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09:28 (일)
KIKO 손실액 6조5천억원
KIKO 손실액 6조5천억원
  • 박춘국 기자
  • 승인 2008.10.13 1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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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국 의원 “정부, 5조원 추경 편성 직접 지원해야”
1천만달러 이상 수출 중소기업 1/4 키코 가입
중견기업 줄도산 … 실물경제 위기 심화 우려
환율이 요동치면서 환위험헤지 상품으로 알고 KIKO에 가입한 중소기업들이 도산 위기에 내몰렸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민주당 최철국 의원에게 KIKO의 문제점과 기업들의 손실정도, 정부와 은행의 책임과 대책을 알아보았다.

△ KIKO… 사라져야할 불공정 상품

환율을 놓고 가위바위보 게임을 벌이는 금융 파생상품인 KIKO에 가입해 피해를 본 국내기업의 손실액이 6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민주당 최철국(사진·김해 을) 의원이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KIKO의 평균 계약조건은 약정환율 939원, Knock-in 956원, Knock-out 908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 의원은 “손실이 발생하는 Knock-in은 ‘약정환율 +17원’인 반면 계약 무효화되는 ‘Knock-out은 약정환율 -31원’이기 때문에 Knock-in 도달 가능성이 더 크다”며 “Knock-in 시는 약정금액의 2배를 939원에 팔아야 하지만 Knock-out 시는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계약이기 때문에 기업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불공정 파생상품”이라고 지적했다.

△ 총 손실액 약 6조 5천억원

“환율이 Knock-in선을 넘길 경우 기업은 계약금액의 2배의 달러를 은행에 약정환율로 팔아야 한다”

새정부 들어서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 대부분의 계약이 Knock-in선을 넘기며 기업 손실이 커지고 있다. 8월말까지 정부가 파악한 517개 기업의 손실액은 6,434억원이지만 9월 이후 발생할 평가손실액은 지난 10일 환율인 1,308원으로 계산할 경우 무려 5조 8,302억원에 달한다.

기존 손실액과 평가손실액을 합한 총손실은 6조5,000억원에 육박하고, 1개사당 평균 손실액이 125억7,000만원이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KIKO에 가입한 수출기업들은 수출이익의 2배를 손해 보게 되는 것”이라며 “대부분 기업들이 유동성 위기에 내몰리고, 태산LCD처럼 흑자도산하는 기업이 속출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 했다.

△ 은행의 책임… KIKO 가입 강요

KIKO 피해기업 조사에서 상당수 기업이 신규대출이나 대출연장을 요청할 때 은행에서 KIKO에 가입해야 대출이 가능하다고해 울며 겨자 먹기로 가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출 신청이 없었더라도 은행들이 거래기업에게 ‘KIKO가 좋은 상품이며 금전적으로 이익이 된다’며 지속적으로 가입을 권유해 어쩔 수 없이 가입한 경우도 상당히 많았다.

△ 정부의 책임… 불공정 약관 승인 가입 부채질

정부가 지난해 4월 ‘환위험관리 우수기업 인증 및 우대방안’을 발표하고 수출기업들에게 가입을 적극 권유하면서 많은 기업들이 KIKO를 정부가 인정하는 환헤지 상품으로 혼동하고 가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중소기업청은 수출액 대비 파생상품 가입 비율이 높으면 ‘환위험관리 우수 인증기업’으로 지정하고, 해외마케팅 지원사업, 수출금융지원 확대, 수출보증 및 보험지원 확대, 수출유망중소기업 선정 등의 지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 MB정부 고환율 정책이 피해 키워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 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대비 원화가치는 32.8% 하락한 반면, 유로화는 6.5% 하락, 엔화는 12.7%, 중국 위안화는 7.1% 절상했다.

최근의 환율 급등은 한국경제의 펀더멘텔 약화보다는 외환시장의 취약성에 의한 것으로 지난 3월 이후 과도한 약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교역가중치와 물가 등을 고려한 균형환율은 달러당 1,002원 내외로 분석했다.

올해 3월부터의 원화의 과도한 약세는 강만수 장관의 환율정책 실패에 기인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권초기 수십 차례 시장에 개입하며 고환율 정책을 쓰면서 오락가락하는 환율정책으로 정부가 시장의 신뢰를 완전히 상실하면서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는 지적이다.

최 의원은 “정부의 잘못된 고환율정책만 아니었어도 현재 환율은 1,000원대 초반이었을 것”이라며 “10%수준만 절상됐다면 KIKO가 이처럼 중견기업들을 유동성 위기로 내몰지는 않았을 것”이라 지적했다.

△ 늑장대응이 화 키워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월 “외환시장에 잘못된 세력이 있는데 정부가 방치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환율을 잘 모르는 중소기업한테 환율이 더 떨어질 것 같다고 속여 환 헤지를 시키고, 수수료를 받아먹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후로도 5달 동안이나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오히려 공정거래위원회는 7월 24일 “KIKO는 불공정 약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발표를 했다.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중소기업계의 요구에 대해서는 “기업도 책임이 있다, 정부가 도와주면 모럴해저드가 생긴다”며 차일피일했다.

“정부가 대책을 미루는 사이에 KIKO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우리나라 실물경제에 가장 큰 종양이 됐다”며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는 게 최 의원의 지적이다.

△ 추경 5조원 편성… 정부가 직접 유동성 공급해야

KIKO 가입기업들은 한국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중견기업들로 이들이 쓰러지면 협력업체도 큰 타격을 받아 연이어 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도록 한다지만, KIKO 가입 사실이 드러나는 순간부터 자금줄이 막히는 것이 현실이다.

갑자기 환율이 1,000원대로 떨어지지 않는 한, 정부가 직접 자금지원을 해 주지 않으면 살아날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인다.

최 의원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 당장 5조원 규모의 ‘KIKO 피해 중소기업 긴급지원을 위한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며 “이는 지난 9월 1차 추경대상 사업들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긴급성, 연내 집행 가능성, 적합 목적성 등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9월 추경을 통해 경영여건이 악화된 한전과 가스공사에 1조원이 넘는 예산을 지원한 바 있으며, 효과가 수년 내지 10여년에 걸쳐 나타나는 해외자원개발사업, 신재생에너지 사업에도 1조원이 넘는 돈을 지원한 바 있다.

최 의원은 “KIKO 피해 중소기업 구제 추경은 편성 목적에 부합하고,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도 훨씬 큰 만큼 시간이 촉박하지만 정부와 국회가 지혜를 모아서 절차를 진행하면 한 달 내에 구제기금 국회 통과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춘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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