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어진 산 그 아래 물길 따라
이명처럼 오랜 날들이 지난 대나무 숲에
노을빛 더 깊이 내려선다
저 너머 늘어진 레일 딛고
꼬리 짧아진 기차는
벌판을 흔들고 강을 흔들며
녹슨 철교를 먼지 닦듯 달리고
나무들이 서 있는 이곳 섬진강변
삼베적삼을 적시던 어머니의 땀은
금빛모래가 되어 빛에 말리며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 나는 비린내를
따라 검은빛 나룻배를 저어 고기를
잡았다던 아버지의 비밀스러운 얼굴을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알 수 있었다
아 아 얼마 만인가
시선이 닿는 곳마다 살갗을 부비며
시간이 했던 모든 것에 마음이 젖어
꽃처럼 붉게 물든 눈으로 어딘가를
바라보며 길가에 서 있다
여윈 채 피어있는 코스모스
잔잔히 밀리는 물결의 비린내는
아직도 살아 있는 시간이 되어
변함없이 우리를 기억하고 있다
시인 약력
- 좋은 문학 등단 (2004년)
- 한국문인협회 회원
- 김해수로문학회 부회장
- 김해문인협회 회원
- 김해文詩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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