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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 광포만 매립 ‘기회냐’ ‘위기냐’
사천 광포만 매립 ‘기회냐’ ‘위기냐’
  • 차지훈 기자
  • 승인 2008.06.26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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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단지 조성 두고 광포만 개발-보존 찬반논란 ‘가열’
사천시·시민단체 “광포만 황폐 … 지역경제발전 산업단지 절실”
환경단체 “매립은 연안어업 죽이는 행위 … 전체 의견 수렴 필요”
최근 개발과 보존을 놓고 지역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사천 광포만 전경.
사천 광포만 산업단지 조성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지역주민, 시, 환경단체 등은 광포만 산업단지 조성에 대한 각기 다른 집회와 성명서·조사결과 발표, 의견서 제출 등을 통해 개발과 보존 논리를 내세운 찬반양론을 뜨겁게 펼치고 있다.

현재 사천시는 곤양면 대진리와 서포면 조도리 일원 197만6,256㎡를 매립(산업단지 조성면적 259만8,270㎡), 광포만 일반산업단지를 조성키로 하고 3,912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오는 2012년 완공해 조선 기자재 공급 업체를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낙후된 사천시 서부 3개면의 오랜 숙원사업’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광포만 일반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정부의 공유수면매립기본계획에 반영해 줄 것을 요청한 상황이다.

특히 오랫동안 경기 침체를 겪어온 광포만 일대 지역 주민들의 기대치는 그 어느때 보다 높다.

현재 사천에서 갯벌을 보존해야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가는 자칫 낭패를 당할 수 있을 정도로 주민들의 기대치는 높아져 있다. 광포만 일대 서포면과 곤양면 지역에는 ‘죽은 갯벌에 습지보전이 웬말이냐’는 내용의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다.

이들은 1996년 남강댐 준공 이후 사천만으로 집중 방류가 이뤄지면서 토사가 퇴적해 어패류가 폐사, 어장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면서 산업단지 조성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단체 등은 “광포만은 습지보전구역 대상으로 거론될 만큼 연안습지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음이 증명됐다”며 매립은 사천시 연안어업에 죽음을 선고하는 것이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환경단체와 습지조사팀은 지난 5월 말께 광포만에서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인 대추귀고둥을 발견하고 전수조사를 한 결과 국내 최대의 개체수임을 확인하는 등 광포만의 높은 생태보존 가치를 제시하기도 했다.

또 이들은 “제대로 된 사천지역 전체 여론수렴과정은 배제하고 일방적인 개발 입장만을 옹호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광포만 주변 지역 경제 활성화 계획 제시를 요구하는 한편 공정하고 객관적인 입장을 견지해 제대로된 토론회 개최를 주장하고 있다.

현재 사천시는 찬반논란으로 뜨거운 사천 광포만 산업단지 조성과 관련한 공유수면매립기본계획 반영을 관계당국에 요청,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 찬성 “죽어가는 광포만 개발은 지역경제발전의 기회”

▲ 광포만 보존성 저하…조선산업 기자재 공급 중심 마련

사천시는 “남강댐 방류 영향으로 광포만 등 사천만이 황폐해져 준설이 시급하다”면서 낙후된 사천시 서부 3개면의 오랜 숙원사업인 이번 광포만 일반산업단지 조성 사업이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시 지역경제과 관계자에 따르면 1969년 남강댐 준공 이후 사천만으로의 집중 방류(최고 6,200t/sec)로 토사가 퇴적해 어패류가 폐사하고 있다. 또한 남강댐 방류 후 사천만 토사가 4~6m가량 퇴적해 인근 공군부대와 산업단지 침수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천만 상류 및 화력발전소, 산업단지 조성 등 주변지역의 악영향으로 광포만 보존성이 저하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시는 경상대 해양산업연구소의 남강댐 방류 관련 용역 중간 소견서를 제시하며 각각의 방류량별 인근 마을어업 및 양식어업의 연간 피해율이 80% 이상이며 향후 각 어업권에 대한 어종별 수확량은 수익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역경제과 강의태 과장은 “황금어장, 어업의 보고로 불렸던 광포만 일대가 제대로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어 지역균형발전과 주민숙원사업을 해결하기 위해 광포만을 산업단지로 개발·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에 시는 광포만 산업단지에 인근 조선산업단지 기자재 공급기지 중심 지역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인근 산업단지와 농공단지에 SPP해양조선 외 10개 조선업체가 소재해 있고 거제, 통영, 고성, 하동의 중간지점으로 실수요기업의 조선 블록 생산 공급의 최적지라는 것이다.

갯잔디와 멸종위기종들이 서식하는 일부 지역은 매립을 하지않고 자연친화적인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한편 준설토를 이용해 퇴적된 사천만 복원효과도 노린다는 계획이다.

