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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한 다발엔 그만큼의 가시도 있다 - 김효경
장미 한 다발엔 그만큼의 가시도 있다 - 김효경
  • 경남매일
  • 승인 2023.12.27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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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름다운 동반자일 때는
어디서나 장미가 지천이다
우리가 아름다운 동반자로 있을 때
우리만은, 우리의 관계만은 영원하리라는
착각 그마저도 향기롭다
그러나 꽃이 시들 듯
우리의 관계에도 일순간 모래바람이 휘몰아치고
겨울 한복판 같은 날이 반드시 찾아온다
긴 장례식을 가지면서
그 쓸쓸한 식장을 지키면서
커다랗던 이름이 조그마해질 때까지
날마다 한 사발씩 피를 쏟아야 할지도 모르는
어디서나 장미가 지천일 때
그때 이미 천지로 돋아나 있는

시인 약력

 

2007년 《문학세계》 등단. 
시집 《기억들은 모두 꽃이 되었다》, 
2020년 경남 올해의 젊은 작가상 수상.
경남문인협회, 창원문인협회 회원, 
창원낭송문학회 리더(시낭송가).

 

☞  장미에 가시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사람과의 관계도 장미가 활짝 피는 시간처럼 좋을 때는 아름다운 것과 좋은 향기만 가득한 것이다. 그러나 극한 강추위처럼 서로가 돌아 설 때는 늑대보다 위험하고 칼처럼 피를 흘릴 지경에도 이른다. 가장 아픈 순간에 작았던 이름이 커져 보이고 커다란 이름이 보이지 않는 순간을 맞이할 때는 가시 보다도 아픈 마음을 만난다. 가시는 갑자기 돋아나는 게 아니다. 사랑은 어쩌면 아프기로 작정하고 시작하는 일이다.           - 임창연(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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