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한림면 `화포정` <대표 조연희>
수제비 메기탕, 잡내 없이 자연스러운 맛
재료 신선 확보 최우선, 커피ㆍ쌀뜨물 활용
채소 직접 키워…과일 넣은 장어소스 개발
화포천 생태공원 방문객 찾아와 손님 늘어
음식에 진심 담고 성실한 준비 맛집 비결
친절ㆍ미소에 단골 늘어 "만남 행복 느껴"
김해 대표 하천인 화포천은 진례면에서 발원해 한림면 낙동강에 합류하는 21㎞ 거리를 조용히 흐른다. 예부터 낙동강변은 민물고기를 잡아 판매하는 `민물촌`이 자리잡았다. 민물촌은 낙동강 인근 화포천까지 넓어져 민물 전문식당이 생겨났다. 20여 년 전 한림면에 터를 잡고 민물요리 맛집으로 소문난 `화포정`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화포정에는 수제비 메기탕(1인분, 1만 원)을 비롯해 장어구이(1마리, 2만 5000원), 향어회(1관, 7만 원) 등이 메뉴판에 적혀 있다. 대표 음식에 집중하기 위해 메뉴 수가 많지 않다. 향어회는 날씨가 선선한 계절에 개시하므로 현재는 수제비 메기탕과 민물장어구이를 맛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장어구이 한 상을 차린 다음 식사로 수제비 메기탕이 나온다.
화포정의 대표 메뉴 수제비 메기탕은 특별한 기교가 들어가 있는 맛은 아니다.
콩나물과 배추시래기, 미나리를 씹는 맛도 일품이다. 매운맛도 덜해 아이들과 함께 먹기에도 괜찮다. 산초가루를 조금 첨가 해주면 향은 더 깊어진다.
민물고기 요리는 자칫 비린맛 또는 쓴(흙)맛을 잡지 못해 혹평을 받는 경우가 있다. 이는 어류 자체 신선도가 낮거나 적절한 조리 방법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화포정의 음식은 비린맛 등 잡내가 없이 깔끔하다. 조연희 대표는 수산물을 공급받을 때 철두철미하게 신선도를 지키고, 오랜 기간 연구로 찾은 조리방법 등을 바탕으로 해결했다고 했다.
조 대표는 "우리 역시 손님에게 내놓은 음식에서 비린맛이나 흙맛이 나 불만 섞인 소리를 들었다. 이렇게 불만을 듣고 장사 해서는 안된다 싶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면서 "우선 고기 자체가 좋지 않은 날은 모두 반품 처리했다. 또 조리 과정에서 양념 등을 다양하게 넣어보고 알맞은 조합을 찾아나갔다. 방아, 생강, 소주, 원두커피 등을 잘 배합한 다음 쌀뜨물을 활용하면서 잡내 대부분을 잡을 수 있었다. 10년 이상의 고민과 경험으로 얻은 결과물이다"고 설명했다.
메기탕에 들어있는 수제비도 시중에 만들어져 판매되는 것을 쓰지 않고 손수 밀가루 반죽을 해 만든다. 다양한 모양의 쫄깃한 수제비를 건져먹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메기탕 맛을 좌우하는 베이스 육수를 만드는 작업에도 신경을 쓴다. 메기, 장어 부산물과 함께 파뿌리, 생강 등 갖가지 재료를 넣고 5~6시간가량 육수를 우려낸다. 직접 본 육수는 마치 사골곰탕같이 뽀얗게 보였다. 재료를 아낌없이 넣어 탄생한 육수 덕에 국물 맛이 한층 진하다.
장어구이는 당귀, 깻잎과 매실장아찌, 콩나물을 곁들여 쌈으로 먹으면 느끼함을 잡아 주고 고소한 풍미를 더해 혀가 즐겁다. 장어구이의 맛이 나오는 데도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장어는 하루에 판매할 만큼 그날 아침 손질한 뒤 담금주 등으로 재워놓는다. 장어 소스에는 키위, 사과, 배 등 과일류를 갈아넣는다. 과일은 발효를 촉진시킬뿐만 아니라 단맛이 나 인공조미료 사용을 줄일 수 있다. 여기에 간장, 고추장, 물엿, 생강 등을 첨가해 푹 곤다. 이렇게 만들어진 소스는 바로 사용하지 않고 최대 2~3달 숙성시킨다. 시간이 지날수록 소스 맛은 깊어진다. 장어와 소스의 환상 궁합이 완성된다.
