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중심에 섰던 로마, 번영 비결은 '개방'과 '공생'
세상의 중심에 섰던 로마, 번영 비결은 '개방'과 '공생'
  • 황원식 기자
  • 승인 2023.11.23 2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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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역사 속 다문화정책- 로마제국
속국 출신 황제 간혹 등장 개방 정책 만개
카이사르, 다양성 존중 시민권 확대 '정점'
시오노 나나미 "자기 개혁 성공 힌트 삼아야"
로마 제국 전성기 시기의 최대 영토(서기 117년 트라야누스 황제)
로마 제국 전성기 시기의 최대 영토(서기 117년 트라야누스 황제)

로마 제국은 BC 753~ AD 476(서로마 멸망)까지 1000년이 넘게 유럽 지중해 전역에 이르는 넓은 영토를 다스렸던 나라이다. 로마는 어떻게 이렇게 긴 시간 패권국가로서 군림할 수 있었을까? 로마인 이야기를 쓴 역사 소설가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의 '개방'과 '공생' 정책에서 그 실마리를 찾았다.

로마는 민족의 차이, 문화의 차이, 종교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것들을 모두 감싼 '보편 제국'이었다. 공화정 말기만 해도 로마인 입장에서는 이민족이었던 갈리아족(현재의 프랑스, 벨기에, 스위스 서부, 그리고 라인강 서쪽의 독일을 포함하는 지방)에서부터 그리스 민족, 유일신을 믿는 유대인에 이르기까지 다종다양한 인종과 민족이 어울려 살았다.

특히 공화정 말기의 정치가였던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여러 민족의 다양성을 최대한 존중했다. 그것을 가장 확실히 말해주는 것이 로마 시민권의 확대였다. 카이사르는 로마 시민들로부터 외국인 취급을 당하던, 갈리아인에게 로마 시민권을 주었다. 그다음에는 당시 로마에서 일하는 모든 의사나 교사에게, 그리고 바로 얼마 전까지 자신과 적이 되어 싸운 '알프스 저편'에 사는 갈리아인 지도자들에게도 시민권을 주었다. 갈리아인 지도자들에게는 고대 로마의 국회라고 할 수 있는 원로원 의석까지 줬다.

물론 로마 사회에서도 반발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신참 원로원 의원 중에 유달리 눈에 띈 사람은 갈리아의 부족장들이었다. 그들의 낯선 모습을 보고 로마 시민들은 이민자들을 조롱했다. "원로원 의원이면서 로마 시내의 지리도 모른다니깐." "아니, 로마의 지리 정도라면 괜찮아. 라틴어도 못 하는걸." "그 사람들은 토가 속에 바지를 입는다던데."(토가는 로마인의 전통의상이며 토가 안에는 속옷만 입었다. 반면 갈리아인들은 바지를 입었다.)

시오노 나나미는 이 장면을 이렇게 설명했다. "현대의 우리라고 당시 로마인들을 비웃을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다. 카이사르가 한 것을 근현대사에 옮겨 놓으면 대영제국의 의회에 인도인 간디나 네루를 맞이하는 것과 마찬가지며, 나바호족의 족장이 미국의 상원의원에 추천되는 것과 같다. 민주주의의 전통을 자랑하는 영국이나 미국이라고 해도 물론 로마 시대의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카이사르는 그의 강력한 정치력을 바탕으로 개방 정책으로 일관했다. 카이사르가 갈리아의 이민족들에게 원로원 의석까지 준 것은 기독교의 박애 정신이나 근대 민주주의의 평등 정신 같은 추상적인 이념 때문은 아니었다. 그가 생각하는 '새로운 로마'는 그렇게 함으로써 공생을 실현하는 길로 들어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시작한 로마 시민권의 확대는 그 후로도 계속되어 3세기 카라칼라 황제 시대에 정점을 맞이한다. 로마제국 내에 사는 자유민 모두가 로마 시민권을 가지고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실제 로마사를 읽어보면 속국 출신 황제들도 드물지 않게 등장한다. 당시는 문명화의 척도가 로마화였는데, 수준 높은 스페인이나 프랑스 지역 출신도 있었고, 북아프리카나 시리아, 도나우 강 하류 등의 후진 지역에서도 황제가 나왔다. 로마에서는 황제의 지위조차 출신지나 출생을 불문하고 개방되어 있었다. 시오노 나나미는 그의 저서 '또 하나의 로마인 이야기'(부엔리브로 출판)에서 "로마인이 자기 개혁에 어떻게 성공했는지의 예가 2000년이나 뒤의 현대를 사는 우리들에게도 참고가 된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힌트는 감춰져 있다고 단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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