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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지가는 향가… 점괘 구하는 내용 담겨
구지가는 향가… 점괘 구하는 내용 담겨
  • 류한열 기자
  • 승인 2023.06.11 2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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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아 거북아` 해석은 엉터리
구(龜)→거북 아닌 갈라짐 뜻
복골 이해하면 문제점 다 풀려
뮤지컬ㆍ마당놀이 대본 형태
김영회 연구실장 논문서 주장
구지가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나와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사진은 김해시 구산동에 있는 구지봉. /김해시

구지가는 한역시가 아니고 향가이며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과 다르게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김영회 동국대 향가 만엽집 연구실장이 최근 내놓은 논문 `가장 오래된 노래: <공무도하가> 등 향가 11곡 발견 보고서`에 구지가를 지금까지 완전히 다르게 해석한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서기 40년대 구지가는 현 뮤지컬이나 마당놀이 대본 형태라 볼 수 있고, 당시 어떤 나라나 민족도 이런 수준의 노래를 가지기 힘들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실장은 "세계 어느 나라도 이 시기에 종합무대예술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당시 가야가 이런 자랑스러운 내용의 향가를 불렀다는데 김해시민은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며 "김해 김씨 종친회에서도 이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면 가야문화축제 등의 방향을 새롭게 잡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의 논문에는 구지가에 대한 놀라운 내용이 많다.

첫째 향가의 이름은 구지가가 아니고 `균지가`가 맞다고 본다. 구(龜) 자를 `거북 구`가 아니라 `갈라질 균`으로 쓰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구지가 첫 줄, 구하구하(龜何龜何)를 `거북아 거북아`가 아니라 `갈라짐이 무엇인가, 갈라짐이 무엇인가`로 봐야 한다.

구지봉에서 사람들이 다스릴 왕을 내려달라고 하면서 거북을 부르는 게 이상하다. 여기에 복골(卜骨)로 점을 치는 장면 묘사가 들어 있다. 복골은 사슴ㆍ멧돼지 어깨뼈에 불을 가해 갈라진 금을 보고 점을 치는 행위다. 당시 왕을 바라며 갈라짐이 어떤가, 즉 왕이 누구인가를 묻고 있다.

이어 수기현야(首其現也)는 `머리를 내놓아라`가 아닌 `우두머리가 나타나게 해야`로 푼다. 약불현야(若不現也)는 `만약에 내놓지 않으면`이 아닌 `만약에 뜻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뜻으로, 번작이끽야(燔灼而喫也)는 `내놓지 않으면 구워서 먹으리라`가 아니고 `내놓지 않으면 연기를 마시게 하리라`고 풀어냈다.

김 실장은 "구지가를 해석을 제대로 하지 못해 내용이 완전히 뒤집혔다"며 "해석을 제대로 풀면 가야인들이 번제를 드리는 제례 의식을 희화해 버린 우를 범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

구지가는 지금까지 고대 가야 사람들이 부른 노래를 한시로 번역해 삼국유사 가락국기에 실어놓은 것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김 실장에 따르면 구지가는 우리말로 표기된 최초의 향가이다.

김 실장이 말하는 `향가 제작법`을 근거로 구지가 등 11곡을 새로 향가에 넣을 수 있다. 이는 양주동 박사가 일제 강점기 때 내놓은 향가 해독 이론이 틀렸다는 것을 말한다.

가야문화진흥원 이사장 도명 스님은 "구지가를 향가라고 파악하는 내용은 가야 문화의 새 길을 여는 선구자적 연구 결과로 본다"며 "구지봉에서 세계 최고 무대예술이 열렸다는데 신선한 충격을 받고, 거북을 부르는 내용이 점괘를 보여달라는 행위였다는게 놀랍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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