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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 올해 안에 반드시 해야
'연금개혁' 올해 안에 반드시 해야
  • 김중걸 기자
  • 승인 2023.09.13 2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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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걸 편집위원
김중걸 편집위원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가 지난 1일 '국민연금 제도개선 방향' 보고서 초안을 공개하면서 연금 개혁 방향이 드러났다. 골자는 '더 내고, 더 늦게 받게' 하자는 것이다. 재정계산위는 구체적으로 현재 9%인 보험료율을 12·15·18%로 올리는 방안,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66·67·68세로 늦추는 방안, 기금의 투자수익률을 현재보다 0.5·1%p 끌어올리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이 세 가지 변수를 조합한 시나리오 18개 가운데 재정추계 기간인 2093년까지 기금이 소멸하지 않도록 한다는 목표에 부합하는 것은 여섯 개이다.

재정계산위의 김용하 위원장은 "올해 국민연금에 가입한 20세가 90세가 되는 2093년까지 기금이 고갈되지 않는 모습을 국민께 보여드리는 게 이번 보고서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목표 달성을 위한 방법이 여섯 가지가 있으니 정부와 국회가 결정해 추진하라는 것이다. 복지부는 이를 토대로 정부 개혁안을 만들어 다음 달까지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정부 자문기구인 재정계산위 공청회 발표에 일부 시민단체 등은 노후 보장이 빠진 '반쪽' 개혁안이라고 반발했고, 이러한 목소리는 공청회 현장에서 그대로 표출됐다. 노동·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공적연금강화국민운동(연금행동)은 공청회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래세대의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소득대체율이 낮아 실제 연금(수급) 수준은 하락한다"며 "재정계산위원회 보고서는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목표를 상실했다"고 말했다.

공청회 중에도 개혁안과 관련한 다양한 지적이 나왔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공무원연금에 매년 5조 원 정도의 정부 재정이 들어가고 군인연금 투입액도 비슷한데, 이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도 같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용하 재정계산위원장은 "공무원·군인·사립학교 교직원 연금 등 특수직역 연금에 대한 제도 개편 방안과 관련해 국회 연금개혁 특위가 논의하고 있다"며 "재정계산위원회는 국민연금 계산위인 만큼 국민연금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했지만, 국민연금에 논의된 틀과 기준에 따라 특수직역연금 관련 개혁도 국회 특위에서 계속 논의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재정계산위가 너무 많은 선택지를 내놓아 고민이 깊다고 한다. 현재의 수입, 지출 구조가 유지될 경우 오는 2055년이면 기금이 고갈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보험료율을 높이고, 지급개시 연령을 늦추는 것은 대다수가 공감하는 당위적 사안이다. 재정계산위가 장황하게 열거한 하나 마나 한 선택지 제시가 정부의 판단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를 모를 일이다. 여기에다 더 큰 걱정은 연금 개혁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정치권의 의지다. 윤석열 정부는 연금을 교육, 노동과 함께 3대 개혁 과제 중 하나로 내걸었다.

그러나 대통령 직속 공적연금개혁위원회 설치 공약을 보류 한데다 공을 넘겨받은 국회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애초 4월 말까지였던 활동 시한을 다음 달까지 연장했으나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이다. 주호영 특위위원장은 지난 5월 "정권을 출범한 지 1년이 됐는데 아직도 정부 차원의 연금 개혁 초안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은 이상하다"며 "정부가 대단히 소극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연금개혁 방향은 이미 설정돼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기금이 바닥나면 현재의 적립을 일부 선진국처럼 부과방식으로 바꾸면 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현재 우리 여건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여기에다 세계적으로 저출산·노령화로 국민연금 가입자 대비 수급자의 비율은 2060년이면 125.5%, 2080년에는 143.1%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한 명 이상의 은퇴자 노후를 경제 활동 인구 1명이 책임을 져야 하는 구조로 다가온다. 이 같은 구조는 출산율을 더 떨어뜨리고 이것이 다시 연금 재정에 부담을 주는 악순환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다.

기금 시점을 최대한 늦춰, 시간을 벌면서 출산율을 높이고, 정년 연장 등을 통한 고령층의 경제 활동 기간을 늘리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볼 수 있다. 연금 개혁 추진은 이미 늦어도 한참 늦었다고 해도 과한 말이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개혁을 힘 있게 추진해 늦어도 연내 마무리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론화와 국민 설득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밀실에서 연금개혁을 쥐고 있다 반대 여론 핑계로 개혁을 놔버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지지율이 떨어지더라도 해야 할 일은 하겠다고 공언했다. 내년 총선 전에는 반드시 연금 개혁을 성사시켜야 한다. 총선과 임기 후반기로 넘어가게 되면 자칫 공염불이 될 우려가 크다. 정부와 국회가 이번만큼은 미래세대에 빚을 떠넘기지 않겠다는 각오로 연금개혁에 가속도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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