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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복싱을 되살려야 한다”
“내가 복싱을 되살려야 한다”
  • 승인 2007.12.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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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수술 최요삼, 안타까운 사연들
“전 할 줄 아는 게 복싱 밖에 없습니다. 타이틀을 따낸 뒤 멋지게 은퇴하고 싶습니다”

최요삼(34·숭민체육관)은 지난 5월 24일 오니시 겐이치(21·일본 그린츠다체)와 경기를 앞두고 체육관으로 찾아간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복서로는 적지 않은 나이에 굳이 링으로 복귀한 이유를 묻자 돌아온 답변이었다.

호적상으로는 1972년생이지만 실제로는 1973년 10월생으로 만 34살인 최요삼은 20살이던 1993년 프로복서로 데뷔했다.

탄탄한 기량을 바탕으로 13연승을 달린 뒤 1995년 한국 라이트 플라이급 타이틀에 첫 도전했지만 판정패했다. 오뚝이처럼 일어나 다음해 동급 동양타이틀을 거머쥔 그에게 이번엔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파도가 밀려왔다.

1999년 10월 사만 소루자투롱(38·태국)을 판정으로 꺾고 WBC 라이트플라이급 챔피언이 된 후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3년간 방어전을 겨우 4번 밖에 치르지 못한 것.

2002년 호르헤 아르세(28·멕시코)에게 진 뒤 2003년과 2004년 잇따라 세계 정상을 노크했지만 실패했다. 2005년 6월 경기를 마지막으로 은퇴했을 때만 해도 최요삼의 복서 생활은 이대로 끝나리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은퇴 18개월 만인 작년 12월 링으로 돌아온 그는 2~3달에 한 번씩 꾸준히 경기를 벌이며 세계 타이틀 도전의 꿈을 키워갔다.

모 쇼핑유통회사에 다니며 굳이 운동을 하지 않아도 매달 수백만 원 월급을 받을 수 있는 방법도 있었다.

그런데도 링으로 돌아온 이유에 대해 그는 “링을 떠나 보니까 역시 내가 잘 하고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건 복싱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며 “어려울 때 나를 믿어준 이들에게 보답하고 싶다는 마음도 컸다”고 말했다. 나이가 비슷한 전 페더급 세계챔피언 지인진(34)마저 종합격투기 K-1으로 떠난 뒤 “내가 복싱을 되살려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기도 했다.

25일 경기에서도 11회까지 압도적으로 리드한 만큼 마지막 12회는 방어만 해도 승리를 따낼 수 있었지만 최요삼은 유독 KO승에 집착했다.

동생이자 매니저를 맡고 있는 최경호 HO 스포츠매니지먼트 대표는 “마지막 회에 링 주변에서 ‘KO’를 연호하는 함성이 많아지자 형이 유독 서두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빠르면 내년에 세계타이틀에 도전하고 챔피언 자리에 오르게 되면 타이틀 반납과 함께 정식 은퇴를 하겠다는 게 최요삼의 꿈이었다.

복싱밖에 몰랐고 자신을 믿어준 이들에게 화끈한 KO승부를 보여준 뒤 멋지게 퇴장하고 싶어했던 최요삼. 그를 아는 이들은 최요삼이 하루 빨리 의식을 되찾아 적극적이던 모습을 되찾길 고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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