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9 00:12 (월)
1년에 3천시간 근무 `집배원 고충`
1년에 3천시간 근무 `집배원 고충`
  • 박세진 기자
  • 승인 2017.09.12 19: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남 노동단체 실태조사 1주일 평균 57시간 격무 허 시장, 김해우체국 방문
▲ 지난 11일 오후 김해우체국을 방문한 허성곤 시장이 과중한 업무에 노출된 집배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 김해우체국. 추석을 앞두고 늘어난 배달물량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손놀림만 오간다.

 이곳을 허성곤 김해시장이 찾았다. 택배와 우편물이 폭증하는 힘든 시기를 맞은 집배원들을 위로하기 위해서다.

 김해우체국 집배원들은 배달업무를 하면서 복지 소외계층을 발굴하는 일도 한다.

 허 시장은 한 집배원의 손을 잡고 "위험한 환경 속에서 시간에 쫓기며 일을 한다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말을 건넸다.

 그러면서 "여러분들이 있어 시민들이 훈훈한 명절을 보낼 수 있다"며 감사를 표했다. 허 시장은 이날 집배원들에게 격려품을 전달하고 이곳을 떠났다.

 꼭 명절 앞이 아니더라도 집배원들의 노동 강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오죽하면 한 시의 시장이 위문에 나설 정도일까.

 경남지역 집배원들은 연간 3천시간에 달하는 과로에 시달리면서 초과근무 수당이나 휴식시간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도내 노동단체인 `마창거제 산재추방운동연합`은 최근 부산ㆍ경남 13개 우체국 소속 집배원 138명을 대상으로 집배 노동자 노동환경 실태를 조사했다.

 이 결과를 보면 집배원들의 1주일 평균 노동시간은 57.1시간이었다. 우편 물량이 많은 폭주기, 설ㆍ추석 등 특별 수송기는 각각 64.9시간, 72.1시간인 것으로 조사됐다.

 평상시로 계산하더라도 연간 노동시간은 2천977시간으로 매년 3천 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지난 2004년 7월부터 도입된 주 5일, 주 40시간 근무제와 비교해 경남 집배원들은 평소에도 일주일 내내 일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7월 사회진보연대가 발표한 `전국 집배원 초과근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집배원들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55.9시간, 연평균 노동시간은 2천888.5시간이었다.

 경남 집배원들은 전국 평균보다 연간 약 100시간가량 더 근무하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7 고용 동향`에 나오는 한국 노동자의 1인당 연평균 노동시간은 2천69시간이다. 이와 비교하면 연간 약 1천 시간 정도나 더 일하는 것이다.

 마창거제 산재추방운동연합의 실태조사에서 경남 집배원들의 초과근무는 일주일 평균 16.4시간이었으며 이들 중 76.9%는 초과근무 수당을 받지 못한 채 일한다고 답했다.

 또 86.4%의 집배원들이 일주일에 보통 4.4일간 점심시간에도 근무했다.

 마창거제 산재추방운동연합 측은 "우정사업본부는 우편 물량이 줄어 전체적인 일감도 함께 줄었다고 하는데 이는 전형적인 통계의 오류"라며 "우편 물량은 줄었으나 택배나 등기 물량은 오히려 늘었다는 증언이 많다"고 밝혔다.

 이런 과중한 노동 외에도 집배원들에 대한 막말 논란도 인다.

 민주노총 전국집배노동조합 부산ㆍ경남지역준비위는 지난 4일 창원우체국 앞에서 최근 창원우체국이 질병을 앓는 집배원에게 강제 구역변경 명령을 내리고 막말을 퍼부었다며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부산지방우정청 관계자는 "인력 충원이나 예산 권한을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에서 쥐고 있어 자체적으로 인력을 늘릴 수 없다"며 "우편 업무는 매년 적자만 수천억 나는 분야로 보험ㆍ예금사업 수익에서 일부 전입하는 형태로 손실을 메꾸고 있다"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