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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 지도자들은 왜 반쪽만 쓰나요?”
“한국축구 지도자들은 왜 반쪽만 쓰나요?”
  • 승인 2007.11.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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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방스보 박사 27일 축구세미나서
‘선발시 완성된 선수만 선호’ 지적
“1~6월생이 전체 팀에서 86%를 차지하고 있네요. 이 팀이 과연 어떤 팀인지 아십니까?”

27일 오후 서초구 반포동 JW매리어트호텔 그랜드볼룸.

한국축구연구소(이사장 허승표)가 공들여 주최한 축구 세미나가 열렸다. 주제는 ‘2007년 17세 이하(U-17) 월드컵 한국대표팀 전술 분석과 청소년축구 육성 방안’.

강사로는 덴마크 코펜하겐대학의 장 방스보 박사가 나섰다.

이탈리아 세리에A 등 유럽 빅 리그에서 축구 시스템 분석 경력을 쌓아온 방스보 연구원은 거침없이 청소년대표팀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축구 4강 신화와 달리 지난 8~9월 안방에서 개최된 대회에서 16강 진출에 실패하고만 청소년대표팀의 근원적인 문제점을 논의한 자리였다.

방스보 박사는 단적으로 한국의 어린 공격수들은 ‘모험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초반부터 롱 패스를 남발할 뿐 안전한 플레이만 고집한다는 것이다.

청소년팀이 페루, 코스타리카와 조별리그 두 경기에서 모두 26차례 세트플레이와 31회 슈팅 기회를 허공에 날려버린 이유는 한국 선수들의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은 아니란다. 1대1에서 모험을 하지 않으려 하기에 창의적인 플레이가 나오지 않고 그 결과 득점력 빈곤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수비에선 커버의 기본개념 자체가 정리돼 있지 않다고 질타했다. 국내 수비수들은
빠르고 높은 기술 수준을 갖췄지만 종종 불필요한 위험을 자초하며 비효율적인 압박에 매달린다고 했다.

오프사이드 때 왜 심판 대신 수비수가 손을 드는지, 왜 공만 쫓아다니다 상대편에게 공간을 만들어주는지 의아함도 크다고 했다.

방스보 박사는 마지막으로 의미있는 그래프를 펼쳐 보였다.

U-17 한국 청소년대표팀 21명의 월별 출생 분포도였다.

이 그래프엔 1~3월생이 6명, 4~6월생 12명, 7~9월생 2명, 10~12월생 1명으로 나와 있었다.

방스보 박사는 “왜 지도자들이 1~6월생만 뽑는가. 7~12월생은 재능이 없어서 그런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지도자들이 선수를 선발할 때 신체적으로 성장이 끝난, 어느 정도 완성된 선수만을 선호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이는 덴마크의 일류 선수들을 분석해봐도 비슷하게 나타난다고 했다.

방스보 박사는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로 뽑힌 파비오 칸나바로를 예로
들며 “스스로 핸디캡을 주는 지도자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지도자들도 바로 눈앞만 보지 말고 꿈나무들을 캐보라는 주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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