밑반찬은 겉절이, 소박이, 부침개, 김치 등 5~6접시가 나왔다. 마치 고향집 반찬같이 정갈하다. 상추, 시래기, 깻잎, 마늘, 고추, 매실 등 밑반찬 재료나 조리에 들어가는 부재료 일부는 대표 내외가 직접 밭에서 기른 걸로 쓴다. 대부분 밑반찬은 이렇게 재배한 제철 채소로 손수 만든다. 조 대표는 "식당 문을 열기 전 이른 새벽부터 밭에 간다. 식당 운영하기도 손이 바쁜데 농사까지 짓는 것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농산물시장에서 식재료를 사와서 하는 게 편하다. 그렇지만 우리 음식이 싱싱함을 유지하고, 손님께 신뢰를 얻기 위해 수고스러워도 계속 직접 재배할 것이다"고 말했다. 채소류 등은 자급자족하면서 최근 고물가속에서 어느 정도 비용절감이 되고 있다.
향어회 또한 이 곳의 별미로 평가받는 메뉴다. 향어회는 6월~9월에는 판매하지 않는다. 향어는 이스라엘 잉어라고도 불리는데 비늘이 없고 기생충 감염 위험도 낮기 때문에 횟감으로 인기가 좋다. 향어회 철에는 초장도 직접 담근다며 꼭 한번 방문하라고 당부했다.
화포천에 관해서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예전 화포천은 인근 공장에서 폐수를 흘려보내 오염이 매우 심했지만 생태공원 사업으로 환경 복원이 이뤄져 생활하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깨끗한 환경으로 살기 좋은 곳이라는 자부심도 갖고 있다. 화포천 생태공원 방문객도 늘어나 이들이 식당을 찾아오는 경우가 많고, 특히 환경 자원봉사를 오는 단체의 예약방문이 많다고 귀띔했다. 조 대표는 "주로 기업이나 각종 단체에서 수십명씩 예약을 해서 찾는 경우가 많다"며 "현재는 코로나 이전 수준 가까이 손님 수가 회복됐지만 기업 회식 등이 예전에 비해 줄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조연희 대표의 밝은 미소와 친절은 `화포정` 손님이 끊이지 않게 된 또 하나의 이유다. 조 대표는 "장사를 하다 보면 속상한 경우도 많지만 항상 웃으려 애쓴다. 평소 인상을 찡그리고 있으면 나에게도 손해, 찾아오는 손님에게도 손해다. 손님들이 `주인 아주머니를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며 웃어 보였다. 이어 "여러 손님을 만나는 데서 기쁨을 느낀다. 여러 사람을 겪다 보니 사람 대하는 노하우가 생기고 교훈도 얻는다. 다시는 안 봤으면 하는 사람도 단골로 만드는 게 능력이다. 그런 재미로 장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손님에게 음식에 대한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해달라고 말한다. "같은 음식을 내놔도 사람마다 평가가 다르다. 누구는 싱겁다 하고 누구는 짜다고 한다. 그래서 음식 장사가 어렵다. 그런 다양한 입맛을 최대한 맞추기 위해 손님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맛집 비결을 알려달라는 질문에 "내 손맛은 나의 진심이다. 내가 맛있다 하면 안 되고 손님이 맛있다 해야 한다. 맛집은 사람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것을 최고 성공으로 친다. 외지 어디에 있어도 맛집으로 소문나면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나"고 답했다. 또 "아저씨(강창수 씨)가 평생을 부지런하게 식당일을 함께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성실 역시 비결이다"고 조 대표는 말했다.
앞으로 식당을 어떻게 이끌어가고 싶은지 물었다. 조 대표는 "우리는 이제 지는 태양이다. 해질녘 석양빛도 날씨가 맑아야 아름답다. 빛나는 석양이 되기 위해 항상 행복한 마음으로 즐겁게 일하고 싶다. 그러면 우리 식당 역시 사람들에게 빛나는 기억으로 남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겉치레의 명품은 쓸모가 없다. 내 마음이 명품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화포천 따라 화포정 가는 길
습지 보며 생명력 품고 생태환경 호흡 즐겨
화포정을 가기 위해 김해대로 명동삼거리에서 한림 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바로 한림IC가 나온다. 부산 등지에서는 한림IC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화포정에 가까워지면 화포천 물길과 습지가 눈에 들어온다. 황새 그림이 있는 `화포천습지 생태공원` 간판이 눈에 띄어 잠시 가던 길을 멈춘다. 습지에는 나무와 수풀이 무성하다. 습지는 `자연의 콩팥`이라고 불릴 만큼 자연 생태계 정화에 큰 역할을 한다. 환경 오염 문제가 심각한 가운데 도시에서 멀지 않은 곳에 습지가 숨쉬고 있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습지 맞은 편에는 광활한 들판이 있다. `봉하마을 친환경 생태농업단지`라는 안내가 돼 있다. 농부들이 뜨거운 햇살에 아랑곳 않고 농사일에 손이 바쁘다. 화포천 습지는 숨가쁘게 달려 온 일상에 잠시 브레이크를 밟을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해줬다. 화포정 가는 길은 흡사 생태여행 묘미까지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