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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으로 떠나는 휠체어 여행
낯선 곳으로 떠나는 휠체어 여행
  • 정창훈 기자
  • 승인 2016.08.01 2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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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서윤 라디오 리포터 ‘유럽, 가지 않을…’ 출간
▲ 홍서윤의 ‘유럽,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책 표지.
 새장에 갇혀 살던 새가 새장을 벗어나 하늘을 만나는 기분을 전하는 책이 나왔다. 자신이 경험한 도전과 자유를 많은 장애인들과 나누고 싶어 홍서윤 씨가 ‘유럽,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를 집필했다. 라디오 리포터로 활동하고 있는 그녀가 장애인들이 여행을 통해 인생을 새롭게 설계할 수 있기를 희망하며 장애인여행문화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홍서윤은 1987년 창원에서 태어났다. 10살 때 불의의 사고로 휠체어를 타게 되면서 인생의 쓴맛을 일찍이 알게 되었다.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한 여행의 추억을 잊지 못했으나 혼자서는 집 밖을 나가는 것조차 겁내던 시절이 있었다. 한국 사회에서 장애가 있는 여자아이로 살아간다는 건 비련의 여주인공만큼이나 슬픈 에피소드의 연속이었다. 20년간 남들이 겪지 않아도 되는 일들을 겪으며 인내하는 법을 배워야 했고, 아무렇게나 들이대는 사회적 편견에 이골이 났다. 대학에 진학해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뒤 KBS 1TV 정오 뉴스의 ‘생활뉴스’ 장애인 앵커로, 그리고 관악산에 운둔하는 석사 나부랭이로 두 가지 색의 옷을 갈아입으며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어느날, UN 사무국 인턴에 합격해 스위스 제네바로 떠났던 지인이 올린 행복한 사진에 이끌린 홍서윤은 스위스로 휠체어 여행을 결정한다.

 하지만 유럽 여행을 하는 한 달여 동안 홍서윤은 조금 더 성장했다. 여행을 통해 좀 더 대범해지고 용감해졌다. 혼자서 낯선 상황에 직면하고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마주치더라도 이제는 두렵지 않다. 아니, 조금 겁이 나더라도 잘 헤쳐나갈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 여행은 인간의 독선적 아집을 깬다고 했던가? 여행은 공간을 초월해 스스로를 가뒀던 틀을 벗어나게 하는 힘이 있다. 유럽에서 혼자서 보낸 한 달의 시간은 분명 홍서윤을 변화시켰다. 그 소중한 경험은 20대의 마지막 추억이자 30대의 삶에 밑거름이 돼줄 것이다. 홍서윤은 자신이 경험한 도전, 자유, 용기를 절망 속에 스스로를 가둔 채 외출조차 두려워하는 많은 장애인들과 나누고 싶어 한다. 여행, 그 치유의 힘을 통해 더 많은 장애인이 인생을 설계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7개 나라 25개 도시를 휠체어로 누비면서 느낀 경험을 기록한 책 ‘유럽,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를 출간한 것은 그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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