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을 찾기 위해 손끝으로 톡톡 치면
파랗게 일어서는 어머니의 들길이 보인다
모종파를 짊어지고 강둑을 돌아오시는
아버지의 듬직한 어깨도 보인다
볼일 다 봤으니 이제 가야 된다며
하룻밤 쉬어가시라 해도 한사코
손사래를 치시는 여든하고도
다섯의 어머니
아직껏 살아있는 게 죄가 되는 냥
창창하던 화초들 시들한 걸 보시고는
병원에 가는 것도 민망하다 하셨다
팔뚝에 피어나는 실핏줄만큼
살아 온 길 갈라지고 끊어지고
좁은 튜브 안으로 꾸역꾸역 쌓이는
검은 피를 본다
살 속에 파묻힌 길이 종일 두드려 맞아
돌덩이라도 이고 나올 듯
어머니의 혈맥 같은 첫 비가 내린다
시인약력
ㆍ밀양 초동 출생
ㆍ2006년 제 2회 낙동강여성백일장 우수상
ㆍ2008년 ‘문학공간’ 신인상
ㆍ2012년 제 1회 울산 전국문예전 시조부분 대상
ㆍ현 김해문인협회
ㆍ현 구지문학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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