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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태왕릉비의 진실 34 태왕의 부활과 일본의 태도
광개토태왕릉비의 진실 34 태왕의 부활과 일본의 태도
  • 경남매일
  • 승인 2023.12.11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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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명스님
도명스님

일반 사람들이 이룰 수 없는 대단한 업적을 성취한 이를 세상에서는 '영웅'이라 말한다. 그럼 우리나라 역사에서 최고의 영웅은 누구일까? 고조선을 건국한 단군과 살수대첩의 을지문덕 그리고 삼국 통일의 주역 김유신과 나라 구한 이순신 장군도 있으며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이 있다. 하지만 종합적인 업적을 본다면 광개토태왕과 비교할 만한 이는 없을 것 같다.

당대 동북아의 패자였던 고구려는 북부여의 맥을 이은 강력한 고대 국가였다. 위대한 대고구려의 부흥은 중흥 군주 광개토태왕 시대에 그 정점을 찍었다. 고구려는 덕흥리 고분이나 안악 3호분에서 보이는 것처럼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철갑 기마병과 수군을 앞세워 대륙뿐 아니라 해양에서도 막강한 존재감을 드러내었다. 그리하여 광개토태왕은 왕중의 왕이라는 의미로 '태왕'이란 호칭과 함께 황제국을 의미하는 영락(永樂)이란 연호를 사용했다. 그의 치세는 영토의 확장뿐 아니라 고조선을 이어받은 북부여의 정신을 계승해 천손(天孫)의 후예를 표방하며 한민족의 자긍심을 고취시켰다. 또한 그는 백성의 평안을 도모할 목적으로 소수림왕 때 공인된 불교를 확산시키기 위해 수도의 아홉 곳에 사찰을 짓기도 했다.

이후 번성하던 고구려는 668년 신라에 의해 멸망했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갔다. 삼국이 아닌 가야까지 사국 통일을 이룬 신라는 정복한 나라들의 부흥운동을 경계했고 나머지 삼국에 대한 역사 지우기에 나섰다. 신라에서 이러한 일들은 어쩌면 당연하였고 김부식은 『삼국사기』를 편찬할 때 고구려와 백제는 축소시켰으며 가야는 아예 누락시키고 말았다. 이에 140여 년 뒤 일연 스님은 삼국사기에서 누락된 사실과 불교 역사를 추가하여 『삼국유사』를 남겼다. 하지만 설사 김부식이 『삼국사기』에서 우리 역사의 많은 부분을 축소시키고 누락하였다 해도 조작은 하지 않았고 부분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역사에서는 너무나 소중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근세 우리 역사가 풍전등화의 위중한 지경에 놓여 있을 때 갑자기 세상에 출현한 광개토태왕릉비는 태왕 당대의 존재만큼 국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일제는 조선 침략의 정당성이라는 명분과 그들의 야욕을 채우기 위해 신묘년(辛卯年) 기사를 변조했고 비의 3면 우측 하단부의 왜 관련 기사의 많은 부분을 쪼아냈다. 만약 <신묘년조>가 일제에 의한 변조가 없었다면 능비의 발견 즉시 "왜가 백잔과 신라를 파하고 신민으로 삼았다"는 왜에게 유리한 원문과 함께 능비의 탁본을 공개했을 것이다. 그러나 원래의 원문은 왜에게 불리한 기사였기에 수년간의 연구 끝에 변조를 감행해 그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고친 것이다.

일제가 주로 쓰는 역사공작의 전략 중 하나는 프레임을 선제적으로 씌우는 방법이다. 프레임을 선점하고 원문을 조작해 세상에 내어놓으니, 진실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탁본의 해석에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들의 교묘한 프레임에 갇혀 버린 것이다. 그러나 이미 상한 재료에다 아무리 좋은 양념을 치고 가공해도 먹지 못하는 음식이 되는 것처럼 원형이 훼손된 능비와 변조된 탁본을 가지고 아무리 연구해도 진실에 근접하긴 어려웠다. 쌍구가묵본이나 석회탁본에 비해 원석탁본의 신뢰도는 높다. 그러나 최초의 원석탁본을 채탁하기 전, 능비는 일본육군 참모본부에 의해 이미 변조되었다. 때문에 일각에서 말하는 "원석탁본에 '渡海破'가 그대로 나오니 능비의 변조는 없었다"는 주장이야말로 소위 아무것도 모르는 너무나 순진한 생각으로 저들에게 제대로 속은 것이다.

일본 학계도 현재의 <신묘년조> 기사는 문제가 많은 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능비를 변조한 선조의 죄를 덮기 위해 과거의 비행도 모자라는지 이제는 능비에 대해 모욕적인 이차 가해까지 하고 있다. 그것은 당시 고구려가 자신들의 무공을 높이기 위해 적국인 왜를 과대하게 포장한 주체로 보아 고구려를 거짓말쟁이로 몰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로 어처구니가 없다. 고구려가 자국을 높이기 위해 왜의 존재까지 부풀렸다는 소설을 쓰면서 고구려를 폄하하는 저급한 짓을 학문의 이름으로 행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과 독일은 2차대전의 전범 국가라는 동일한 주홍 글씨가 있다. 하지만 두 나라의 품격은 큰 차이가 있는데, 독일은 진심으로 과거를 반성하며 지금도 피해 국가들에게 보상하려고 노력한다. 반면 일본은 참회는커녕 과거의 허물을 덮기 위해 오히려 부정을 넘어 온갖 다양한 방법으로 이차 도발을 감행해 오고 있다. 이런 사악한 태도가 일본이 진정한 세계 일류 국가로 가는 길을 막고 있다는 사실을 저들은 아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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