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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직불금’부당수령 실체 밝혀야
‘쌀 직불금’부당수령 실체 밝혀야
  • 승인 2008.10.1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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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 A시 공무원 쌀 직불금 부당 수령, 도내 공직사회도 쌀 파문에 휩싸였다. 농심을 울린 지주의 횡포는 우리역사와 함께 했다. 일제하는 물론, 그 이전부터 서민의 몫을 가로챈 악덕지주는 ‘기아의 공포’를 무기로 한 사회의 적이다. 그런데 오늘날에도 횡행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농민에게 돌아갈 몫을 가로 챈 공무원, 공기업, 금융계, 회사원 등 17만여명(2006년 기준)에 달한다. ‘쌀소득보전 직불금’을 가로챈 사건은 모럴 해저드의 극치다. 정작 농민들은 한 푼도 구경하지 못한 채 농민에게 돌아갈 몫을 이들 부재지주가 차지한 꼴이다. 이 같은 중대한 사실을 감사원이 밝혀내고도 쉬쉬하다가 이봉화 보건복지부 차관의 탈법 직불금청구가 정치 문제화 되자 뒤늦게 이를 공개, 실체가 드러났다. 본지<8월 11일 1면 보도>는 이 문제를 제기, 쌀소득보전 직불금이 줄줄 세고 있다고 지적했으나 당시 그냥 덥혀버린 것도 이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여야 정쟁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국감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 사건의 실체가 국감을 통해 드러났기 때문이다. 실경작자가 아닌 자가 타 먹었다면 공개는 물론, 옥석도 가려야 한다.

문제는 또 있다. 일정기간 경작증명만 갖추면 양도세 면제도 받을 수 있어 ‘꿩 먹고 알 먹는 식’으로 제도허점을 악용한 것이다. 실제로 직불금이 시작된 지난 2005년 이후 자경농지에 대한 양도세 감면 건수가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것도 조사해야 한다.

특히 10월말부터 지급될 2008년도 신청분에 대한 정밀조사도 이뤄져야한다. 시행 때부터 부당수령이 성행했다면 올해 부당한 방법의 신청자는 더 할 것이기 때문이다. 돈의 수령여부 이전에 쟁점화 되지 않았다면 부당한 신청자가 가로챘을 것 때문이다. 경남도에 따르면 도내 지자체가 지난 2월 쌀소득보전 직불금 신청을 받은 결과 농업인 14만4,355명이 9만9,009㏊에 대해 직불금을 신청했다고 한다. 전국의 경우 농업인 109만9,711명이 101만2,337㏊를 신청, 지난 2007년에 비해 신청면적은 0.5%가 준데도 불구, 농업인은 2.1%늘어났기 때문이다.

‘쌀소득보전 직불금’ 제도는 정부가 쌀 재배 농가의 소득을 일정 수준으로 보장하기 위해 지급하는 보조금으로 2005년에 도입됐다. 쌀 산지가격이 목표가격보다 낮으면 그 차이의 85%를 현금으로 보전해 주는 제도다. FTA(자유무역협정) 등으로 고통을 겪는 쌀 재배 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그 지원액은 농사를 짓는 농민에게 돌아가야 한다.

이번 사건은 사실상 공직자 등 지도층 인사들이 국가 예산을 도둑질한 것이나 다름없다. 정부는 국고로 환수해야 한다. 실제 농사를 짓지 않는 땅주인에게 돌아가선 안 되는 정부 보조금인데도 제도 결함과 편법 등으로 버젓이 지급됐다.

국민 혈세가 재원인 만큼 정확한 지급과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건 두말할 것 없다. 하지만 시행된 지 4년이 지나도록 눈먼 쌈짓돈이 된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뻔히 알면서도 제대로 손쓰지 않아 더 큰 화를 자초했다. 이런 식으로 샌 돈이 시행된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최소 3,000억원일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부당 신청이 적발돼 회수된 금액은 같은 기간 8억7,000여만원에 불과했다니 땅 없는 농민을 더욱 서럽게 만든 것이다.

한마디로 총체적 부실과 부정덩어리다. 도덕적 해이 등의 실체가 양파 껍질 벗기듯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공직사회 등 당사자를 마녀 사냥하듯 몰아가는 것도 문제지만 그 실체는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

정부는 부정수령의 실체적 진실규명에 앞서야 한다. 또 탈세 등에 이용된 것도 밝혀야 한다. 농민을 위한 제도가 ‘부재지주들의 눈먼 쌈짓돈’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경남도는 도내 20개 시·군에 대해 전면 재조사에 나서야 한다. 뒷짐 지고 있을 일이 아니다.

박재근 창원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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