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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더위먹은 언쟁'도 마음바꾸면 '평화'
[기고] '더위먹은 언쟁'도 마음바꾸면 '평화'
  • 승인 2008.08.12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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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덥습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등에 땀이 주르르 흘러내립니다.

한여름밤의꿈이란 제목의 희곡이 있습니다. 영국의 극작가 셰익스피어가 지은 것으로 숲속 요정들의 도움으로 두 쌍의 젊은이들이 사랑을 이루어 결혼하게 된다는 내용이지요. 이 작품을 음악가 멘델스존이 읽고 같은 제목의 음악으로 재탄생 시킨 것입니다.

이 극 음악은 총 13개의 작품으로 되어 있는데 결혼 행진곡은 열 번째 곡입니다. 6년이라는 긴 세월을 거치고서야 이 곡이 완성되었다고 하니 더욱더 대단한 음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랜만에 음반을 사서 더운 여름밤을 음악의 선율로 달래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잖아도 더위에 꼼짝 못하는 체질을 지닌 필자는 여름이 끔찍합니다. 이곳저곳을 많이 돌아다녀야 하는 직업을 가지고부터는 더욱 더 계절에 민감할 수밖에 없지요. 옷은 땀으로 젖어 있고 얼굴이며 살갗은 번들거리기 일쑤입니다.

인상은 쉽게 구겨지고 행동은 더위에 굼떠지는 것 같아 민망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도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하는 필자로서는 그들에게 안 좋은 이미지를 주게 되면 어쩌나 하는 염려가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서 필자에게 더위를 이기는 방법은 수행과 뜻을 같이 합니다.

한 여름에 차를 타고 이동하다 보면 아스팔트 도로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보입니다. 아스팔트는 여름 날씨에 최고 70도까지 오르내린다고 하는데, 살인적인 뜨거움을 견뎌내는 그들이 경이롭게 보일 뿐입니다. 얼음물이라도 있으면 전해 주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차를 출발해서 어느 사거리에 이르니 길 가 노점 상인들이 눈에 띕니다. 긴 소매 티셔츠에 긴 바지, 손에는 장갑을 끼고 머리에는 수건을 두르고 그 위에 챙이 긴 모자를 썼습니다. 햇볕을 가리느라 그런 복장을 했겠지만 이렇게 무더운 날씨에 몸이 상할까 걱정입니다.

유일한 생계수단이겠지만, 종일 뜨거운 길거리에서 기약도 없는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에게 뜨거운 인간애를 느낍니다.

한 여름에 저 길거리에서 하는 장사 말고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일까? 덥다고 엄살을 부린 내 몸에 안타까움의 한기가 들었습니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면 평소에 온화했던 사람들의 신경도 예민해 지기 마련입니다. 특히 운전을 할 때 그런 경우를 자주 경험하게 되지요. 갑자기 끼어든 차 때문에 급정거를 해야 할 경우, 깜빡이등도 켜지 않고 좌측, 혹은 우측으로 급회전하는 경우, 별 이유도 없이 경적을 빵빵 울려대는 경우는 그러잖아도 더운 날씨에 참고 참았던 울화를 터지게 만듭니다.

이 더위에 언성을 높여 시시비비를 가리려고 해봤자 상대방도 더위 탓에 더욱 기세등등할 것을….

마음 알기, 나누기, 다루기를 하는 용타스님이 있습니다. 그는 ‘~구나, ~겠지, ~감사’하라는 가르침을 대중들에게 나누어 주고 있습니다. 용타 스님은 우리가 겪는 모든 일을 앞에 두고 그렇게 ‘~구나, ~겠지, ~감사’ 하는 마음으로 바꾸어 가지면 평화로워 진다고 합니다. 그것이 괴로운 일이든 기쁜 일이든 그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라는 말입니다. 깨어있는 마음으로 사실을 그냥 그대로 바라보는 힘을 기르는 것만도 중요한 수행이라는 것이지요.

바라보고 생각하는 관행이 습관이 될 수 있다면 우리는 늘 평화로운 마음으로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더위에 사람들과 언쟁할 이유도, 더위 따위도 너끈히 이겨낼 수 있는 훌륭한 수행이라는 생각에 필자도 가만히 따라 해 봅니다. ‘~구나, ~겠지, ~감사’….

‘~구나, ~겠지,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자는 것은, 모두가 힘든 작금의 현실 속에서 깊은 성찰을 가져다줍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 날씨에게도 ‘봄이 갔으니까 여름이 왔구나’,‘한여름 밤의 꿈처럼 한여름 밤의 더위도 때가 되면 가겠지’ ‘그래도 여름의 더위 때문에 우리가 먹을 곡식이 잘 익고 있으니, 감사해야 할 일 아닌가’ 라고 생각합니다. 그까짓 더위 이미 멀리 달아나고 없습니다.

공영윤 경남도의원 (진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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