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9 01:55 (월)
수박꼭지 떼도 되나
수박꼭지 떼도 되나
  • 허균 기자
  • 승인 2015.04.28 2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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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균 제2사회 부장
 휴일이었던 지난 26일 경남 일부지역의 수은주가 30도를 넘어서며 올 들어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이는 평년보다 2~9도가량 높은 것으로 남서쪽에서 따뜻한 바람이 유입된 탓이다. 이날 도내 18개 시군 중 창녕 합천 함안군의 수은주가 30도를 넘기며 여름이 가까워졌다는 것을 알렸다. 여름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과일이 수박이다. 올여름에도 많은 사람들이 수박을 쪼개며 더위를 식힐 것으로 예상된다.

 다들 경험이 있겠지만 많고 많은 수박 중 보다 당도가 높은 수박을 고르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요즘은 과일가게보다 대형 할인점에서 수박을 많이 구매한다. 국도변에 수박을 가득 담은 1t 화물차에서 잘 익은 놈을 고르는 일도 여름철에만 느낄 수 있는 재밋거리 중 하나다. 문제는 일반인들이 잘 익은 수박을 골라내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그렇듯 수박을 고를 때는 수박에 새겨있는 무늬가 고른지, 타원형의 수박이 통통하니 잘 생겼는지를 확인하고 가볍게 주먹을 쥐어 톡톡 두드려 소리를 들어본다. 소리를 들어 당도를 확인하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일진대 수박을 고를 때면 무조건 두드리고 본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앞에서 언급한 것 외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수박의 꼭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사람들은 수박 꼭지의 신선도에 따라 껍질 속 당도를 가늠한다. 꼭지가 말라 비틀어져 있으면 수확한 지가 오래됐고 생기가 있으면 산지에서 수확한 지가 얼마되지 않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그래서 수박 농가는 수박의 꼭지를 이쁘게 T자로 만들어 수확한다. 꼭지의 신선도는 수확한 수박의 상품성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방식인 것이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수박 꼭지와 당도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 꼭지를 제거한 후 수박을 유통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경남도농업기술원은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수박꼭지 유무가 신선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연구를 했고 연구 결과를 토대로 앞으로 수박 수확 시 꼭지를 제거하겠다고 밝혔다. 수박 꼭지가 수박의 당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뿐더러 꼭지를 제거하지 않으면 호흡작용으로 인해 수박 무게가 큰 폭으로 감소한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수박 1㏊를 수확할 때 소요되는 시간을 조사해 보면 T자형의 꼭지를 남긴 채 수확을 할 경우 15시간이 소요됐지만 꼭지를 제거하고 수확하면 6시간이 소요돼 60% 이상의 노력 절감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꼭지를 제거하며 수박을 수확하면 비용과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만족해야 할 것 같지만 소비자들이 보는 시각은 조금 차이가 있다. 꼭지를 제거하면 상품의 수확시기를 가늠할 수 없어 좋은 수박을 선별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의 주장처럼 수박꼭지의 유무가 당도와 상관은 없지만 신선도에서는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껏 수박을 고를 때 꼭지의 유무부터 확인하던 소비자들이 갑자기 꼭지를 제거한 채 판매되는 수박을 구매하다 보면 좀은 찜찜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어린시절 시골 할아버지 댁에서 뿔이 부러진 소를 본 기억이 있다. 호기심에 친척 형에게 소의 뿔이 부러지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더니 "예전에는 각종 공예품부터 가구, 노리개, 무기 등을 만드는 등 소뿔의 쓰임새가 많았지만 요즘은 소뿔의 사용처가 없다"는 답을 했던 것으로 기억난다. 그리곤 "소뿔이 망가졌으니 소가격이 조금 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아무런 쓸모가 없는 뿔이 망가졌다고 소가격이 떨어지는 건 맞지 않는 일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수박꼭지 제거 논란 뉴스를 접하며 어린시절 본 부러진 소뿔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필요는 없지만 상품의 모양을 내기 위해 있어야 하는 수박꼭지와 소뿔은 어딘지 모르게 닮아있다. 현재 우리나라 수박농가는 1만5천㏊에서 연간 67만3천여t을 생산하고 있다. 정부의 발표대로라면 꼭지 제거 후 수박을 수확하면 연간 600여억 원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한다. 꼭지 제거로 600억 원이라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면 수박꼭지는 제거되는 게 맞지 않을까. 꼭지의 유무가 수박의 당도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하니 앞으로 수박을 고를때 꼭지 확인은 하지 않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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