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23:32 (일)
학생인권조례와 교권
학생인권조례와 교권
  • 경남매일
  • 승인 2023.07.25 22: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상흠 법무법인 우리들 변호사
박상흠 법무법인 우리들 변호사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인 선택이 보도되면서, 무너진 교권의 근원으로 곽노현 교육감이 발의한 학생인권조례가 지목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는 성별, 종교 등으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선언하고 있으며, 교직원의 학생들을 향한 체벌을 금지하고 두발 및 복장 자유화, 학생의 집회 자유 등을 핵심 골자로 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가 헌법소원이 제기되었으나 번번이 합헌판결을 받고 그 정당성이 인정된 상황에서 학생인권조례를 교권침해의 근원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는 듯하다. 학생이 미성년자더라도 엄연히 인간이며, 인격체로서의 독립성을 가져야 한다는 점에서 그들 모두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고, 인권의 주체로서 보호받아야 할 대상임에는 틀림없다.

나는 다른 일정이 없으면 매주 월요일이면 학교폭력심사위원회의 외부위원으로 참석하여 심사과정에 동참하고 있다.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의 다툼은 매우 다양하다. 성희롱, 성폭력, 폭력, 언어폭력, 따돌림, 금품수수 등 학생의 신분에는 걸맞지 않은 행동들이 상당수 등장한다.

그런데 더욱 문제는 학생들의 싸움이 학부모들의 싸움으로 번지게 된 상황이다. 용서를 구하고 싶으나 피해학부모과 연락이 닿지 않아 안달이 난 가해 학생의 학부모부터, 사과했으면 용서해주어야 함에도 마음을 풀지 않는다며 적반하장격으로 피해 학생에게 학교폭력으로 맞신고하거나 원인제공자는 피해 학생이라고 노발대발하는 가해 학생의 학부모에 이르기까지 여러 군상을 보게 된다. 무엇보다 참고인으로 참석한 상담교사의 진술은 대단히 신뢰할 만한 내용들인데 그분들은 위원회의 진술에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임하는 것을 종종 본다. 그들의 진술이 밖으로 유출되고 학부모들의 항의가 제기되면 가시방석에 서야 하기 때문이다.

근 2년간 학교폭력심사위원회에 참가한 소회로는 학교교육이 붕괴된 근원적인 원인은 다름 아닌 학부모들의 자기 자식의 인권에만 집중하고 다른 자녀의 인권은 무관심해 하고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었다. 나의 자녀가 소중하듯 다른 자녀도 소중하며 다른 자녀도 나의 자녀와 같은 꿈나무라는 생각을 가진 이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남에게 대접하라는 황금율이 인권의 출발임을 상기해야 한다.

비단 학교폭력문제에만 국한된 일일까. 한국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문제들의 근원을 찾아보면 양측의 인권이 대립되고 있을 때 한편의 인권만을 치중하고 다른 편의 인권은 사문화시키는 문화가 팽배하고 있다. 그간 우리 사회는 학생의 인권보호에는 치중하였으나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권리는 잠들게 한 상황에 침묵해 왔다.

그런데 교권이 무너지면 결국 학생들의 인권이 신장될 것 같으나 오히려 반대 효과가 발생한다. 미성숙한 학생들의 육체적 정신적 성장을 돕고 학문적 교양과 지적호기심을 양육하는 스승으로서의 역할에 법적제동이 걸리게 되면 교권의 역할은 멈출 수밖에 없게 되기 때문이다. 또 학생이 다른 학생의 인권을 침해할 때 인권조례는 교사가 방관해야만 할 수밖에 없다. 결국 학생인권조례가 안고 있는 법적 문제점은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고 인권침해를 방지하는 것에 중점을 둔 것이라기보다는 법적으로 교사가 학생인권침해의 잠재적 존재로 정의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훌륭한 스승 아래 훌륭한 제자가 나타나게 됨을 볼 수 있다. 예수와 베드로 그리고 바울,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또 아리스토텔레스, 공자와 맹자 그리고 안회 그들의 관계를 보면 훌륭한 스승을 통해 훌륭한 제자가 양육되었다. 우리의 학부모들이 원하는 바는 자기 자녀들이 교사를 통해 훌륭한 교육을 받고 올바른 민주시민으로 성장해 가는 노정을 걷도록 하는 일이다. 건강한 교육을 받도록 돕는 일이야말로 학생인권의 기초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필자의 소견으로는 교사와 학생의 인권을 대립적인 관계로 설정해 둔 인권조례는 개정의 정이 다분한 조례다. 무엇보다 투철한 교육이념과 사명감을 갖고 교육행정을 펼쳐야 할 교육감이 정당의 낙하산 지명에 의해 후보가 지정되고 투표방식에 따라 선출되고 있음은 재고의 대상이다.

요즘 교육계의 혼란을 목도하며 대구 사학진흥재단 1층 폴러어에 걸린 교사의 길이 험난하고 지루하고 뼈에 사무치도록 외로운 것임에도 사랑의 향기를 발하고 체벌보다는 관용을 베푸는 교사의 길을 걷게 해달라며 가의 교사의 기도를 무자년에 올린 노산 최난주 선생의 글귀를 더욱 떠올리게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