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요삼(34·숭민체육관)은 지난 5월 24일 오니시 겐이치(21·일본 그린츠다체)와 경기를 앞두고 체육관으로 찾아간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복서로는 적지 않은 나이에 굳이 링으로 복귀한 이유를 묻자 돌아온 답변이었다.
호적상으로는 1972년생이지만 실제로는 1973년 10월생으로 만 34살인 최요삼은 20살이던 1993년 프로복서로 데뷔했다.
탄탄한 기량을 바탕으로 13연승을 달린 뒤 1995년 한국 라이트 플라이급 타이틀에 첫 도전했지만 판정패했다. 오뚝이처럼 일어나 다음해 동급 동양타이틀을 거머쥔 그에게 이번엔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파도가 밀려왔다.
1999년 10월 사만 소루자투롱(38·태국)을 판정으로 꺾고 WBC 라이트플라이급 챔피언이 된 후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3년간 방어전을 겨우 4번 밖에 치르지 못한 것.
2002년 호르헤 아르세(28·멕시코)에게 진 뒤 2003년과 2004년 잇따라 세계 정상을 노크했지만 실패했다. 2005년 6월 경기를 마지막으로 은퇴했을 때만 해도 최요삼의 복서 생활은 이대로 끝나리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은퇴 18개월 만인 작년 12월 링으로 돌아온 그는 2~3달에 한 번씩 꾸준히 경기를 벌이며 세계 타이틀 도전의 꿈을 키워갔다.
모 쇼핑유통회사에 다니며 굳이 운동을 하지 않아도 매달 수백만 원 월급을 받을 수 있는 방법도 있었다.
그런데도 링으로 돌아온 이유에 대해 그는 “링을 떠나 보니까 역시 내가 잘 하고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건 복싱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며 “어려울 때 나를 믿어준 이들에게 보답하고 싶다는 마음도 컸다”고 말했다. 나이가 비슷한 전 페더급 세계챔피언 지인진(34)마저 종합격투기 K-1으로 떠난 뒤 “내가 복싱을 되살려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기도 했다.
25일 경기에서도 11회까지 압도적으로 리드한 만큼 마지막 12회는 방어만 해도 승리를 따낼 수 있었지만 최요삼은 유독 KO승에 집착했다.
동생이자 매니저를 맡고 있는 최경호 HO 스포츠매니지먼트 대표는 “마지막 회에 링 주변에서 ‘KO’를 연호하는 함성이 많아지자 형이 유독 서두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빠르면 내년에 세계타이틀에 도전하고 챔피언 자리에 오르게 되면 타이틀 반납과 함께 정식 은퇴를 하겠다는 게 최요삼의 꿈이었다.
복싱밖에 몰랐고 자신을 믿어준 이들에게 화끈한 KO승부를 보여준 뒤 멋지게 퇴장하고 싶어했던 최요삼. 그를 아는 이들은 최요삼이 하루 빨리 의식을 되찾아 적극적이던 모습을 되찾길 고대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