한편 강 과장은 “조선업 기자재 공급 업체들은 조선업 불황에도 업종변경이 쉬워 장기적인 산업단지 운영이 가능하다”면서, 수심이 낮아 조선산업단지 입주에 맞지 않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선박들이 입출항하는 도크장은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시민참여연대 등 “환경보존 보다는 우리 생계 보존이 시급”

지역경제과 강의태 과장은 “지역주민들이 위축된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산업단지 조성에 따른 기업유치를 시에 건의해왔다”며 “대다수의 지역주민들이 바다를 매립해 산업단지를 조성해 달라고 요청한 것은 그만큼 이곳이 어장 기능을 상실해 삶의 터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지역 수협들과 어촌계장들이 산업단지 조성을 찬성했고 일각에서는 90% 이상의 지역 주민들이 개발에 손을 들어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사천시민참여연대를 비롯한 광포만 일대 주민 400여명은 지난 24일 사천시청을 찾아 광포만 공유수면매립 기본계획 반영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가졌다.

이들은 “낙후된 광포만 지역경제를 산업단지 조성을 통해 다시 살려야 한다”며 “멸종위기종들과 위기에 처한 우리의 생명, 삶의 터전을 맞바꿀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이제와서 뒤늦게 토론회를 갖자는 등 일부 소수 환경단체와 지역 국회의원의 행태는 묵과할 수 없는 행위”라고 규탄하며 비난의 화살을 환경단체와 지역 국회의원에 겨눴다.

□ 반대 “매립은 연안어업 죽이는 행위로 또 다른 위기”

▲ 갯벌 조선업종 유치 상식적 불가…보존가치 충분

지역 환경단체측은 “광포만은 조선업의 입지로서는 최악일 뿐 아니라 매립은 사천시 연안어업에 죽음을 선고하는 것”이라며 전국적으로 중요한 연안습지로 알려진 광포만 갯벌을 조선업종 산업단지로 개발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곤양천 하구에 형성된 광포만 갯벌 만조선 부근에서 국내 최다인 170여 대추귀고둥 등 멸종위기종들이 대거 발견됐고, 국내 최대 규모(3만여㎢)인 연안습지 갯잔디 군락도 형성돼 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었다.

이에 환경단체 측은 “생태계가 아직 살아 있는 광포만은 보존가치가 충분히 있다”며 “사천시는 광포만의 환경 및 생태계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 연구 가치를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더구나 광포만 일대는 어폐류가 아닌 전어 등 각종 어종의 산란지이기에 그 중요성은 더하다고 강조했다.

또 환경단체 관계자는 도크장을 만들지 않겠다는 사천시의 말을 믿을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SPP해양조선 입주 때도 바다준설은 없을 것이라고 주민들을 안심시킨 후 도크장을 만들고 항로를 위해 상시적인 준설을 해 주민들의 분노를 샀다”면서 “최고 수심 4.5m 정도인 갯벌에 대한 준설없이 항로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어민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본격적인 조업기인 7월부터는 지역 주민들이 어선 어업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조업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것”이라며 “광포만을 매립해 조선단지를 건설하더라도 어업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조선산업의 장기적인 비전에 대해 전문가들은 호황기를 3~10년까지라고 전망하고 있는데 과연 광포만 산업단지가 들어설 2012년에 조선업은 어떻게 될지, 그 이후에도 어떻게 될지는 그 누구도 책임지지 못한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또 “실수요 기업의 자금 조달 방법과 인력충원방법에 대한 명확한 방법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남강댐 방류 때문은 억측…지역전체 의견 수렴 필요

환경단체 측은 남강댐 방류의 영향에 대한 다양한 주장과 증거 등이 제시, 다각적인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음에도 남강댐으로 사천만이 오염됐다며 산업단지를 유치하고자 하는 주장은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사천시의 ‘허울 좋은 명목’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이들은 “사천만은 내만이어서 유입되는 수량이 없다면 이미 썩을 것인데, 남강댐의 일시적이고 많은 방류량이 그런 요소들을 제거해 사천만이 살아 있는 것”이라는 동의대 교수의 주장을 전했다.

한편 “일각에서 지역 주민 90% 이상이 매립에 찬성했다는 주장은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2, 3년 전 광포만 매립을 찬성한 단체들이 주축이 된 지금, 지역 전체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이 문제”라고 일방적인 여론수렴과정을 비난했다.

이들은 “사천시와 시의회는 객관적인 입장을 견지해야 함에도 지역경제과와 기업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매립계획에 편승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시가 ‘산업단지 조성을 방해하려는 토론회는 하지 않겠다’며 토론회 개최에 반대입장을 표명한 것이 단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낙후됐다는 소외감에 싸여 있는 지역주민들에게 책임지지 못할 기대감을 부추겨서는 안된다”며 “지자체의 진정한 발전이 무엇인지, 장기적인 발전 정망을 갖고 추진하는 것인지, 그리고 갯벌매립으로 피해를 입게 되는 어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수렴하고 있는지 등을 따져보고 공유수면매립 기본계획에 반영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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