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06:4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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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부지 의혹사건 특검팀은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가 부지매입자금 12억 원을 증여받은 것으로 보고 국세청에 과세자료를 통보했다. 시형씨의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의혹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했다. 김인종 전 청와대 경호처장과 김태환 경호처 행정관에게는 시형씨가 부담해야 할 사저 부지 매입비용을 경호처에 떠넘겨 국가에 손해를 끼친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심형보 경호처 시설관리부장도 사저부지 매입관련 보고서를 변조한 혐의로 기소하고 30일간의 수사를 마무리했다. 이 같은 특검 수사결과는 시형씨 등 사건 관련자 7명을 전원 불기소 처분했던 검찰의 앞선 수사를 뒤집은 것이다. 청와대는 ‘실현되지 않은 미래의 가정적인 의사만을 토대로 특검이 증여로 단정한 것은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청와대측이 당당하다면 특검 수사에 왜 좀 더 적극적으로 협력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시형씨가 부지매입에 대한 답변을 바꾼 경위, 큰 아버지 이상은씨로부터 빌렸다는 현금 6억 원의 출처와 용도, 시형씨가 내야 할 부동산 중개수수료를 경호처가 대납했다 채워넣은 이유 등 각종 의혹이 쌓인 상황에서 왜 특검 수사를 통해 이를 속시원히 해명하려 하지 않았는지 모를 일이다. 청와대는 오히려 시형씨가 써준 차용증의 원본파일 제출을 거부하고 검찰 서면답변서 작성 행정관의 신원조차 모르겠다고 버팀으로써 특검 수사를 방해하고 뭔가를 숨기려 한다는 의혹을 자초했다. 청와대는 특히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은 특검의 압수수색을 거부하고 수사기간 연장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음으로써 진상규명을 회피하려 한다는 비판을 키웠다. ‘충분한 수사가 이뤄졌다’는게 청와대측 주장이지만 그건 수사주체인 특검이 판단할 몫이다. 청와대는 특검 수사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지만, 결국 이번 수사를 통해서도 털지 못한 의혹에 대한 부담은 고스란히 이 대통령과 청와대가 떠안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우리나라에선 역대 대통령과 그 친인척의 부패나 비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 대통령과 청와대는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과정에서 국민적 의혹을 살만한 소지를 남기지 말았어야 했다. 의혹이 커져 특검에까지 이르렀다면 성역없는 수사를 자처해 법 앞에 모든 국민이 평등하다는걸 보여줬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청와대와 대통령이라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에는 역시 한계가 있다는 인식을 남겼다. 이런 점에서 대통령이나 친인척의 비리를 단속하고 조사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대선 후보들의 공약은 꼭 실천되길 바란다.

사설 | 연합뉴스 | 2012-11-14 1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