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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무너지는 왕 요아스, 미자립 리더십
갈수록 무너지는 왕 요아스, 미자립 리더십
  • 경남매일
  • 승인 2023.11.30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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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하 인제대 국제통상학과 교수ㆍ시인
원종하 인제대 국제통상학과 교수ㆍ시인

남유다의 8대 왕 요아스는 어려서부터 심리적인 불안과 죽음과 삶의 경계선에서 살아온 왕이다. 태어나자마자 겪었던 고난은 다름 아닌 할머니 아달랴의 끝없는 야욕으로 인해 발생한 대학살이었다. 아달랴의 남편인 여호람이 왕위에 오르자 자기보다 선한 아우들을 죽이고 집안의 모든 자손을 죽이는 참화의 과정을 곁에서 본 아달랴가 남편이 죽자 무죄한 자의 피를 흘리게 하는 그 일을 그대로 반복해서 하고 있었다.

아달랴는 북이스라엘의 아합과 이세벨의 딸로서 남유다와 북이스라엘이 결혼동맹을 맺을 때 남유다 여호람과 결혼해 아하시야를 낳았으나 아들이 죽자 손자들을 죽이려고 하였다. 이런 과정에서 어린아이 요아스는 고모와 고모부에 의해 겨우 살아남았지만 요아스를 제외한 왕의 일가족은 몰살당하였다. 이러한 피바다를 지난 후 왕위에 올라 6년간 남유다를 통치한 여왕이 아달랴이다.

남유다의 20명 왕 중 유일한 여왕으로 사마리아에서 성장했으며 남유다에 바알숭배를 시작하게 하는 원흉이다. 성경에는 악한 여인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즉위 7년째 제사장 여호야다에 의해 살해된다. "슬기로운 자는 재앙을 보면 숨어 피하여도 어리석은 자는 나가다가 해를 받느니라"(잠언22:3). 남유다 5대 왕인 여호람의 후궁의 딸인 여호세바와 그의 남편 대제사장 여호야다가 환난 가운데 급히 숨겨 왕에 오르게 한 사람이 요아스 왕이다. 악한 할머니 밑에서 거의 존재감 없이 성전에서 6년간 몰래 양육되다가 7세 때 아달랴에 반기를 든 대제사장 여호야다에게 기름 부음을 받고 유다의 제8대 왕에 즉위해 40년간 통치하게 된다.

어렸을 때의 트라우마는 나이가 들어서도 없어지지 않고 더 축적이 되거나, 권력을 잡으면 폭군이나 독재자가 되는 길을 걷게 되는 경우가 많다. 요아스의 곁에는 고모부이면서 후견인이 대제사장 여호야다가 있어서 신앙적 조언에 귀를 기울이면서 여호와 보시기에 정직히 행하는 왕으로서 반듯한 치적을 쌓아 왔다. 뿐만 아니라 나이 30세가 되었을 때는 여호와 전을 수리하며 하나님 앞에서 믿음과 행실에 있어서 정직한 삶을 살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반전이 일어난 것은 왕의 신앙적 멘토였던 여호야다가 죽고 나서는 주변의 간신(奸臣) 같은 신하들의 조언을 따르기 시작한다. 여호와의 전을 버리고 아세라 목상과 우상을 섬기기 시작하였으며, 나라 전체에 우상 숭배를 조장하는 일이 발생하게 되었다. 이에 하나님은 선지자를 보내어 불신앙을 경계하며 돌아올 것을 진언하였으나 듣지 않았고, 심지어는 여호야다의 아들인 스가랴를 보내어 왕의 배교(背敎)를 꾸짖고 하나님의 심판을 경고했으나 오히려 스가랴를 여호와의 전 뜰 안에서 살해하는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배은망덕(背恩忘德)도 이런 경우가 있다는 말인가? 어린 핏덩어리를 감싸 안고 성전에서 말씀으로 키웠던 인생의 멘토요 인생의 아버지 같은 여호야다의 아들을 듣기 싫은 소리를 한다고 죽일 수 있다는 말인가? 말년에는 아람 하사엘의 침공을 받고 성전 창고 물건들까지 바쳐야 할 정도로 힘겹게 조공을 충당했다.

하사엘과의 전투에서 부상을 입기도 하여 육체적으로도 쇠약해지고 있었다. 오랜 악정(惡政) 끝에 자기 부하들의 반란에 의해 침상에서 살해되는 비극으로 40년 통치의 시대를 마감한다. 요아스는 신앙의 멘토였던 여호야다가 죽고 나서는 입 속의 혀 같은 자들을 가까이하며 그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는 것이 가장 큰 실책이었다. 권력 곁에는 늘 그 주변에서 곁불을 쬐기 위해 위성처럼 떠다니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한 사람들을 구별할 수 없고, 멀리할 수 있는 용기와 지혜가 없으면 그러한 악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서 서서히 권력이 부패하고 무너져 가는 줄을 알지 못한다. "악을 행하는 자는 사악한 입술이 하는 말을 잘 듣고 거짓말을 하는 자는 악한 혀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느니라"(잠언17:4).

요아스도 40년 동안 통치를 하였는데 리더십이 성장할 만도 한데 여전히 미자립 상태에 머물러 있다가 무너져 내린 것을 볼 수 있다. 우리의 믿음이 그러하다. 홀로 강하게 서지 않으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모래 위의 집과 같은 것이다. 주변에 믿음이 없는 자와 며칠만 지내다 보면 소중히 여겼던 믿음도 사라지고 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력자는 홀로서기 위한 것이지 옆에 있는 사람이 자신이 되어 줄 수는 없는 것이다. "여호야다가 세상에 사는 모든 날에 여호와의 전에 항상 번제를 드렸더라"(역대하24:14). 요아스는 여호야가 살아있는 20여 년 동안에는 형통하였으며, 성전 수리도 하면서 믿음을 지켰다. 그러나 후반전 동안에는 한순간 무너진 신앙을 회복하지 못하고 내리막길을 가는 것을 알 수 있다. 방심은 금물이다. 오늘의 기도가 내일의 생명임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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