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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사태, `지족불욕 지지불태` 새겨야
BIFF 사태, `지족불욕 지지불태` 새겨야
  • 김중걸 기자
  • 승인 2023.06.14 2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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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걸 편집위원
김중걸 편집위원

부산국제영화제(BIFF) 사태가 한 달을 맞고 있다. `공동 위원장` 임명으로 불거진 BIFF 사태는 한 달이 넘어가고 있으나 해결에 대한 출구 없이 원점이다. 지난 12일 예정된 혁신위 구성을 위한 간담회는 부산 영화계의 요청으로 연기됐다.

지난 5일 BIFF 혁신위원회 준비위원회는 첫 번째 회의를 열고 지난 12일 혁신위원회 구성에 대한 각계 의견을 듣는 간담회를 마련하기로 했다. 준비위원은 BIFF 이사인 강동수, 김종민, 김진해, 남송우, 이청산, 허은 씨, 부산시 김기환 문화체육국장이다.

그러나 영화계는 BIFF 이사회가 쇄신과 내부갈등 봉합을 위해 내놓은 혁신위원회 준비위원이 사실상 `작은 이사회`이고, 쇄신의 조건으로 내건 조종국 운영위원장의 사퇴 등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쇄신 의지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있다. 부산의 한 영화인은 "현안해결이 안 된 상태에서 혁신위원회 활동이 개시되면 소모적인 상황에 빠지기 쉽다는 공감대가 있다"는 의견을 조심스레 제시했다.

한국 영화제 중인 정지영 감독 역시 지난 6일 `BIFF 사태 해결을 위해 드리는 고언`이라는 메시지를 통해 준비위원이나 혁신위 구성 등에 대한 영화계 의견을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과 논의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며 "(이사진이) 책임을 통감하기보다는 그 권한을 계속 유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제반 여건이 미흡한 상태에서 진행된 혁신위 논의에서도 조 운영위원장 거취나 이사회 책임성 등 이번 사태의 본질 해결보다는 시비만 논의의 테이블에 올라 갈등만 증폭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고 한다.

BIFF 혁신위원회 준비위 간담회가 연기된 지난 12일 부산영화인연대는 긴급회의를 열고 이날 오후 BIFF 측에 `긴급 공개 질의서`를 보냈다. 질의서에는 부산영화인연대는 BIFF 이용관 이사장에 △지난 이사회에서 결의한 조종국 씨 사퇴 권고안은 언제 어떻게 누구를 통해 전달됐는가 △이에 대한 조종국 씨의 입장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이에 대한 답변을 15일 낮 12시까지 요구했다.

지난달 이사회가 조종국 운영위원장에게 `거취 표명 권고`를 내린 이후 아무런 특별한 입장 발표가 없자 이에 대한 후속 조치에 나섰다. 한국영화인총연합회도 지난 13일 `영화제는 시민과 관객의 품으로 돌아가야 합니다`라는 성명서를 내고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성명서에서 "최근 인사문제로 불거진 BIFF가 파행의 길을 걷고 있다"며 "정지영 감독을 비롯한 원로들의 목소리에도 BIFF 이사회는 묵묵부답이다"고 밝혔다. 이어 △조종국 운영위원장 해촉 △사퇴를 약속한 이용관 이사장의 약속 이행 △영화계와 시민단체 중심의 BIFF 혁신위원회 선임 ▷이사회는 혁신위에 권한 이양 후 전원 사퇴 등을 요구했다.

연합회는 "영화제는 영화인만의 것이 아니다. 지역과 시민이 자부심을 느낄 때 세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며 "BIFF는 관객과 시민에게 좋은 영화의 향유권을 돌려주겠다는 초심을 잃어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달콤한 권력을 내려놓고 초심으로 돌아가라. 원로들과 현장의 영화인들이 말하는 혁신안을 받아들이고, 어두운 밤바다에 불과했던 해운대 야외 상영장에서 처음 필름이 돌아가며 어둠을 비추던 그때를 절대로 잊지 말아 달라"고 제안했다.

한국영화인연합회는 (사)한국영화인총연합회 (사)한국영화감독협회 (사)한국영화배우협회 (사)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사)한국영화촬영감독협회 (사)한국영화조명감독협회 (사)한국영화기획프로듀서협회 (사)한국영화음악협회 (사)한국영화기술단체협의회 (사)서울특별시영화인연합회의 9개 산하협회와 전국 지회ㆍ지부로 구성돼 있는 한국 최대 영화인 모임이다.

영화인연합회의 달콤한 권력, 초심, 원로와 현장 영화인들의 혁신안 수용 등의 요구는 참으로 처연하다. 부산국제영화제는 김동호 BIFF 초대 위원장, 부산 출신 영화인, 부산시와 시민의 지원과 부울경 서포터즈의 헌신, 시네필의 의리가 있었기에 성장할 수 있었다. 영화제의 진정한 주인공은 국민이고 관객이다. 교착상태에 빠진 BIFF 이제는 출구를 찾아야 한다.

이달 중순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국제박람회기구(BTE) 총회에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하는 등 2030부산국제박람회 유치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이때 BIFF 사태 해결은 박람회 유치뿐만 아니라 오는 10월 2023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서 BIFF 사태 봉합을 서둘러야 한다. 그것도 정치 등 외부 세력에 의한 것이 아닌 영화인의 힘으로 만들어야 한다.

노자의 `지족불욕 지지불태`(知足不欲 知止不殆)를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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