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젯밥에 눈먼 여야 공천 룰 셈법
젯밥에 눈먼 여야 공천 룰 셈법
  • 이태균
  • 승인 2015.10.11 2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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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균 칼럼니스트
 이제 반년여 남은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공천 룰을 놓고 벌써부터 젯밥에 눈이 멀어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옥신각신하고 있다. 여야가 국민으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는 구태정치나 특권 내려놓기 등 정치개혁과 정작 해야 할 일은 외면한채 어떻게 하면 차기 공천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까 셈법만 따지고 있다. 당대표, 평의원 할 것 없이 자기 계보나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하기 위해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이 싸움이 조기에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국정 차질은 불가피해 보인다.

 청와대의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비판으로 촉발된 친박과 비박 세력의 갈등은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 간 권력투쟁 양상으로 발전하는데도 수습 실마리를 찾는 것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여당뿐만 아니라, 새정치연합에서도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주류계와 비주류가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는 중이다. 지난달 28일 김 대표와 문 대표가 오찬회동을 가진 결과, 국민공천에 대해서 상당한 의견 접근을 이뤄냈다며 안심번호를 활용한 국민공천제 방안을 정개특위에서 강구하기로 합의 처리했다고 밝혔다.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는 선관위 주관으로 하되 일부 정당만 시행하게 될 경우 역선택을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법으로 규정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친박과 비박계 간 입장차가 엄청나게 큰 것도 아니다. 김 대표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합의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청와대와 친박계의 협공이 의외로 거센 데다 문제점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사실상 단념했기 때문이다. 대안으로 나온 것이 당헌ㆍ당규에 규정된 ‘우선공천제’다. 여성ㆍ장애인 등 정치적 소수자 추천이 필요한 지역, 공모 신청자가 없거나 신청자의 경쟁력이 현저하게 낮다고 판단되는 지역을 우선추천 지역으로 선정해 별도로 공천할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청와대는 국민공천을 위한 ‘안심번호 국민공천’에 대해 역선택과 민심 왜곡, 국가예산이 들어가는 세금 공천 등 5대 불가론을 내세우며 김 대표의 단독적인 야당과의 합의안에 항의했다. 이러한 양태만 놓고 보면 합의 내용의 진척이나 순수성보다는 20대 총선 공천을 놓고 서로 유리하도록 김 대표 측과 청와대가 날을 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청와대에서는 “공천 준비를 담당하는 총선기획단 같은 기구를 구성해 공천 룰을 정해야 하는데 김 대표가 단독으로 결정해 버렸다”는 주장이다.

 솔직히 ‘안심번호’가 등장해 정치권을 달구고 있으나 정치에 별 관심이 없는 국민들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도가 무엇인지 궁금해하며 헷갈리고 있다. 공직선거에서는 정당이 주도적이고 주체적으로 움직이고 결정권을 갖는 바, 정당은 선거에 나설 후보자를 당 공식기구인 ‘공천위원회’를 통해 선정하게 마련이다. 김 대표는 자신이 당대표로 당선될 때부터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자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는 여당 후보 선정에 청와대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현실을 타파하기 위한 방패막이기도 했다.

 하지만 명백한 것은 공직선거 후보는 정당의 권한이므로 정당의 당헌ㆍ당규에 따르면 된다는 점을 중시해야 한다. 그렇다면 총선에서 유권자가 각 정당 후보자 중에서 마음에 드는 자를 선택하면 될 일이지, 정당 내부의 후보자 선출까지 국민공천으로 하는것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설령 있다고 해도 정당이 주관해 하면 될 일이지, 선거관리위원회가 맡아서 국민 혈세로 정당의 후보자를 선출할 필요가 있을까.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양당만을 위해 국민 혈세까지 낭비하면서 국민공천제를 시행하고자 함은 결국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두 당이 기득권을 최대한 살려보자는 것밖에 안 된다. 다시 말하면 ‘국민공천제’라는 미명하에 당비를 들이지 않고 국가예산으로 다음 총선 전에 자당 후보들을 유권자들에게 어필하게 해보자는 것인데, 이는 전적으로 양당정치를 고착시키려고 하는 꼼수로 볼 수밖에 없다.

 정당이 자체적으로 공천위원회를 구성해 당 후보자는 당헌ㆍ당심에 따라 자체 경선으로 뽑고, 정당이 내놓은 총선 후보자는 민심에 맡겨서 적격 후보자를 선출하도록 하면 된다. 이제라도 양당은 정신 차려서 구태정치를 청산할 정치 혁신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박 대통령도 김 대표를 비롯한 비박계와 정면으로 맞서는 것은 실익이 없다. 공천 룰을 정하는 문제는 온전히 여야의 몫이다. 청와대도 정치의 한 축을 이루고 있지만 그 정치는 선거정치가 아니라 국정운영이다. 친박계 수장으로서의 이미지가 굳어지면 국회에서 야당은 말할 것도 없고 여당의 협력을 이끌어내는데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4대 개혁과 경제 활성화를 성공하려면 여야의 협력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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