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9 03:36 (월)
모든 물가 다 오르는데 쌀값만 급락
모든 물가 다 오르는데 쌀값만 급락
  • 박재근 기자
  • 승인 2023.11.27 22: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산지가격, 20만원선 붕괴
심리적 안정선도 무너져
정부가 선제 조치 취해야
농협 RPC에 쌀 재고 넘쳐

"고물가 시대에 쌀값만 역주행을 거듭, 농민들이 뿔났다." 이는 정부가 유지하겠다고 약속한 수확기 쌀값 20만 원(80㎏ 1가마)도 무너졌기 때문이다. 쌀값 급락과 소비 감소가 맞물리면서 벼를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농협의 재고 보관 및 비용 보전 부담도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첫 산지 쌀값은 20㎏들이 한 포대에 5만 4388원(10월 5일 자)으로 출발한 뒤 5만 2387원(10월 15일 자), 5만 1142원(10월25일자), 5만 346원(11월 5일 자)으로 내림세를 거듭하다가 4만 9820원(11월 15일 자)까지 추락했다. 80㎏들이로 환산하면 19만 9280원으로, 정부가 약속했던 쌀값 20만 원 선이 무너진 것이다.

이로 인해 전국 농협과 농업계에서는 정부가 특단의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호소가 나온다. 27일 경남도와 경남북농협 등에 따르면 최근 수확기 벼 매입을 마친 각 RPC 내 저장고에 벼가 잔뜩 들어찼다.

이처럼 보관하는 벼가 급증하면서 쌀 품질이 떨어져 소비자 불만이 커지는 악순환도 우려된다. 농협경제지주에 따르면 전국 농협이 올 수확기 매입한 벼는 지난 8일 기준 143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18만 6000t) 증가했다. 올해 쌀 생산량이 370만 2000t으로 지난해보다 1.6%(6만 2000t) 줄었는데도 매입량은 크게 늘었다. 이는 쌀값 하락이 지속될 것을 우려한 민간 RPC가 벼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데다, 지난해 45만t에 달했던 정부의 쌀 시장 격리도 올해는 전혀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수요 대비 과잉 생산된 쌀을 매입해 시장에서 격리하고 있다. 신곡 수요량의 3% 이상 초과 생산분을 선제 매입해 농민 손실을 보전하고 시장 쌀값을 잡는다. 올해 생산량은 370만t으로, 정부가 분석한 신곡 수요량(361만t)의 3% 이상 초과 생산분(371 만8300t)에 미달해 시장 격리가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가 재난 등 비상시를 감안해 매입하는 공공 비축미 매입량도 지난해보다 5만t이나 줄었다.

쌀 소비가 줄면서 농협의 쌀 판매량도 지난달 기준 134만 3000t으로 전년 동기보다 8% 줄었다. 비싸게 산 쌀을 싸고 적게 공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피해가 불 보듯 뻔하다. 농협과 농업계는 현행 시장격리 제도의 쌀값 안정화 기능이 미약해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요의 3% 초과분이 아닌 수요 초과분 전체를 시장 격리하는 등 공격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농민단체들은 "정부가 초과분 전체를 시장 격리하기만 해도 쌀값이 즉시 반등할 것이다. 정부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벼 수확 모습.
벼 수확 모습.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