아닐 것이다.

좌우의 양 날개가 튼튼해야 새가 멀리 힘차게 날아 갈 수 있듯이, 우리 몸의 각 부위가 고르게 발달해야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듯이, 제 각각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 지역의 균형적 발전에 의해서만이 한 나라의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인식을 새로이 할 때이다.

구호로서의 균형발전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국가의 균형발전 전략이 세부적으로 잘 다듬어지고, 이 전략들이 지체없이 적극적으로 실행되기를 간절하게 기대해본다.

이유갑 경상남도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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