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20:40 (금)
[발언대] “남편 월급 빼고 다 올랐다”
[발언대] “남편 월급 빼고 다 올랐다”
  • 승인 2008.07.02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녁상을 물린 뒤 한참 TV에 열중이던 남편이 군것질거릴 찾는다.

마침 마땅한게 없어 집 근처 마트로 향했다.

그런데 아무리 진열대를 뒤져도 남편이 지정한 큰 봉지에 든 ‘○○○땅콩’이 눈에 띄지 않는다.

남편은 일반 봉지에 든 과자는 양이 겸손(?)하다며 같은 제품이라도 항상 특대형을 찾는 버릇이 있다.

참고로 남편은 0.1t이 넘는 거구다.

한참을 두리번거려도 없었다.

마트 직원에게 물어보니 요즘 큰 봉지에 든 과자를 찾는 손님이 없어 될 수 있으면 작은 봉지에 든 과자만 갖다 놓는다고 했다.

왜 그럴까. 마트 직원으로부터 돌아온 답은 간단했다.

요즘 물가가 너무 올라서 안 그래도 비싼 큰 봉지 과자를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할 수 없이 같은 제품으로 작은 봉지에 든 과자를 사들고 와서는 남편에게 마트에서 있었던 얘길 해 줬더니 ‘참 사람들도 민감하다’고만 하고는 다시 TV와 과자에 열중했다.

남편이 둔감한 건지, 아님 둔감한 척 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요즘 ‘남편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말을 절감하고 사는게 우리네 주부들이다.

인터넷 뉴스를 보다 보니 과자나 음료수, 아이스크림 등 군것질거리 가격이 올초부터 올라 1,000원으로 살 게 없다고 한다.

상품 대부분을 소비자가로 파는 편의점 체인 중 한곳이 지난 한달간 최다 매출 상품을 20위까지 등수를 매겼더니 과자류의 경우 소비자가가 1,000원 미만인 제품은 6개 뿐이었다고 한다.

어디 오른 것이 과자뿐이겠는가 마는 이젠 학교 가는 아이에게 500원 짜리를 쥐어주며 과자 사먹으라고 할 수 없는 세상이 돼 간다는 말이다.

요즘은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한테도 용돈으로 1,000원을 주면 별로 반가운 기색이 없다. 돈 가치가 그 만큼 없다는 뜻일게다.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한숨부터 나온다. 원래 낙천적인 성격이었는데 시대가 낙천주의자를 비관주의자로 만드는 재주를 가졌나 보다.

이 시대를 어떻게 살아내야 잘 사는 건지. 그래도 과자를 오물거리며 TV 삼매경에 빠져 있는 남편 얼굴을 보며 그가 열심히 일해 가져다줄 다음달 월급 봉투에 기대를 걸어본다.

정순화/ 주부·진주시 신안동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