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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 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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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5.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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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제발 빼지 마세요!!”
“살 좀 빼 주세요.”

외래에서 자주 듣는 부탁 아닌 부탁이다. 하지만 의사보고 살을 빼 달라니? 이건 뭔가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일이다.

일반적으로 비만(요즘은 대사증후군으로 광범위하게 진단을 내리긴 하지만 아직은 덜 대중적인 게 사실이다)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식이상담, 운동처방 등의 행동수정치료가 기본이고, 이게 워낙 의지만으로는 안 되는 일이라 약물치료로 도움을 주게 된다.

결론은 체중 조절은 환자의 행동수정을 통해 이루어 내야 하는 것인데, 요즘은 의사가 ‘살 빼 주는 사람’으로 인식이 되었나 보다.

물론 한동안 신문지상을 도배하던 여러 가지 다이어트광고에 기백만원은 족히 들인 후에야 병원으로 발길을 돌리던 4-5년 전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편이긴 하다.

사실 체중조절의 원칙은 유치원생도 다 안다. 하지만, 그 원칙보다는 쉽고 빠른 길이라는 잘못된 믿음으로 약물치료만 따라가다 보면 체중감량은 되었는데 이전보다 더 허약해지기 일쑤다.

들어오는 칼로리보다 소모하는 칼로리가 많으니 체내성분을 분해해서 쓰긴 쓰는데 운동도 도통 안하는데다, 다이어트 한답시고 육류를 포함은 일체의 단백질은 입에 대질 않으니 나날이 주는 건 근육이요 느는 건 체지방율이 될 수 밖에 이러나 과하게 체중조절하면 기력이 떨어지는데다 악화된 체성분으로 몸매는 더욱 나빠지는 것이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수치상으로 체중이 줄었으니 성공이 아니냐고 하겠지만 대사증후군이 여러 증상들이 결국 과다한 체지방, 특히 내장지방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면 체지방율이 증가한 결과는 치료의 실패로 볼 수 밖에 없다.

필자는 진료실에서 우스개소리로 자주하는 말 중에 “살 빼지 마시라”는 부탁이 들어있다.

일반적으로 ‘살’이라면 근육을 말하는 것인데, 제대로 된 체중감량이라면 체지방을 줄여야지 근육량 감소를 보여서는 안 될 말이다.

그 다음으로 자주 하는 말이 “식사 좀 잘 하세요”인데여기서 특히 ‘잘’이라는 대목을 강조해서 실제로는 “식사 좀 자알 하세요”라고 한다.

적은 칼로리로 배를 불리려다 보니 밥은 꼭 먹어야겠고, 야채는 많이 먹어도 좋다더라 해서 밥과 나물만 한가득 먹는다.

거기에 과일은 아무리 먹어도 좋다더라(도대체 이 끝없는 좋다더라의 발단은 어디인지)는 말을 믿고 후식은 과일을 한 소쿠리씩 먹어준다. 체중이 준다면 그나마 다행이긴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체지방이 빠질 수 있단 말인지.

제대로 된 식사 조절과 그 효과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이야기하도록 하고, 이 말을 끝으로 맺음을 해야겠다.

“살? 제발 빼지 마세요.”
마산삼성병원 가정의학과 노명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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