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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 입국 다문화학생에게 관심 가져야
중도 입국 다문화학생에게 관심 가져야
  • 황원식 사회부 기자
  • 승인 2021.07.14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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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원식 사회부 기자
황원식 사회부 기자

지난 몇 년 사이 경남에서 외국인노동자들이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이들과 함께 한국에 온 어린 자녀들의 교육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들 다문화가정 중도 입국 자녀들은 특히 김해지역에 많이 살고 있다. 김해 동상동 합성초등학교에는 전체 재학생 210여 명 중 다문화학생은 18개국 100여 명으로 45%가 넘는다. 이 중에서도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국적의 고려인 3세 중도 입국 학생들은 60% 가까이 된다.

중도 입국 청소년들을 돌보는 김해 징검다리센터 이혜란 교육팀장에 따르면 이 학생들의 가장 큰 문제는 한국어가 서툴다는 것이다. 학교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 공부에 흥미를 잃고, 게임에 빠지거나 또래들과 밤늦게까지 시내를 돌아다니는 등 일탈이 많다고 한다. 초등학교에서는 중도 입국 학생들만 대상으로 한국어 수업을 진행하지만 최대 2년까지만 지원되고 있어 턱없이 부족하다. 학생들은 동화책을 읽을 수는 있어도 문해력 부족으로 그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학부모들의 무관심도 문제이다. 부모들은 외국인 노동자로 한국에 있으면서 대부분 주말에도 일해야 하는 등 아이들 교육에 신경 쓸 여유가 많이 없었다. 특히 재혼 가정이 많이 아이들 정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아이들도 공부에 대한 책임감이나 의무감이 많이 없다. 이혜란 교육팀장은 "한국어와 이중언어를 가르치는 복지 기관들도 있지만 아이들은 그저 맛있는 거 많이 주고, 편하고,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하는 기관 위주로 찾아가는 일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한국에 살면서 공부뿐만 아니라 사회적 편견과도 싸워야 한다. 김해합성초 교사에 따르면 다문화학생들이 늘어나면서 일부 학부모들은 자녀를 다른 학교로 전학을 보내거나, 아예 입학을 시키지 않으려는 경향도 나타났다. 이 학생들은 한국 국적이 아니다. 이로 인해 상대적 박탈감이나 소외감도 느끼는 학생도 있었다. 징검다리센터에 다녔던 한 학생은 건설공고를 다니면서 경남기능대회를 나가 금메달을 따는 성과를 이뤘다. 하지만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전국 대회에는 출전하지 못해 큰 실망을 한 일도 있었다.

나아가 이들은 성인이 되어도 한국 국적을 따기 힘들다. 자력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어려운 시험(사회통합프로그램 6급)을 통과해야 할 뿐만 아니라 한국인도 벌기 어려운 많은 소득을 증명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도 입국자들이 한국 생활에 동화되지 못해 희망을 버리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금은 학교라는 울타리에 있지만 훗날 한국 사회에 큰 혼란을 가져올지도 모른다. 지금부터라도 교육 당국은 물론 우리 모두가 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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