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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와 함께하는 시간을 늘려야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을 늘려야
  • 성기홍
  • 승인 2014.02.06 2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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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기홍 경남도교육청 학교정책과장
 모든 동물 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부모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동물이 인간이다. 지금이야 상당수의 산모가 모유수유를 포기하고 있지만, 사람은 엄마의 젖을 먹고 자란다.

 엄마의 가슴에서 자란 아이는 엄마의 체취를 느낀다. 불편한 점이 있어서 울다가도 엄마에게만 안기면 평안을 찾는 것이다. 유아기에 엄마의 품에서 자라는 사람은 자라나서도 부모의 품을 가장 포근하게 생각한다. 대구를 비롯한 연어들 같은 미물들도 자신이 태어났던 곳으로 되돌아오는 회귀성을 가진다. 고향이라면 눈물이 찡한 이유도 그곳에서 어린 시절 엄마의 품에서 자라난 향수 때문이다.

 지금의 우리나라는 도시화가 돼 옛날의 고향을 등지고 너도나도 도시로 삶의 보금자리를 옮겼고, 모유수유가 드물어서 요즘의 아이들은 고향이 없다. 향수가 없는 것이다.

 올해부터는 전국의 초등학교 1, 2학년 원하는 전체 학생에게 오후 돌봄교실을 오후 5시까지 실시한다. 원래의 취지는 맞벌이 가정의 자녀 양육을 돕기 위한 제도로 시작됐다. 정말 바람직한 제도이다. 그렇지만 지난해 어린이집 보조금 지급 이후 가정에 있는 전업주부도 자신이 아이를 돌보지 않고, 유아원에 맡기고 자신은 자유로워진다는 말 때문에 조금은 시끄러웠다.

 유럽에서는 방과 후에 부모가 자녀를 돌볼 수 없는 아이는 주로 초등학교 옆에 있는 지자체가 운영하는 돌봄 센터에서 보살핌을 받는다. 우리나라에서도 학교뿐만 아니라 여성가족부의 방과 후 아카데미와 아이 돌봄 사업, 보건복지부의 지역아동센터에서 각각의 돌봄 시설들을 각각 운영하다가 올해부터는 지역돌봄협의체를 운영해 어린이를 돌보게 됐지만, 대부분의 돌봄이 필요한 어린이는 학교에 남게 된다.

 닭이 알을 깔 때에 알 속의 병아리가 껍질을 깨고 나오기 위해 안에서 쪼는 것을 ‘줄’이라 하고, 어미 닭이 밖에서 쪼아 깨뜨리는 것을 ‘탁’이라 해 ‘줄탁동시’로 이 세상에 태어난다. 그때 처음으로 마주치는 동물을 자신의 어미로 알고 따라다니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미운 오리새끼 이야기가 생기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전업주부도 오후 5시까지 학교에 아이를 맡기면 어떻게 하나? 항간에 자녀를 돌볼 시간적 여유가 있는 부모도 어린이집에 어린 자녀를 맡기고 자신은 여유를 즐긴다는 이야기가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지금 호주에서는 유치원 입학 시에 오리엔탈 케어를 하는 유치원을 선호한다. 태어나서 조금만 자라면 따로 떼어서 잠자게 하는 서양식 양육보다, 동양에서는 전통적으로 상당히 자랄때 까지 엄마의 품에서 한이불을 덮고 자는 생활양식에서 자상하게 보살피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쩌다 우리나라가 자식을 남의 손에 맡겨 키우는 것이 보편화 됐단 말인가? 서양에서도 방과 후가 되면 어린이를 학교 교문에서 만나서 집으로 데려가고, 부모와 자녀가 시간만 나면 같이 놀고, 같이 운동을 한다. 부모의 가장 큰 임무가 자녀와 같이 시간을 보내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네 부모는 휴일이 되면 아빠가 피곤하니 아이는 나가서 놀게 하고 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라는 속담이 있는데 이렇게 양육을 해도 바른 정서 함양이 될까?

 요즈음에는 자녀와 같이 보내는 시간을 많이 가지도록 하기 위해 육아휴직이 남녀 모두에게 보편화 됐다.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고민을 상담하는 대상을 조사한 결과에서 부모나 형제와 자신의 고민을 상담하는 비율은 아주 적었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와 많은 시간을 같이 지나게 되면 부모와 자녀 간의 세대차이가 생기지 않는다. 혼자서 자란 아이는 외톨이가 되고, 상황에 따른 대처 능력이 자라지 않으며, 사회생활에서 적응을 하기가 어렵다.

 부모와 교감하며 자란 아이가 가장 바람직한 아이가 된다. 대한민국의 부모들이여 자기 자녀와 공감하고, 될 수 있으면 자녀와 함께 지내는 시간을 늘려라. 그러면 자녀들은 바르게 자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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