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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봉고등학교 졸업식의 가르침
태봉고등학교 졸업식의 가르침
  • 공윤권
  • 승인 2014.01.16 2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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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윤권 경남도의회 의원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영화가 있었다. 지금부터 무려 25년 전인 1989년에 상영된 영화로 당시 상당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며 영화제목 자체가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물론 이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들은 영화의 히트와 더불어 당대의 스타로 등극하며 유명세를 떨쳤다.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지금 과연 그 당시보다 행복은 성적순이라는 개념이 덜해졌을까? 아마 이 물음에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오히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학력과 성적에 따른 사회적 편차가 더 심해졌고 그에 따라 교육에 있어서도 더욱 경쟁화되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대안교육이란 개념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쯤으로 생각된다. 지나친 경쟁교육과 비인격적인 성적중심의 교육을 지양하고 인간중심의 교육을 시켜 사회에 나가서도 경쟁보다는 행복에 중점을 두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구성원을 만들어보자는 시도였다.

 이후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형태의 대안학교들이 생겨났고 이러한 흐름 속에 경남에서는 최초로 공교육 형태의 대안고등학교인 태봉고등학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태봉고등학교는 학력인정이 되지 않는 비인가 형태의 대안학교를 공교육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며 경남에서 최초로 생겨난 공립형 대안고등학교로 공교육의 영역에서 대안학교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까하는 우려와 제대로 정착이 된다면 대안학교를 졸업하고 또 다시 검증고시를 거쳐 학력인증을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출발했다.

 초대 교장선생님은 대안학교인 간디학교에서 교감으로 재직하며 평생을 대안교육을 위해 노력하신 여태전 선생님으로 공교육 속 대안교육의 실험을 시작했다.

 바로 그 태봉고등학교가 이번에 첫 번째 졸업생을 배출하며 우리 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졸업식 날 학생들은 3년 전 입학식에서 자신의 발을 씻어주었던 선생님들의 발을 씻어주며 그동안의 가르침에 감사를 표했고 선생님들과 헤어지는 아쉬움에 선생님을 끌어안고 울며 매달렸다.

 선생님 앞에서 엎드려 절을 하고 자신들의 못다 한 감사의 인사를 편지로 써서 전달하는 모습에서 우리 기억 속에서 잊혀 가던 아주 오래전 졸업식의 모습이 되살아나는 느낌이었다.

 여태전 교장선생님은 회고사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오늘 태봉을 떠나는 졸업생 여러분들에게 제가 마지막으로 상기시켜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단 두 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먼저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하다는 말과 당신 삶의 주인공은 바로 당신 자신이다는 말입니다.

 여러분은 정말 ‘소중한 사람’입니다. 세상의 그 어떤 가치와 철학보다도 ‘사람이 먼저’라는 이 가치를 가슴 깊이 새기시길 바랍니다. 오늘 태봉을 졸업하는 여러분들은 세상 밖으로 나가서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나누고 살다보면, 앞으로 돈 많은 부자가 될 수도 있고, 권력과 명예를 누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부디 여러분들은 그 돈과 권력과 명예로써 사람을 짓밟거나 무시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지 않는 그 어떤 부와 권력과 명예도 다 거짓이며 허구입니다. 사람을 무시하고 부와 권력과 명예를 얻느니, 차라리 ‘위대한 평민’으로서 사는 게 백번 낳습니다. 여러분이 이 사실을 분명히 깨닫고 실천한다면, 여러분은 진정 태봉이 낳은 자랑스러운 딸이요 아들이 될 것입니다. 그때 비로소 여러분은 진정한 성공을 이룬 것이면, 진정한 행복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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