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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은 현대판 ‘스크루지’인가
은행은 현대판 ‘스크루지’인가
  • 승인 2008.07.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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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은행들이 돈만 벌 줄 알았지 기부에는 매우 인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8개 주요 시중은행의 기부금은 1,251억원으로 2006년의 1,266억원보다 15억 원이 줄었다.

이들 은행의 순이익이 2006년의 9조1,299억원에서 지난해 10조5,308억원으로 15.3%나 늘어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에 따라 순이익에서 기부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1.4%에서 1.2%로 떨어졌다.

이런 사정은 올 들어서도 별로 나아지지 않고 있다.

말하자면 은행들이 고객들을 쥐어짜 한 해 10조원대의 돈방석에 올라앉았으면서도 기업 이익의 사회 환원에는 ‘나 몰라라’ 하고 있는 셈이다.

수전노 행각은 은행 대부분이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외국계 은행이 더 심하다는 사실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 주고 있다.

외환은행은 지난해 9,609억원이나 벌고도 기부금은 고작 28억원에 지나지 않았다.

이익금 대비 기부금의 비율이 0.29%로 가장 낮다.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도 기부금이 각각 18억원으로 순이익 2,799억원과 4,681억원의 0.64%와 0.38%에 각각 머물렀다.

외국계 은행들이 한국에서 돈을 벌어 본국의 주주들에게 송금하는 데에만 급급하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외환은행의 경우 대주주인 론스타가 헐값 매입 및 외환카드 주가 조작 등 각종 탈법 혐의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나마 은행들의 기부금은 홍보나 마케팅 성격이 강한 분야에 치우쳐 순수성을 의심케 한다.

스포츠 구단 운영이나 문화행사 지원 등이 그것이다.

올 들어 국민, 우리, 신한, 하나, 외환, SC제일 등 6개 은행이 지출한 사회 공헌 기부금 가운데 지역사회와 공익 부문은 10.6%에 불과했고 환경은 1.4%에 그쳤다.

학술과 교육 분야 지원 역시 순수한 사회 공헌으로 보기 어려운 구석이 많다.

대학교 안에 지점을 설치하는 대가로 내는 기부금이나 은행 산하 연구소의 자체 행사에 필요한 외부 연구 용역 등이 다수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순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은 기업 이익의 사회 환원 정도를 측정하는 지표의 하나로 지난해 상장사 평균이 2.6%였다.

은행들은 그 절반에도 훨씬 못 미쳤다.

우리 기업들이 기부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은행들은 정말 노랑이 중에서도 노랑이라는 얘기다.

세계적 기업들은 진작부터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중시해 왔다.

심지어 CSR이 이익보다 중요하다는 기업도 있다.

기업 이익의 사회 환원을 실현할 뿐 아니라 고객의 좋은 인상이 결국 기업 활동에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우리 은행들이 이런 시대적 조류와 담을 쌓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금융감독원이 올 하반기부터 은행의 경영실태평가에 사회 공헌 실적을 반영할 방침이라지만 이런 일은 누가 시키기 전에 스스로 해야 진가가 빛나는 법이다.

서민들의 간단한 금융거래에도 비싼 수수료를 물리며 과도한 이익을 챙기는 것 아니냐는 논란과는 또다른 시빗거리를 은행들이 제공하는 것은 그리 현명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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