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5:39 (금)
[발언대] 개와 사람
[발언대] 개와 사람
  • 승인 2008.07.18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 속담에 개와 관련된 내용이 매우 많다.

예를 들어 ‘개 눈에는 똥만 보인다’, ‘개와 친하면 옷에 흙칠을 한다’, ‘개처럼 벌어서 정승같이 쓴다’, ‘개를 따라가면 측간으로 간다’ 등과 같이 대부분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개판, 개팔자, 개죽음, 개꿈, 개떡 등과 같이 ‘개’자가 붙은 관용어 또한 긍정적인 뜻을 지니고 있지 못하고 심지어 욕을 할때도 다른 짐승은 다 제쳐놓고 한결같이 ‘개새끼’다.

우리는 왜 이 같이 개를 하찮게 취급하고 또 개에 대해서 좋지 않은 견해를 갖고 있는 것일까?

이는 아마도 우리 농촌에 개가 흔하고 또 일상생활에서 개와 친밀히 지내다 보니 자연 개의 생태와 단점을 너무 잘알게 된데서 비롯된 일이 아닐까 한다. 그런데 최근에 필자는 한 지인으로부터 개에 대한 매우 흥미로운 얘기를 들었다. 마흔 가까운 나이의 미혼인 그는 개를 유별나게 좋아하여 외출 할때에도 늘 애견과 동행했는데 그날따라 혼자였다.

이상하게 생각되어 개는 어떻게 하고 혼자몸(?)이냐고 빈정거리듯 물었더니 개가 병이나 입원을 시켰단다.

그 친구의 얘기인즉, 얼마전 그 개의 어린 새끼가 교통사로를 당해 갑자기 죽었는데 그 후로부터 어미개는 식음을 전폐하고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여 가축병원에 데리고 갔더니 수의사 왈, 심한 우울증에 빠져 상당기간 입원을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자식의 죽음을 보고 비탄에 빠진 개라…’ 나는 이 얘기를 듣고 문득 요즈음 벌어지고 있는 인간들의 갖가지 일들이 머리에 떠올랐다.

춤바람이 나서 어린자식을 버려둔채 가출한 여자들, 출산은 점점 줄어 가는데 해외 입양자수는 줄지 않는다는 자랑스럽지 못한 얘기하며 또 최근에는 어느 미혼모가 자기가 낳은 자식을 출산하자마자 죽였다는 매우 충격적인 소식을 들은 바 있다.

물론 매스컴을 통해 듣는 이같은 이들이 사람의 전부는 아니다. 분명 자기 몸을 던져서라도 자식을 구하는 살신성인적인 모성애를 발휘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이미 인간이기를 포기한 사람들 또한 주위에 적잖은 듯하다.이른 부류의 사람들은 앞에서 본 개보다 조금도 나을 것이 없다고 하겠다.

자신이 잉태한 아이를 버리는 부모와 늙고 병든 부모를 내 팽겨치는 젊은이들이 과연 개 보다 낫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 기회에 자신을 한번 돌이켜 반성해보자. 나는 개보다 나은 사람, 아니 개만한 사람이라고 떳떳이 말할 자신이 있는가를.

이제는 누구에게 ‘개새끼’라고 감히 욕하기조차 왠지 부끄러워진다.

서영수 진주문화예술재단 기획실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